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옥상에서 진행 중인 고공 농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26일 공공운수노조 상근자 처우 개선을 위한 첫 번째 간담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양규서 조직국장은 같은 노조 산하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서 근무하는 배우자 함계남 조직국장의 건강권 보장과 조직 문화 개선 TF 구성 등을 요구하며 7월 11일부터 서울 등촌동 소재 공공운수노조 건물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공 농성 16일 째를 맞은 7월 26일, 공공운수노조에서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내 상근자 처우 개선을 요청하는 활동가 간담회’가 열렸다. ‘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대책위 관계자와 피해 당사자 등 16명이 참석했다.  양규서 조직국장은 온라인으로 간담회에 참여했다.

 

공공운수노조 옥상 고공농성 5일 째를 맞은 7월 15일, 농성장을 찾은 함계남 국장(사진 맨 오른쪽). 함 국장과 그의 자녀 양아름꼬뭔 군, 양규서 국장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옥상 고공농성 5일 째를 맞은 7월 15일, 농성장을 찾은 함계남 국장(사진 맨 오른쪽). 함 국장과 그의 자녀 양아름꼬뭔 군, 양규서 국장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간담회 참가자들은 고공 농성 상황과 경과를 공유했다. 향후 활동 계획으로 노조 상근자 처우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매주 목요일마다 열기로 하고, 신임 대책위원장을 선임했다. 신임 위원장은 전 민주노동당 상근활동가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장민 노동당 영등포구로금천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맡았다.

앞서 7월 18일 대책위원회와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공공운수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네 가지 주요 요구(조직문화 개선 TF 구성, 모욕·명예 훼손·집단 따돌림 등 공개 사과 및 재발 방지, 업무상 질병 휴직 6개월 보장, 간병을 위한 배우자 서울 발령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합의점을 찾았으나 의료연대 서울지부 측이 시간 외 수당 지급에 대한 노동부 진정 취하를 요구하면서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후 열린 비공식적인 협의에서 “과도한 근로를 요구하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을 수용할 경우 시간 외 수당 진정을 취소한다”는 타협안을 전달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서 언급된 주요 쟁점은 네 가지였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참가자들은 ▲의료연대 서울지부가 주장하는 근무 태만과 자질 부족 관련 언급, ▲노조 측의 산재 승인에 협조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산재 불인정 소견서 내용, ▲문제 제기 당사자인 함계남 국장에 대한 노조 측의 진상 조사 및 징계 절차 착수, ▲시간 외 근무 및 관련 수당 문제 등을 짚었다.

쟁점 관련 토론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노동조합이 피고용자로서 자본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을 자신의 피고용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이중 잣대에 불과하다”라며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자세가 공론화된다면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정당성과 신뢰까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부의 조직 문화와 근로 조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강요된 헌신이 의료연대의 고질적인 조직 문화이자 근로 조건이라면 이는 의료연대에서 그동안 살아남았건 견디지 못해 퇴사했건 간에 당사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의료연대의 뛰어난 조직적 성과 역시 빛이 바랠 것”이라고 했다.

 

7월 21일,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에서 고공농성장을 방문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7월 21일,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에서 고공농성장을 방문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간담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방향도 논의되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참가자들은 1)고공 농성 당사자 현장 지원과 배우자에 대한 정신적 지원, 2)노조 집행부와 소통을 담당하는 대리인 선정, 3)공공운수노조의 ‘소극적인 조치’와 ‘의료연대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알리는 한편 피해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공개적인 응원 조직, 4) 피케팅 등 문제 해결 촉구 행동 조직, 5)노조 내 상근자 처우 실태 파악과 개선, 조직 문화 개선 등 제도적 대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 진행, 6)공공운수노조 내 유사 사례 조사 및 정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는 7월 20일과 25일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옥상 농성과 억지스러운 요구를 중단”하고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지부는 “운동의 원칙과 보편적 상식선에서 이 사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해당인은 노동조합 활동의 가치까지 훼손하는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산재 신청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병가 등 규정상 휴가 외 별도로 진료 편의를 모두 보장”했으며 “해고 절차를 밟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집단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모든 활동을 시간 외 수당으로 환산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함계남 조직국장은 “지부가 산재신청을 막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지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함 국장은 보험가입자인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불인정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사고로 인한 부상만 인정하고 과로로 인한 부상 악화와 이후 노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촉발된 정신적 재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간 외 수당 청구 진정과 관련하여 함 국장은 올해 2월, 초과 근무시간(야간, 주말, 휴일)에 대하여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대휴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6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과 시간 외 수당 지급 관련 진정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함 국장은 노동권과 건강권이 확보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내 상근자 처우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매주 갖기로 했다. 다음 간담회는 8월 3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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