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레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동굴에서 보낸 시간’, ‘간절한 바람을 살아내어 변형을 일궈낸 시간’, 삼칠일의 순우리말입니다. 세이레학당협동조합은 세이레를 함께 공부하고 서로 돌보며 온전한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다음과 같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위지역 공부모임 세이레학당, 세이레학당협동조합 설립- 군위군농촌신활력사업 4차 지원 사업 심사 통과 ‘군위농촌문화활력소’ 사업 진행- 싱잉볼 명상, 회복적서클 진행자 양성과정, 그림책 제작 워크숍 및 낭독회, 군위농촌문화잡지[군위것들] 발행, 군위지역 독
군위 효령면에서 청년공동체로 액션그룹에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미 1기 액션그룹에 참여하고 있기에, 기본 조건이 되는 10명을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어, 기꺼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액션그룹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 보니, 이미 군위지역의 여러 공모사업에 신청하여 사업비를 받을 예정인 실력 있는 분들이었다. 게다가 모두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라 더욱 반가웠다. 몇 번의 논의 끝에 ‘효령랜드’라 이름을 확정하였으나. 액션그룹 지원은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대신에 ‘효령랜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던 양육자
지난 8월 14일, 군위군 산성면 삼산 1리 부녀회 회원 일동은 ‘부채 만들기’를 진행하였다.10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삼산 1리 주민 가운데 일부는 집을 떠나 대피하기도 했다.다행히 인명이 다치는 일은 없었으나, 집집마다 태풍의 영향으로 복구해야 할 부분이 있어, 부채에 그림을 그리며 집마다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소식을 나누었다.부녀회 회원들의 상황을 저마다 나누면서 서로 마음을 다독였다.이숙자 부녀회장은 “힘든 시간을 겪어내고 다시 한자리에 모여 부채에 그려진 꽃을 곱게 칠하다 보니, 우리들 일상도 다시 아름답게 물들여가야겠다
다음 달 대구 편입을 앞둔 군위군의 깊은 산골, 해발 700M에 귀농해 살아가고 있는 두 아이의 아빠 청년농부 김태현입니다.이곳 바람이 좋은 화산마을로 귀농한 지는 벌써 2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9살, 7살의 두 아들과 영원의 단짝 아내와 함께 산골 속에서 치유농장을 운영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양육자모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작년 추워지기 시작하는 계절부터 시작되어 벌써 세 번째 계절인 여름의 중간 지점에서 이번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흐릿했던 양육 관점을 읽고 쓰며 나누며 뚜렷하게 만들
세이레 학당 공부 모임은 노래로 시작한다.‘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로 노래를 시작하면, 수다가 멈추고 마음이 한자리에 모인다.‘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를 부르며 모두의 목소리가 하나로 포개어지면, 노래는 끝이 나고 공부는 시작된다.우리가 공부로 만날 넓은 세상은 시공간을 가로지른다. 역할에서 벗어나 상상력의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된다.2003년 3월 첫 삼국유사 함께 읽기는 ‘알에서 나온 혁거세왕’으로 진행되었다. 서정오 선생님이 다시 쓴 [어린이 삼국유사](현암사)에는 여러 건국신화가 실려 있다. 우리가 살아
군위공부모임〈세이레 학당〉_ 삼국유사 함께 읽기 모임 “우리 모임 이름은 ‘웅녀 정짓간’으로 합시다!”농사를 짓거나 가공업을 하는 군위 지역민 10여 명이 둘러앉아 ‘밀키트 가공 협동조합’을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을 모아가고 있었다. 아직 코로나19가 그 세력이 만만치 않을 때였고, 도시의 골목골목마다 밀키트 편의점이 유행이라는 소식이 전해질 무렵이었다.꾸준히 농업에 관한 공부를 해 오던 모임[행복을 가꾸는 농부] 가 코로나19로 잠시 모임을 쉬다가 다시 협력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려 하던 차였다. 함께 협동조합 설립의 과정을 공
지난 4월 7일 군위군 화산마을 ‘자연닮은 치유농장’에서 군위 지역 양육자들이 모여 민들레 145호에 실린 ‘시민의식을 기르는 미적 체험’(현병호)을 함께 읽었다.이 글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10대에 경험하는 문화예술분야의 미적 체험이야말로 시민의식을 구성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어떤 예술가도 종소리에 맞춰 그림을 그리진 않는다’라는 글에서 학창 시절 종소리에 맞춰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선생님의 의도대로 그려내는 교육으로 제대로 된 미적 체험을 경험하고 느끼기에는 한계가
지난 3월 10일 군위읍 정스터디에서 다섯 명의 양육자가 모여, 격월간 145호에 실린 글 ‘학생 수 감소와 교육의 미래(홍인기)’를 함께 읽었다.정부가 공식 통계로 사용하는 중간 정도의 시나리오(중위 추계)로 계산해도 2032년이 되면 2021년 초등학생 수의 54% 수준으로 줄어든다. 270만 명이던 초등학생이 140만 명이 되는 것이다. (위의 글, 76쪽)여러 통계를 활용하여 꼼꼼하게 지표의 변화를 분석한 홍인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인구 감소가 피부에 확 와닿아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싶고 힘이 빠졌다.전교생
“우리 마을 부녀회, 회원들 시니어 돌잔치 합니다!” 세이레 학당 단톡방에 이숙자 회원님이 오랜만에 소식을 남겨주셨다.‘시니어 돌잔치!’이숙자 회원님이 부녀회장 소임을 맡으면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놀러 가는 것 말고 다른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오랜 고심 끝에 그려낸 기획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기존의 해오던 것을 바꾸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숙자 회원님은 부녀회 살림을 꼼꼼히 하는 한편, 모든 회원이 돌 반지를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동전 모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 드디어 말로 입 밖으로 꺼내어 놓으시는
상담으로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나 혼자 상담받는다고 남편이 갑자기 살가워지진 않았다. 그래도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의 원인이 모두 남편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니 화만 나면 남편에게 화살을 돌리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개인 상담에서 상담 선생님과 작업을 통해 유년기를 돌아보며 내가 그토록 육아에 몰입하고자 했던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책들을 진공청소기가 흡입하듯이 열심히 읽어나가면서, 내가 돌보지 않은 나의 감정이 남편에 대한 불만과 뒤섞인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내 마음 다루기도 이렇게 어
“올해 입학생이 없다카디만은 서이나(셋이나) 델꼬 왔으니 상 조야겠네!”마을 회관 앞에 선 통학버스를 놓칠까 봐 부랴부랴 달려가는 내 귓전에 환영 인사가 들렸다. 첫째와 둘째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셋째와 걸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마주했다.얼핏 봐도 구순은 되었을 법한 어르신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아침 청소를 하는 가운데, 어르신은 청소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귀여워 죽겠다는 눈길로 우리 집 막내만 하염없이 바라보셨다.6년 전 봄, 경상북도 군위군 효령면 내리리로 이사 온 참이었다. 군위군은 가임기 20세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책방 그림이 글에게’ 박혜련 대표님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부드러웠다. 과장이 없는 목소리 덕분에 나는 그림책 속 이야기 세계에 푹 빠져있었다.열심히 일하는 들쥐들 사이에서 ‘동그마니 앉아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프레드릭’이라는 구절에서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정신 차려라, 프레드릭! 친구들 일하는 거 안 보이나?’하고 혼을 내주고 싶었다. 그 순간 “아! 귀여워!” 하는 다정하고 촉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최00 대표님의 눈꼬리와 입꼬리가 활짝 웃고 있다
“여러분들에게 플라톤의 이데아를 처음 소개하는 사람이 되어서 정말 기뻐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니 또 부끄럽다.아이들에게 내 목소리, 표정이 어떻게 다가갔을까? 하지만 내 마음은 정말 그랬다.아이들의 얼굴은 ‘뭥미?’가 틀림없는데, 내 욕심으로는 아이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이들이 어떤 입구에 들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서양철학사라는 세계의 입구 말이다. 2022년 상반기에 가장 기쁘고 설레고 긴장되었던 일은 ‘소피의 세계’를 청소년들과 함께 읽게 된 것이다.누가 억지로 시킨 일이 아니라, 자청해서
코로나19로 지친 양육자를 위한 ‘엄마들의 자연학교’가 문을 연다.군위군에 있는 ‘매곡리 자연학교’가 4월 4일부터 3개월간, ‘엄마들의 자연학교’를 운영한다.장기간 지속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불안정한 양육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양육자들의 긴장과 피로감을 돌보기 위해서다.매곡리 자연학교는 지난 20여 년간 생태교육, 생명교육을 진행해 온 교육공간이다.‘엄마들의 자연학교’는 텃밭을 가꾸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을 함께 먹고 들꽃을 그리는 시간을 통해 양육자들이 자연으로부터 치유받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참가 신청
4년 전에 이사 왔을 때, 마을회관 건너편 밭에는 마늘과 양파가 가지런히 심겨져 있었다.비닐 멀칭이 단단하게 둘러져 있었고, 마늘과 양파 둘레에는 빛깔이 고운 여러가지 꽃도 잘 가꿔지고 있었다.2층 집 어르신은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셨는데도, 매일 그렇게 밭과 논을 돌보셨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셨고, 퇴원 후에는 두 어르신이 손을 꼭 잡고 매일 운동을 하셨다.그리고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시게 되었다.이후에 마을회관 건너편 밭은 온갖 들풀들의 땅이 되었다.매일 자전거를 타시던, 정미소 앞집
오늘 아침에 아이들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구본 ‘공구’이다.알람 신청을 해둔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구본 공구 알림이 떴고, 품절이 되기 전에 얼른 결제했다.며칠 뒤에 지구본이 택배로 올 것이다.인터넷을 켠 김에 즐겨가는 커뮤니티 몇 군데를 둘러보고, 익숙한 닉네임의 글에는 댓글도 단다.어제는 zoom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있어, 오전 내내 머리에 쥐가 내리도록 공부했다.한 달에 두세 번 이상 구미와 대구로 볼일을 보러 간다. 직접 보고 사야 하는 물건이 있거나, 아이들 병원을 가거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 다른 지
최근 경북 언론들이 군위군 대구시 편입에 따른 문제점을 다루기 시작했다. 한 언론은 경북도가 내년부터 농어법 경영체별로 연간 6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인데 군위 주민에게도 지급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다른 언론은 군위에 있는 경북도 공유재산의 향배도 관심거리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대구공항 이전과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지역 발전과 동반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점이나 논쟁점은 전혀 다루지 않다가 군위의 대구 편입이 눈앞에 다가오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단순히 관할 구역만 바
“아이고! 올해 입학생이 없다카디 셋이나 와서 을매나 고맙노!” 이사 오던 해 아침에 스쿨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아이들이 다니는 군위 효령초등학교는 2024년이면 100주년이 된다.그러니, 동네 아주머니도, 그 아주머니의 아이들도 다녔던 학교인 것이다.마침, 우리가 이사 온 해에 처음으로 입학생이 없었고, 그것은 온 마을의 이슈였는데, 그런 와중에 우리 식구가 3월 말에 이사를 온 것이었다.사람들 눈빛에 환대가 넘쳤다.시선에는 큰 힘이 있어서, 두렵고 막막한 마음이 조금 덜어지기도 했다.동시에, 사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에 사는 이영주입니다!”온라인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상황이 되면 항상 이렇게 한다.군위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랜선 벗들은 나를 통해 군위라는 지명을 처음 만난다.이후에 모임이 진행되면서, 절기 따라 변해가는 동네의 풍경을 나누고,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다 보면랜선 벗들에게 나는 ‘군위 사람’이 되어있다.하지만 나는 군위에서 ‘군위 사람’이 아니다.친정이나 시댁이 군위가 아니고, 군위에 그 어떤 연고도 없으므로 군위 사람이 아니고군위 읍내가 아닌, 효령면 내리리에 살기 때문에 ‘군위 사람’이 아니다.그렇다고
인구소멸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사람이 적으니 가게도 적고, 가게가 적으니 간판도 쇼윈도도 적다.‘이걸 안 사?’하는 메시지가 담긴 유형무형의 자극이 없다.우리 동네에는 구판장 같은 작은 구멍가게도 없다.대신 논밭을 본다.농사짓지 않은 땅에 자란 들풀을 본다.그 사이를 오가는 개구리와 나비, 잠자리를 보고 긴장감 없이 나른하게 걸어가는 마을 고양이들을 본다.오늘은 사마귀와 눈을 맞췄다.개울 난간에 매달려있길래 몸을 낮춰 가만히 봤더니, 사마귀도 내가 신기한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나 사마귀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