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전생을 묘사한 설화인 《본생담(本生譚)》 중에 생명의 무게는 미물이나 부처나 한 치 다른 것 없다고 하였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두어 달 전 집 나갔다 돌아온 생명인 ‘경래’ 때문에 종종 생각에 빠져봅니다. 나와 사무실에 삼 년 넘어 동거한 수컷고양이로 경찰서 하수구에 빠진 것을 데리고 왔다고 ‘警來’라고 부르는 그 녀석이 창가 블라인드 두세 치 되는 틈에 수시로 올라가 바깥세상을 보며 묵상에 잠겨 있는 것입니다. 지난여름 가출했을 때의 짝을 그리는 것인지,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바깥공기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내가
위기의 시대, 구원의 손길이 되어준 책이번이 다섯 번째 미국 방문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미국 특유의 빈틈없음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무언가 명확한 목적지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그 압력을 개인이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개인주의’였다. 처음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의 위압감은 30대 한국인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강도였다. 나름 작은 도시에서 전통적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미국의 ‘거대한 파편’이 익숙하지 않고 생채기처럼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번의 방문 가운데, 소소한 합치를 경험
2043년까지 살 수 있다면 그 후로는 불멸 영생도 가능하다고 한다. 과학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덕분이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방송언론, 유튜브에서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 정도가 아니라 지구의 생존, 인류의 생존을 거론할 정도다. 올여름엔 81일 동안 비만 온다 하고 엘니뇨가 폭염도 부른다고 한다. 며칠 전에 온도가 30도가 넘자 당장 오늘을 걱정하는 인간에게 인류세人類世를 거론하는 이러한 시기의 불멸 영생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불멸 영생과 인
코로나19로 지친 양육자를 위한 ‘엄마들의 자연학교’가 문을 연다.군위군에 있는 ‘매곡리 자연학교’가 4월 4일부터 3개월간, ‘엄마들의 자연학교’를 운영한다.장기간 지속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불안정한 양육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양육자들의 긴장과 피로감을 돌보기 위해서다.매곡리 자연학교는 지난 20여 년간 생태교육, 생명교육을 진행해 온 교육공간이다.‘엄마들의 자연학교’는 텃밭을 가꾸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을 함께 먹고 들꽃을 그리는 시간을 통해 양육자들이 자연으로부터 치유받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참가 신청
과수원의 풀들을 제초하는 모습을 봅니다.유명 가수의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노래처럼 잡초가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존재인지 수년 전 적어 놓은 단상이 있습니다.#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는 식물. 끊임없이 자신을 내주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생명력. 인간에게 외면을 당한 처지이지만, 생명을 품고 생명을 노래하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이 있을까요? 여기 꽃을 피워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는 잡초가 있습니다. 태
“얘들아, 학교 마치고 자연학교 가자!” 추석을 앞두고 태풍 소식이다. 하늘에 구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구름 사이로 쨍한 가을볕이 내려와 등판을 살짝 구워주고, 파란 하늘 사이로 살짝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이 지나간다.가을이다! 태풍이 지나가는 며칠 동안 이런 볕, 이런 바람, 이런 하늘을 볼 수 없겠지?백로에서 상강을 향해가는 이 절기를 놓칠 수 없다. 우리 마을도 좋지만, ‘매곡리 자연학교’(이하 자연학교)로 가야 한다. 절기 따라 자연학교 품에 기대어 마음 편히 놀고 쉬고 오는 것이 아이들과 나의 절기살이다.아이들 하교
울진군이 왕피천과 불영계곡을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울진군에선 이미 연구용역을 통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마을로 다니면서 설명회를 했다. 자체 예산으로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최종 보고회만 남겨 놓고 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울진군에서 국립공원으로 추진할 예정인 왕피천과 불영계곡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생태 보존지역으로 이미 ‘자연환경보존법’에 의해 환경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소광리 일원은 산림유전자보호림(1,610ha)으로 지정되어 있다. 금강송
‘정인아 미안해’. 학대로 죽은 아이를 살려내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이 의아함을 자아낸다. 이 사회가 이토록 아이들을 끔찍이 위하는 곳이었던가. 그런 곳에서 아동 학대는 왜 숨 쉬듯 일어나는 것인지.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의 고통에는 더할 나위 없이 무심한 사회가 죽은 아이에게 보내는 통곡은 어쩐지 네크로필리의 냄새가 난다.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만을 지칭하는 학대의 개념은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연한 학대를 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것이 학대가 아니라는 착각을 일으킨다.고등학생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대학
코로나19는 사람 사이의 접촉을 위험하게 했다. 고립과 고요한 사유의 틈으로 언제나 그리워했던 자연, 텃밭, 자급자족, 공동체, 치유센터, 평화학교 건설, 영혼의 집으로 향하는 강한 열망이 떠올랐다. 나는 그곳으로 성큼 다가갔다. 원래 계획보다 2년을 앞당긴 셈이다.마음을 먹고 집을 보러 다닌 지 이틀째, 청도 온막리. 저 건너엔 산들이 둘러있고 산 아래로 집들이 울타리처럼 늘어서 있으나 집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오후 햇살은 잔디 깔린 마당에 가득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도랑이 흐르고 흙과 잔디로 길이 나 있다. 집과 밭
안동 사람에겐 대표적인 계절 관광지가 두 곳 있다.여름은 ‘길안천’, 겨울은 ‘암산유원지(빙상 스케이트장)’다. 골부리(다슬기) 잡던 길안천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취수 사업으로 시민 품을 떠났고, 하나 남은 암산유원지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겨울왕국’이 몰락했다. 시민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지 못하고 워터파크로 스키장으로 굳이(!) 떠나야 한다.우리는 정말 이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녹아내리는 북극 빙하를 보며 그저 브라운관 너머의 일이라며 뒷짐 지고 살아오진 않았는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도 한반도도 속이 터져 열불 난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