나는 소속 활동지원기관에서 지급하는 추석 선물을 며칠 전에 받아왔다. 2023년 추석의 선물을 2024년 1월이 되어서야 받아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서비스하는 장애인이용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또한 받아 전달하였다. 이것은 짐짓 간단한 사실 같지만,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누군가는 선물을 주면 감사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임금으로 받아야 할 것을 돌려서 받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상의 법정수당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명절선물은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임금-권리로 받아야 할 돈을 돌려 시
내년 초면 아이가 만 6세가 된다. 내가 몸담은 직장에서는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연령이 만 5세까지로 제한되어 있어(만 6세 이상의 아이는 더 이상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가?), 다가올 해에 아이 등·하원과 나의 출퇴근을 병행할 일에 고민이 깊다. 그동안에는 8시 15분 무렵 출근하시는 유치원 선생님 손에 아이를 붙들려 드린 후 헐레벌떡 급히 나와 그길로 곧장 출근하면 8시 30분인 출근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고, 오후에는 육아시간 사용을 요청하여 정식 퇴근 시간보다 20분 정도 이르게 퇴근해 아이를 데리러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이 연휴 후유증을 겪는다. 총 6일간의 연휴가 있다 보니 다시 업무에 돌입하기가 힘든가 보다. 2023년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은 벌써 내후년 명절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2025년 추석은 7일의 연휴라고 한다.하지만 정규직 직장인들이 그토록 환호하는 연휴에도 장애인은 고통스러워한다. 일단 활동지원사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절을 가족과 보내야 해서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들은 명절에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들고, 다행스럽게도 구한다 하더라도 바우처 소비가 더욱 많아져 고통스러워한다.장애인의 입장에서 활동지
위기의 시대, 구원의 손길이 되어준 책이번이 다섯 번째 미국 방문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미국 특유의 빈틈없음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무언가 명확한 목적지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그 압력을 개인이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개인주의’였다. 처음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의 위압감은 30대 한국인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강도였다. 나름 작은 도시에서 전통적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미국의 ‘거대한 파편’이 익숙하지 않고 생채기처럼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번의 방문 가운데, 소소한 합치를 경험
공격성향의 돌봄 대상 - 교육도 지원도 없이나는 A를 B와 함께 만났다. A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B는 A의 보호자다. B는 A에게 필요한 일을 나에게 지시했다. 내가 밥과 물을 차려주면 A는 알아서 먹었다. 때로는 A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A는 보조기기 없이도 잘 다녔고, 집 바깥 화장실을 좋아했다. 우리는 종종 집 인근 공원의 화장실에 오갔다. A는 대소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해 줄 필요가 없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을 깨물기도 해 문제였다. A에게는 손발톱 깎기, 목욕이 필요했고, A는 그 과정에서
어느 날 일요일 아침이다. 출근하니 장애인 이용자가 친구의 집들이를 간다고 했다. 각자가 요리를 조금씩 준비하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를 하기로 했다며, 오늘은 자신이 궁중떡볶이를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용자는 양손을 쓸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나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궁중떡볶이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궁중떡볶이를 하게 시키겠다는 거예요?”그러자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이 다닌 야학에서는 활동지원사가 한 것도 자기가 한 거라고 배웠다고 한다. 아니 활동지원사가 한 게 어떻게 자기가 한 게 되는가?
지난 6월 14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아래 420경산공투단)은 경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420경산공투단은 성락원 학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2년 지난 현재까지도 경산시가 성락원 인권유린 사태를 해결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수사기관의 미온적인 조사로 여전히 가해자 기소 처분이 없었다는 것을 알렸다. 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돌봄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420경산공투단은 “지역사회에서 격리된 채 십수 년간 살아온 탈시설 당사자들은 시설을 나온 이후 사회적인 관계가
사람들에게는 각자 정의가 미치는 범위, 즉 정의의 범위가 있다. 누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미치는 영역은 한계선이 있다. 어떤 경계를 중심으로 정의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적으로 생각되거나 비인간화되고 잔인하게 대해도 된다고 느낀다. 이들은 정의가 관장하는 도덕적 세계 밖에 존재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147. 오래된 중재 요청의 기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장애인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체험홈에서 장애인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돌봄 공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지난달 25일 경산지역 A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서 장애인 권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고혈압과 뇌전증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검 절차 없이 장례가 치러져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故) 권 모 씨는 10월 12일 병원에서 자궁질환 관련 수술을 받고 5일 후 퇴원하여 체험홈에서 회복 중인 상태였다. 당시 수술 경과가 좋아 회복 기간을 거쳐 인근 장애인보호장업장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으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활동지원인력의 수급 불안정이다. 장애인 부모와 장애인이용자들은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어 괴롭다고 말한다. 이 정도 주장에 그치면 고충을 느끼는 당사자로서 느끼는 바를 말하고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다른 제도적 주장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 가족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이거나, 용처를 제한한 바우처 대신에 현금으로 달라는 개인예산제와 관련된 주장이 이어진다.가족 활동지원 허용을 주장하
경주시 월성동은 2936세대 5789명이 거주하고 있다. 31.6%가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인 월성동에는 21개의 경로당이 운영되고 있다. 노인 활동 공간을 배려하고,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월성동 소재의 초등학교는 2개, 중고등학교가 각각 1개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돌봄 공간은 하나도 없다. 아이들은 방과 후, 방학 동안의 돌봄이 취약한 상황이다.특히 동방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42명인 작지 않은 학교이다. 인근에 660세대 아파트가 있지만, 주변에 피아노, 태권도 학원은 겨우 3개뿐이다. 동방초등학교는 방과후돌봄을
1_ 초보 장애인 ‘재기’가 만난 기괴한 소우주 청년 재기는 어느 순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자신도 중상을 입는다.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만 해도 형편 넉넉지 않은 주인공의 형편으로 등골이 휠 지경이지만, 이 문제는 자업자득이라 보험처리로 해결할 문제다. 여기까지는 사회적으로 종종 일어나게 마련이다.하지만 문제는 재기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팡이나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단 2미터도 자력으로 이동할 수 없는 데다 한쪽 팔도 사실상 쓸 수 없게 되고 언어능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후천적 지체장애인이 된 것이다. 일가친척이
장애인권 단체들이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날’로 선언하며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발달장애인과 가족, 뜻을 함께하는 시민 556명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했다.경북에서도 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 구축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주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주시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탈시설 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22일, 경주시청 앞에서 ‘함께 삶을 위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경주시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된 데에 대해 7일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이번 시범사업은 지난 2021년 8월, 정부에서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실행을 위해 추진되었다. 보건복지부의 지역 공모에 경주시가 선정됨에 따라, 향후 2024년까지 장애인 자립지원 대상자 발굴,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지원 인력을 통한 주거유지서비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본 시범사업에는 전국 10개 지역이 선정되었으며, 이중 경
바쁜 하루 아기별꽃 출근길 훤해졌다새소리 들음서환한 미소 지으며고바위 오르는 나지난겨울어두컴컴한 시간을 지나지금은 해가 빨리 뜨니까주변이 훤히 보여서 좋다근무 마치고후딱 집으로 왔다시어머님 코로나 확진밑반찬이라도해다 드려야 할 거 같아냉장고 문을 열었는데재료가 열악하다장 보러 안 간 지꽤나 되었나 봐코다리 무조림보글보글 끓는 소리좋으다두부 간장볶음할 줄 아는 게 없네멸치 고추장무침냉장고 탈탈 털어서나온 재료지난번 담은궁채 장아찌그리고점심때 사 둔딸기 한 통챙겨서 남편 님 손에들려 보낸다.아파트 문 손잡이에걸어두고전화드려요들어가지 말
돌봄 선언은 ‘보편적 돌봄’이라는 퀴어-페미니즘-반 인종차별주의-생태사회주의의 정치적 비전을 제안한다. 보편적 돌봄은 직접적인 돌봄 노동뿐 아니라 타인들과 지구의 번영에 대해 관여하고 염려하며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p177 코로나는 나를 패싱 하지 않았다. 무료진료, 비대면 처방, 지원 물품, 성가실 정도의 지속적인 문자(추후 상담까지)와 지인에게 위로의 비타민을 선물받았다. 내 기관지와 면역체계가 오미크론과 싸우고 있을 때, 플랫폼 노동자, 국가와 의료기관이, 가족을 포함한 지구 전체, 공동체가 나를 돌보고 있
코로나19로 지친 양육자를 위한 ‘엄마들의 자연학교’가 문을 연다.군위군에 있는 ‘매곡리 자연학교’가 4월 4일부터 3개월간, ‘엄마들의 자연학교’를 운영한다.장기간 지속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불안정한 양육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양육자들의 긴장과 피로감을 돌보기 위해서다.매곡리 자연학교는 지난 20여 년간 생태교육, 생명교육을 진행해 온 교육공간이다.‘엄마들의 자연학교’는 텃밭을 가꾸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을 함께 먹고 들꽃을 그리는 시간을 통해 양육자들이 자연으로부터 치유받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참가 신청
딱 한 번, 아이들 교육 때문에 좀 더 큰 규모의 학교가 있는 곳으로 다시 이사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자유학구제’가 시행되면서, 몇몇 지정학교 사이에 군위 읍내 초등 아이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군위 읍내 큰 규모 초등학교 앞에 다른 초등학교 홍보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양육자들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오게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대화거리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군내 한 작은 학교가 ‘방학 없는 학교’로 아이들과 그 양육자를 설득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듣자마자 ‘
“얘들아, 학교 마치고 자연학교 가자!” 추석을 앞두고 태풍 소식이다. 하늘에 구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구름 사이로 쨍한 가을볕이 내려와 등판을 살짝 구워주고, 파란 하늘 사이로 살짝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이 지나간다.가을이다! 태풍이 지나가는 며칠 동안 이런 볕, 이런 바람, 이런 하늘을 볼 수 없겠지?백로에서 상강을 향해가는 이 절기를 놓칠 수 없다. 우리 마을도 좋지만, ‘매곡리 자연학교’(이하 자연학교)로 가야 한다. 절기 따라 자연학교 품에 기대어 마음 편히 놀고 쉬고 오는 것이 아이들과 나의 절기살이다.아이들 하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전국의 사회서비스원 중에서 처음으로 종합재가센터에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정규직 월급제로 고용했다.그 월급제 정규직 덕분에 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입사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일한 것에 대해 너무나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결재하는 단말기 바우처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던 민간 방식(시간제)에 비하면 월급제가 주는 안정감은 참 좋다. 매달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다는 것은 많은 노동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것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인에게도 마음에 맞지 않는 활동지원사가 있다면 미안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