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으로 고발당한 사회시스템과 정의에 대한 불감증

지난 26일 아침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벼랑 끝에 몰린 방영환 택시 기사가 해성운수 회사 정문 앞에서 분신했다.

방 기사가 남긴 글에 따르면 요구는 밀린 임금 지불과 택시 완전한 월급제 및 사주 정모 씨 처벌 등이다.

지난 2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바로 다음날 방 기사가 분신했다. 방 기사가 임금 체불에 항의해서 사 측을 고소하고 나홀로 집회를 한 지 200일이 넘었지만, 양천경찰서와 고용노동부는 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방영환 기사가 해성운수 사 측의 지시에 따라 주 6일 40시간 근무를 했다. 그런데 사 측은 지난 10개월 동안 과거에 이미 폐기된 근로계약에 따라 하루 3시간 반 근로만 인정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100만 원만 지급해왔다.

 

방영환 씨(왼쪽 두 번째)가 분신 하루 전 9월 25일 해성운수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방영환 씨 페이스북
방영환 씨(왼쪽 두 번째)가 분신 하루 전 9월 25일 해성운수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방영환 씨 페이스북

노조 설립과 월급제 주장으로 사 측이 탄압해와

사 측이 이런 대접을 한 이유는 첫째 방 기사의 요구대로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결국 택시기사 월급제를 인정하는 꼴이 되고 다른 기사도 같은 요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을 만들어 그동안 5년 이상 월급제를 요구해 온 방 기사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보복하고 생활고 때문에 퇴사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동사무소에 따르면 각종 부과금을 제외한 방 기사의 실제 월급은 100만 원도 안 되기 때문에 현재 방 기사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생계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방 기사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생계와 1인 시위를 이어왔다.

택시 기사 월급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데 서울시는 이미 2021년 도입됐다. 그런데 실상은 기사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공제하는 형태이다. 근로기준법상 월급에서 법정 사유 외로 공제하는 것은 처벌 사유이지만 현장에선 이런 불법이 만연돼 있고 관계 기관은 모른 척하고 있다.

 

8시간 노동했지만 3시간 반짜리 월급만 받아

하지만 전국의 30여만 명의 택시 기사가 이런 처지인데 방영환 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은 뭘까?

첫째는 방 기사가 사납금 제도를 나홀로 거부하고 법대로 월급제를 요구하자 사 측이 매일 실제로 운행한 8시간 노동을 인정하지 않고 3시간 반 노동만 인정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월급만 지급했기 때문이다.

해성운수는 기사들에게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반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강요했다. 즉 3시간 반짜리 월급제를 시행하고 나머지 노동에 대해서는 사납금 제도로 운영한 것이다. 방 기사가 사납금 제도를 거부했으니 해성운수는 별도의 수익분배를 하지 않고 3시간 반짜리 월급을 지급해 온 것이다.

이 논리가 최저임금법 위반이나 임금 체불이 아니라는 것이 사 측과 고용노동부의 논리이다. 하지만 8시간짜리 근로계약이냐 혹은 3시간 반짜리 근로계약이냐는 사 측 입장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근로 시간과 양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다. 방 기사는 실제로 사 측의 지시에 따라 주 40시간 표준노동시간을 준수했고 3시간 반짜리 근로계약을 거부해왔다.

설사 사 측과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수용한다고 해도 실제로 사 측이 얻은 이익은 8시간 동안의 운행 수익이다. 따라서 가짜 월급으로 지급한 3시간 반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 방 기사에게 그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지급해야 한다. 결국, 어떤 논리에 따르더라도 해성운수는 방 기사에게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11일 양천경찰서 앞에서 해성운수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해성운수 완전한 월급제 실현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가 주최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방영환 씨다. 사진 출처=방영환 씨 페이스북
지난 9월 11일 양천경찰서 앞에서 해성운수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해성운수 완전한 월급제 실현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가 주최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방영환 씨다. 사진 출처=방영환 씨 페이스북

온갖 범죄와 린치를 자행한 사 측에 대한 처벌은 없어

방영환 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 두 번째는 해성운수 정 모 대표가 직접 혹은 임직원을 동원하여 방 기사에게 ‘살인예비’ 혐의를 비롯해 ‘폭행치상, 명예훼손, 모욕, 집회 방해, 최저임금법 위반, 무고’ 혐의 등 온갖 범죄를 저질렀지만, 관계 당국이 한 번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방 기사가 울분에 겨워 항의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모든 범죄는 집회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 앞에서 자행됐지만, 해성운수 대표 정 모 씨는 한 번도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았다.

또한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한 동영상, 진단서, 등으로 증거를 구비하여 양천경찰서와 고용노동부에 제출됐지만 정 모 대표가 기소된 적이 없다.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폭행치상, 모욕, 명예훼손은 범죄 혐의가 입증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며, 살인예비와 집회 방해는 수사 중이다. 무고는 최근에 발각돼 아직 고소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따르면 정 모 대표에 대한 최저임금법 위반은 한차례 무혐의 처리됐고 최근에 추가로 고소된 부분은 조사 중이다.

결국, 해성운수 방영환 기사를 화염 속으로 내몬 사람들은 악질자본가와 그를 비호해 온 운수 행정 당국, 양천경찰서,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이다.

더 나아가 이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5년 이상 홀로 싸운 방 기사를 외면하고 방치한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사회정의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다.



글 _ 김장민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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