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7. 작은 학교의 속살
[인구소멸지역 양육자로 살아가기] 7. 작은 학교의 속살
  • 내리리 영주
  • 승인 2021.10.20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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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리 영주

“아이고! 올해 입학생이 없다카디 셋이나 와서 을매나 고맙노!”

 

이사 오던 해 아침에 스쿨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군위 효령초등학교는 2024년이면 100주년이 된다.
그러니, 동네 아주머니도, 그 아주머니의 아이들도 다녔던 학교인 것이다.
마침, 우리가 이사 온 해에 처음으로 입학생이 없었고, 그것은 온 마을의 이슈였는데, 그런 와중에 우리 식구가 3월 말에 이사를 온 것이었다.
사람들 눈빛에 환대가 넘쳤다.
시선에는 큰 힘이 있어서, 두렵고 막막한 마음이 조금 덜어지기도 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과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하나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수줍음이 많아 전학이 너무나 걱정이었던 첫째는 환상적인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일기 지도로 맞춤법과 띄어쓰기와 글씨체까지 꼼꼼하게 지도해 주셨고, 일기마다 정성스러운 코멘트를 남겨주셨다. 아이는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을 즐거워했고, 학교에 잘 적응해갔다. 유치원도 아닌데, 체험학습에 가는 날이면 아이들 사진을 보내주시고, 생일 때마다 직접 케이크를 준비하셔서 함께 축하한다고 했다. 그해 겨울에는 눈이 제법 왔는데, 눈이 와서 수업은 잠시 쉬고 눈놀이를 하게 되었다고 사진을 보내주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다정하고도 든든한 선생님이셨다.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라도 숨을 수 없는 소규모 학급이었기에 아이는 모든 활동에 빠짐없이 참여하였고, 얼굴이 점점 더 밝아지고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순한 편이라 생각해서, 전학으로 인한 변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던 둘째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병설유치원 선생님은 ‘발달검사’를 권하셨다. 아이는 순하지만 고집이 있고, 블록놀이처럼 혼자 노는 걸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선생님은 규칙에 엄격하신 분이었다.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진단은 나의 교육관/아동관과 차이가 있었다. 그 지점에서 나는 좀 괴로웠다. 당연히 아이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께서 교육철학을 가지고 아이를 어느 수준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비전을 정확히 주셨고, 나는 내 고집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로 한다고 바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판단을 하는 선생님이 자주 원망스럽고 서운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감정이니 곱씹어 성찰하면서 양육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공부했다. 선생님의 전문성을 이성적으로 신뢰하려고 노력하면서 그 시간을 지났다.

첫해는 그렇게 지나갔다.
이후 몇 년 동안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아이들은 그 인연 속에서 배울 것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좋은 선생님들이 많았고 더러는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일도 있었으나, 대화로 조정해 갈 수 있는 정도였다. 아이들의 수가 적으니 선생님이 아이들 볼 시간이 더 많을 거라는 기대를 나도 하기는 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아이들은 적지만, 한 학교에서 해야 하는 행정업무의 규모는 같고 그 일을 적은 수의 교사가 나눠서 하느라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학기 초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교교육계획을 보니 한 선생님 당 한 페이지에 해당하는 수업 외 업무를 담당하고 계셨다.

 

상반기에 진행된 학부모회 지원 사업 ⓒ내리리 영주

올해 나는 학부모회 지원사업 일로 학부모회 담당 선생님을 종종 만나 의논을 한다. 올해부터 교육청에서 학교마다 일괄적으로 학부모회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해서, 활동에 대한 기획과 비용 지출을 세세하게 선생님과 의논해야 했다. 말이 의논이지 선생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셔야 했고, 학부모회에서 초안을 만들어가면 선생님께서 학교 구조에 맞게 다시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일거리가 많은 데 일만 더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담당 선생님께서는 “학부모회가 잘 운영되는 게 학교에 좋은 일이다.” 하시며 기꺼이 함께해 주셨다. 이런 일은 학교교육지원센터에서 일괄적으로 학부모회를 위해 안내를 하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다가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효율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는 제안이 교육청의 조직질서 안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도 조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 유기홍 의원은 지난 9월 29일 대학 경쟁력 강화와 지역 대학 생존을 위해 ‘대학균형발전 3법’을 발의하면서 39개 국립대와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비교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국립대와 39개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1년 기준 1천670만 원으로, 서울대(4천860만 원)의 3분의 1수준이라고 한다. / 출처: 교수신문(http://www.kyosu.net)

 

좋은 대학을 가르는 기준이 학생 1인당 교육비라고 한다.
그 기준을 초등학교로 가져오면, 작은 학교는 과밀학교보다 좋은 학교다.
첫째가 1학년을 보낸 학교에서는 더러 스쿨뱅킹으로 돈을 보낼 일이 있었다. 방과 후 오카리나 수업이라든지, 소풍 차비라든지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전학 와서는 십 원도 낸 적이 없다.
체험학습 갈 때 아이들 식사까지 모두 학교에서 부담해 준다.
아이들이 과학수업, 만들기 수업, 수공예 수업을 하며 가져오는 작품들의 재료비를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는데, 모두 좋은 재료가 제공되고 모자람 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된다.
최근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국이 난리고, 아이들의 학습 결손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지만, 60명 이하 작은 학교는 꾸준히 등교 수업을 했다. 등교 수업을 빠짐없이 했으니,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은 없다.
지난 학기에 우리 아이들은 관광차를 두 대 빌려서(거리 두기하느라) 지역 내 테마파크로 체험학습도 다녀오고, 승마 수업도 진행했다. 전교생이 매주 화상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군위지역 교육발전기금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 원어민 수업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학기에 우연히 원어민 선생님과 아이들이 수업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4명의 아이가 선생님과 하하 호호 웃으면서 영어로 말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세대의 영어수업이란, ‘오늘 며칠이고?’로 시작해서 그날이 3일이면, 3번 13번 23번…이 오들오들 떨어야 하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내가 정말 옛날 사람이긴 옛날 사람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풍요롭지만, 작은 학교 아이들은 자꾸만 줄어든다. 왜일까?
작은 학교끼리 학생 유치 신경전을 벌인다. 왜일까?
대도시로 전학 가는 것 말고 아이 교육을 위해 지금 여기에서 양육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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