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9일,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 추모 해성운수 규탄 집회에서.

 

10년 4개월. 기아차 판매 박미희 해고 노동자가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다. 십여 년이 넘는 긴 투쟁을 마무리하며 10월 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투쟁승리 보고대회가 열리던 날. 그에게 늘 따뜻했던 동지, 택시 노동자 방영환 열사가 숨을 거두었다. 방영환 열사의 죽음은 그를 기억하는 해고노동자들에게 큰 슬픔을 남겼다. 내부고발로 인한 해고, 사 측의 집요한 사찰과 괴롭힘 속에서 꿋꿋하게 투쟁을 이어왔던 그가 떠나간 동지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삼킨다. 10월 9일, 방영환 동지의 몸이 빨간 불꽃으로 휩싸였던 그 자리, 해성운수 앞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서 박미희 씨는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그의 발언을 글과 영상으로 전한다.

 

형편이 어려워도 언제나 밝고 강단 있고 할 말을 하는 방영환 동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방영환 동지를 좋아했을 겁니다.

저는 언제나 당당하고, 저한테도 오히려 항상 위로하고 힘내라고 하고, 본인이 뛰어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 도움을 주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이런 방영환 동지가 영정 속 사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참담하고 가슴이 무너집니다. 더 절친한 동지들은 더 하시겠지요.

우리는, 노동자는 개, 돼지가 아닙니다. 소중한 노동을 하고, 그 대가를 당당히 받아서 또 즐겁게 살 권리가 있는 것이 노동자입니다. 해성운수 몇 개월 전에 이렇게 집회하러 왔을 때 사장 내려와서 폭언을 퍼붓고 모욕을 하고 집회 방해를 하는 모습, 옆에서 함께 지켜봤습니다. 왜, 노동자가 사장의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본인이 밟으면 밟혀서 찍소리 못하는 게 노동자여야 된다는 그런 썩어빠진 사고방식으로 지금까지 해성운수를 동훈그룹을 운영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방영환 동지가 과거에 사장한테 썼던 편지, 그것을 확대해서 배너로 만들어서 일렬로 세워놓는 이런 파렴치한, 말도 되지 않는 그런 짓을 했습니다. 저는 그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내용이라고 방영환 동지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방영환 동지가 쓴 글자의 필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명필인지요!

어떻게 저렇게 명필인 방영환 동지. 저는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그런 것을 본인의 치부인 줄도 모르고, 본인이 얼마나 대단해서 방영환 동지가 마치 무릎 꿇고 그런 것처럼 그것을 세워놓고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한테 욕도 하고, 그날 또 사장뿐만 아니라 사장 밑에 있는 사람들 몇 명 내려와서 같이 합세했습니다. 그런 곳에서, 아니 이런 곳에서 방영환 동지는 하루도 빼지 않고 당당하게 본인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택시 노동자들이 사납금제 맞춰 바친다고 얼마나 힘들게 삽니까. 정말 그냥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기본급, 기본급 정도 받는 줄 알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감수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해성운수 사장은 30년, 택시 운수업을 한 지 30년이 됐다고 합니다. 30년 만에 법인 택시 1개로 시작해서 지금 20개가 됐다고 합니다. 하나 만드는 데 50억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1개가 지금 20개로 만들었습니다. 30년 세월 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살다 보면 30년 세월 어떻게 흘러갔지 싶을 정도로 또 빨리 흘러가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서울 시내에 호텔을 여러 채 구입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본인이 운영을 잘해서 그런 줄 착각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서 노동자를 짓밟고 본인이 훔쳐 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택시 노동자들, 잘 사는 사람 없습니다. 너무나도 힘들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노동자의 완전 월급제를 끝까지 외면하면서 본인은 그 많은 재산들 축적해서 죽을 때 가지고 가겠단 말입니까.

 

우리는 요구합니다. 대한민국 경찰서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정당하게 자기 본분을 지켜주십시오. 왜 노동자가 신고하면, 고소하면 모두 무혐의 처리, 기각. 아무리 해도 왔다 갔다 고생하는 거 외에는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100만 원을 받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입니까.

 

10월 9일, 해성운수 앞 택시 노동자 방영환 열사 분향소. 사진 김연주
10월 9일, 해성운수 앞 택시 노동자 방영환 열사 분향소. 사진 김연주

방영환 동지가 단지 그 100만 원 받는 것 때문에 몸을 불사르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택시 기사들의 완전 월급제 처음부터 끝까지 방영환 동지가 요구했습니다. 택시기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 집의 가장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원했습니다.

사납금 바치면 사장은 호텔 사고 빌딩 짓고 사업체 늘려가면서 택시 기사들한테 그냥 쥐꼬리만한 거 던져주면 네가 나한테 감사해야 돼, 이런 잘못된 생각으로 사는 이 잘못된 해성운수·동훈그룹, 방영환 동지의 죽음에 책임지고 반성하고, 새롭게 방영환 동지가 원했던 그런 운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장 처벌해 주십시오. 우리는 사장 처벌하지 않으면 어디든지 달려갈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할 겁니다. 노동자는 뻑 하면 고소당하면 무조건 기소시켜서 없는 죄도 만들어서 눈덩이처럼 부풀려서 벌을 주면서 노동자가 신고하는 것은 모두 무혐의 처리입니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살지 않을 겁니다.

단결 투쟁으로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불의가 따를 것을 경고합니다. 동지가, 방영환 동지가 몸에 불을 붙이고 그 고통스러운 죽음을 택했을 때는 우리 동지들의 단결 투쟁으로 본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반드시 택시 월급제, 아무리 두드려도 안 되는 사장 처벌, 꼭 해달라는 부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지들 우리 힘내서 싸웁시다.

우리가 싸워서 이루어내는 것이 방영환 동지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동지들, 힘내시고, 단결 투쟁 결사 투쟁, 꼭 우리 그렇게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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