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서울지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주장
7월 11일, 함계남 씨 배우자 양규서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아들 양아름찬꼬뮌 군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고공 농성 시작
대책위, “조직문화 개선 TF 구성, 직장 내 괴롭힘 사과 및 재발 방지, 업무상 질병 휴직 등 요구”

 

7월 11일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고공 농성에 들어간 양아름찬꼬뮌 군.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7월 11일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고공 농성에 들어간 양아름찬꼬뮌 군.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양아름찬꼬뮌 군은 여름방학을 앞둔 7월 11일, 아버지와 함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서울 강서구 등촌동)건물 꼭대기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다. 성은 양, 이름은 아름찬꼬뮌.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다. 꼬뮌 군의 아버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양규서 조직국장이다.

“아빠가 걱정돼서요. 아빠랑 같이 엄마 살려야 된다는 생각에 오게 됐어요.”

고공 농성에 들어간 이유를 묻자 양아름찬꼬뮌 군이 말했다.

양아름찬꼬뮌 군의 어머니 함계남 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해왔다. 함 씨는 보라매병원 정규직 전환 투쟁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출근 중 사고로 ‘좌측족부염좌’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병가를 포기하고 깁스를 한 채 파업 현장과 교섭장을 오갔다.

다리 통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울대 병원 분회ㆍ식당 분회ㆍ희망간병 분회,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 활동, 서울대병원 파업 등을 거치면서 투쟁 지원과 현장 순회를 진행했다. 2021년 4월 번아웃 증상이 찾아와 2주 연수 휴가를 신청했지만,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1년 10월 다리 통증으로 걷기 힘들어 찾은 병원에서 우측 아킬레스힘줄염 진단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 상담을 시작했다. 사업장에서는 “활동가가 선을 긋고 일한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돌았다.

함계남 씨는 “아프면 치료하라고 해야 하는데 그만두라고 하니까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함계남 씨는 올해 녹색병원 정신과 상담 의사의 권유로 산재신청을 했다. 함 씨에 따르면 노조에서는 산재신청을 ‘반 조직적 행위’라고 하며 “반 조직적 행위를 한 사람과는 일을 못 한다”고 했다. 함 씨는 지난 6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진정을 접수했다.

한편 서울지부는 노조 관련 사항을 탈퇴 조합원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의료연대본부에 함 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은 함 씨에게 ‘철저한 해고 절차를  밟겠다’고 발언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함계남 씨의 배우자 양규서 조직국장은 7월 13일부터 요양 휴직 발령을 받았다. 양규서 씨도 현재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 2014년 공공운수노조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5월 1일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로 발령을 받았다.

함 씨는 “주말에 가족들이랑 서울에 있다가 대구로 내려가는 배우자에게 제가 불안해서 월요일 하루 연차 내면 안 되냐고 했다. 그때 얼마나 절박한 마음이었는지 나중에 알았다면서 남편이 울었다”고 했다.

배우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양규서 씨는 거리로 나섰다. 지난 6월부터 노조 사무실과 집회 장소 등을 찾아다니며 피해 사실을 알리고 노조 조직문화 개선과 공식적인 사과, 질병 휴직 보장을 요구했다.

 

7월 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고공 농성에 돌입한 양규서 씨와 양아름찬꼬뮌 군.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7월 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고공 농성에 돌입한 양규서 씨와 양아름찬꼬뮌 군.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7월 11일, ‘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조이희)는 성명을 통해 “‘해고는 살인이다!’를 입버릇처럼 외쳐온 노동조합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규서, 양아름찬꼬뮌 두 사람이 고공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TF 구성, ▲모욕, 협박, 명예훼손과 집단 따돌림 당사자 공개 사과 및 재발 방지, ▲업무상 질병 휴직 6개월 보장, ▲간병을 위한 배우자(양규서 국장)의 서울 발령 등 4가지 요구 사항을 공개했다. 이어 “‘엄마의 고통을 옆에서 바라만 보는 것이 더 힘들다’며 함께 투쟁을 시작한 꼬뮌 동지의 결심을 폄하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함계남 씨는 1988년 학생 운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동가로 살았다. 2019년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조직부장으로 채용되어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2019년 서울대학교병원 비정규직 노조 민들레분회를 담당하던 당시 121일간 천막농성 끝에 비정규직 614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2020년 보라매병원 투쟁으로 비정규직 236명 정규직 전환, 서울대병원식당 분회 교섭 체결 등 투쟁 현장 곳곳을 지키며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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