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2. 없는 데서 있는 거 찾기 “매곡리 자연학교”
[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2. 없는 데서 있는 거 찾기 “매곡리 자연학교”
  • 내리리 영주
  • 승인 2021.09.21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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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학교 마치고 자연학교 가자!”

 

추석을 앞두고 태풍 소식이다. 하늘에 구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구름 사이로 쨍한 가을볕이 내려와 등판을 살짝 구워주고, 파란 하늘 사이로 살짝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이 지나간다.

가을이다!

 

ⓒ내리리 영주

태풍이 지나가는 며칠 동안 이런 볕, 이런 바람, 이런 하늘을 볼 수 없겠지?

백로에서 상강을 향해가는 이 절기를 놓칠 수 없다. 우리 마을도 좋지만, ‘매곡리 자연학교’(이하 자연학교)로 가야 한다. 절기 따라 자연학교 품에 기대어 마음 편히 놀고 쉬고 오는 것이 아이들과 나의 절기살이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냇가에서 놀 장비로 뜰채와 빨간통을 챙기고, 땅파기용 삽도 챙기고, 자연학교를 운영하고 계신 ‘작은 교회’ 목사님께 문자를 보냈다.

“네 오세요!” 하는 답이 바로 온다. 너무너무너무 든든하다.

 

김희동 선생님(통전교육연구소 https://cafe.daum.net/onall)의 소개로 2017년에 자연학교를 알게 되었다.

시골로 이사 왔으나, 아이들과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한참 하고 다닐 때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설고, 막내도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기 이전이라 24시간 육아 모드인 것이 좀 버거운 시기였다.

‘매곡리 자연학교’는 1999년에 시작되었다. 곽은득 목사님께서 매곡리에 작은 교회를 세우시고 서각, 천연 염색, 도예, 농기계 공방 등 생태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다고 한다. 2004년에 대안교육 위탁을 받아 ‘자연학교’를 개교하게 되었고, 입소문이 나서 많은 아이와 그 가족들이 생태교육철학을 접하고 여러 활동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는 곽 목사님 은퇴 후에 새로운 목사님이 오셔서 작은 교회 사목을 하시면서 자연학교를 돌보고 계신다. 주중에는 대구지역 여러 어린이집에서 야외 활동(텃밭 활동/모래놀이 등)을 하러 온다.

 

ⓒ내리리 영주
ⓒ내리리 영주

아이들과 나는 가까이 살고 있으니, 주중에 하교 후에 가서 노는 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이 되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연학교에는 아이들이 마구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모래 놀이터도 있고, 밧줄 놀이터도 있다. 걸어서 2분 거리에는 여름이면 수영이 가능한 냇가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노는 아이들을 따듯하게 바라봐 주는 어른들이 늘 상주해있다.

나는 자연학교에 가면 안심이다. 혼자 가도 안심이고, 아이들과 가도 안심이다.

자연학교 공간은 너무 넓어서 여기저기 돌보아지지 않는 곳도 있다.

때때로 그런 공간을 바라보면서 나는 상상을 한다.

‘저 공간에는 무얼 하면 좋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상상을 할 권리가 나에게는 없다. 그런데도 몇 년을 다니다 보니, 나도 자연학교에 스며들어서 저절로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작년에는 자연학교에서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와 키우고 있고, 올해는 자연학교 토끼 두 마리가 우리 식구가 되었다. 손으로 무얼 만들기 좋아하는 남편은 나무 시소를 만들어 자연학교에 갖다 두었다. 만들기를 좋아해서 만들었으나, 우리 집에는 둘 공간도 마땅치 않고, 더 많은 아이들이 이용할 공간에 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목사님들께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받아주셨다.

 

ⓒ내리리 영주

나와 아이들이, 우리 가족 모두가 자연학교와 관계를 맺고 있다.

자연학교에 들어서면 만나는 나무들 꽃들 고양이들 닭들이 우리를 받아준다. 신앙과 아무런 상관없이 두 목사님이 우리를 반겨준다. 1999년부터 켜켜이 쌓인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을 한 조각씩 품고 ‘매곡리 자연학교’를 돌본 무수한 손길들이 우리를 안아준다.

‘세상이 나를 품어준다.’는 감정을 자연학교에 갈 때마다, 자연학교를 떠올릴 때마다 느낀다.

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거저 받은 이 큰마음을 어떻게 나눠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내리리 영주

 

인구소멸지역이라 선별된 지역들에는 모두 ‘자연학교’ 같은 공간이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줄어서, 관리의 손길은 줄었지만, 그간의 역사와 전통이 페스츄리처럼 쌓여있는 공간들.

그곳에서는 ‘조경’이라는 경계 없이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관계’라는 안전망을 서로 만들어갈 수 있다.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찾아 함께 가꾸며 서로를 돌볼 수 있다.



ⓒ내리리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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