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기 위해 아이와 올라갔다는 비방 글에 대해 사과하라”

8월 1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회의가 열리던 날, 양아름찬꼬뮌 군은 손피켓을 들고 회의장을 찾았다. 꼬뮌은 “보이는 사람 다 붙잡고 피켓 보여주면서 인사했다”고 말했다.

꼬뮌은 7월 11일, 아버지와 함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옥탑에 올랐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조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하는 어머니의 노동권과 건강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아버지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방학 중 체험학습으로 며칠 농성장을 비울 때 꼬뮌은 말했다.

“내려가는 게 아니라 올라가는 거라구! 우리 집이 농성장보다 더 높아!”

태풍 카눈이 서울을 지나던 밤, 그는 아버지 양규서 조직국장과 함께였다. 이날 늦은 저녁으로 프라이드치킨을 먹었다. 아버지 핸드폰으로 게임도 했다. ‘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김장민 위원장이 옥탑 농성장에 와서 밤을 새웠다. 비바람이 밤새 천막을 두드렸지만 모두 무탈했다. 그러나 태풍이 지난 후에도 ‘말’들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8월 17일, 공공운수노조 고공농성 중인 양규서 조직국장의 가족이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양아름찬꼬뮌 군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아름찬꼬뮌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그가 태어나기 전 누나에게는 꽃다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던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느 날부턴가 ‘악마’가 되어 있었다.

농성에 돌입한 후 꼬뮌은 거의 매일, 그들의 투쟁이 돈 때문이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SNS에 공유되는 걸 봤다고 했다. 고공농성을 시작하기 전, 도심 집회에서 선전전을 할 때 노조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며 방해했다는 말을 들었다.

1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회의가 열린 경향신문사 건물을 나와 농성장이 있는 공공운수노조를 찾았을 때 꼬뮌은 대책위 사람들과 고모들에게 소리 지르는 얼굴을 보았다. 꼬뮌은 면담 자리를 빠져나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노조 옥탑 농성장으로 곧장 올라갔다. 농성장에 돌아온 꼬뮌이 말했다. “엄마, 무서워.”

노동조합 옥탑에서 46일 동안 이어진 초유의 고공농성이 지난 8월 25일 마무리됐다. 꼬뮌은 개학을 맞아 먼저 농성장을 내려왔고 폭염과 비바람, 밤과 낮을 지나 아버지가 돌아왔다. 가족은 한자리에 모였지만 여전히 남은 바람이 있다. 꼬뮌은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다.

8월 22일부터 꼬뮌의 어머니 함계남 국장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자 유급휴가, 투쟁 과정에서 가해진 폭력에 사과를 요구하며 공공운수노조 앞에서 이어오던 피케팅도 31일 마무리됐다.

마지막 피켓팅 날, 방영환 대책위 지원팀장이 함 국장의 곁을 지켰다. 방영환 팀장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이다. 그는 매일 회사 앞에서 완전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납금제 거부한다고 해고돼서 대법원 부당 해고 판결로 3년 만에 복직했어요. 복직 하면서 하루 6시간 40분씩 주 6일, 주 40시간 일하는데 회사가 월급을 100만 원 줘요. 임금 체불하는 거죠. 회사에서는 저 혼자만 월급제로 일하고 있어요. 해성운수 전체 노동자에게 완전월급제 시행하라고 피케팅 시작했어요.”

 

8월 30일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는 해성운수 앞 피케팅이 200일 째를 맞았다. 이날 김장민 대책위 위원장(가운데)과 함계남 국장(오른쪽)이 방영환 지원팀장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8월 30일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는 해성운수 앞 피케팅이 200일 째를 맞았다. 이날 김장민 대책위 위원장(가운데)과 함계남 국장(오른쪽)이 방영환 지원팀장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 사진 출처=노조 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활동가 징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폭염 속 옥탑에 조금 더 그늘을 드리우도록, 태풍에 무너지지 않도록 농성장 안전을 살뜰히 챙겼던 그는 31일 농성장 철수 작업을 도맡았다. 대책위 지원팀장으로서 투쟁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한 그는 “노조에 실망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마지막 날인 8월 25일 저녁, 대책위는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에서 ‘제5회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내 상근자 처우개선을 요청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대책위는 간담회에서 논의한 이후 활동 방향과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다.(기사 하단 참조)

앞서 노조(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공공운수노조)는 수차례 입장문을 통해 함계남 국장 등에게 ‘허위사실 유포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노조 간부의 집단 괴롭힘을 입증하는 음성파일을 대책위가 공개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노조는 고공농성 돌입 당시 주요 요구(조직문화 개선 기구 설치, 질병 휴직, 배우자 서울 전보 등) 대부분을 수용했지만, 대책위는 ‘노조의 허위사실 유포’와 노조 사무처 간부의 폭력, 폭행 건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앞으로 ‘활동가가 존중받는 노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지원 및 감시 위원회’로 조직을 전환하고, “옥탑 농성과 관련하여 이후 대책위 소속 조합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면 사업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5회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내 상근자 처우개선을 요청하는 활동가 간담회 결과〉

 

1. 일시와 장소 : 2023년 8월 25일(금) 저녁 7시 30분.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영등포)

2. 논의1 : 쟁점에 대한 처리 방침

1) 함00 국장에 대한 집단 괴롭힘

노동부 진정은 00연대,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의 집단 괴롭힘에 대한 조사와 징계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됨을 확인한 후 철회하기로 함.

2) 함00 국장에 대한 보복징계

함00 국장에 대한 징계가 집단 괴롭힘의 연장이며, 특히 신고 이후 보복행위인 점을 확인하며 보복 징계에 대한 재심 절차가 제대로 진행됨을 확인한 후 피해 신고자에 대한 보복에 대한 형사처벌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함.

3) 시간외 수당 청구

00연대가 연장노동, 야간노동, 휴일노동에 대한 대체 휴식과 대체휴일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을 명시하는 것을 거부한 것에 대응한 조치로서 향후 어떤 상근활동가라도 과도한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상징적인 선례를 남기기 위해 시간외 수당을 청구하며 그 금액은 산재 협력과 유급휴가를 거부한 것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하며, 최종 금액이 합의되면 시간외 수당 체불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노동청에 제출하기로 함.

4) 조직문화 개선

00연대의 조직문화 개선 기구 설치, 공공운수노조의 운영을 감시하고 개선 의견을 내기로 함.

5) 함00 국장에 대한 산업재해

00연대에 대해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 집단 괴롭힘, 신고 이후 보복 등으로 인한 함00 국장의 정신적 부상(진단서)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도록 협력할 것을 요구하기로 함.

6) 가해 추정자와 임시 분리조치(전보 발령, 유급휴가)

공공운수노조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결정되기 전에 피해 신고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임시 구제 조치(전보 발령, 유급휴가) 등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로 함.

7) 조직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해 공공운수노조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시킨 000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의 아래의 사항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로 함.

 (1) 6월 24일 공공운수노조 집회에서 대책위원회 여성 동지에 대한 공공운수사무처 △△실장의 폭행(배로 밀친 행위)

 (2) 8월 17일 꼬뮌을 포함한 가족 3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사무처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고성을 지르다 사무처 간부들에게 끌려 나간 ○○실장의 비상식적인 행위

 (3) 직장 내 괴롭힘(집단 괴롭힘) 피해 신고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또는 조직 규범에 따른 임시 조치를 거부하고 피해 신고자의 대리권을 부정하고 집단 괴롭힘을 입증하는 음성파일을 노조 집행부가 전달 받은 이후에도 가해자 관점에서 8월 8일 <노조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대책위원회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비방한 점.

8) 합의서

00연대와 공공운수노조가 당사자 및 대리인과 합의서 작성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조치를 한 것을 고려하여 당사자 및 대리인(대책위원회)도 00연대와 공공운수노조의 조치와 무관하게 향후 조치를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하기로 함.

3. 논의2 : 대책위원회 이후 향방

1) 집단 괴롭힘 피해 신고자에 대한 임시 조치, 사무처 간부의 욕설 및 폭행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앞 피케팅은 8월 31일까지 진행하기로 함.

2) 공공운수노조가 옥탑 농성에 대해 대책위원회 소속 조합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할 경우 최초 집단 괴롭힘, 피해 신고자에 대한 보복 등에 대해 산별노조로서 공공운수노조의 사업주 책임(법인 대표자, 벌금형)을 추궁하기로 함.

3) 대책위원회는 <활동가가 존중받는 노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지원 및 감시 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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