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그 무한한 상상력

지난 2013년 '뉴스풀 협동조합'을 출범하면서 처음으로 협동조합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혼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레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주택을 지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그 생각은 상상으로만 끝이 났고, 언젠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만 마음속에 남겨둔 채 구미 변두리에 있는 20평 짜리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마련했다.   

 

그런데 내가 신혼집으로 고민하던 그 즈음에 실제로 협동조합으로 집짓기에 도전한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 북한산 자락에 여덞 가구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집을 지은 '구름정원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는 생면부지의 여덞 가구가 모여 2013년부터 공동주택을 짓는 과정을 엮은 책이다. 뜻을 같이하는 8가구를 모으기까지의 어려움, 토지매입부터 설계와 시공까지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갈등과 화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완공된 구름정원 사람들의 전경

'집을 다 짓고 나면 수명이 10년 줄어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을 짓는 일은 고생스럽다. 그리고 그 고생은 단순히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선택장애와 끊임없는 내적갈등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고작 20평짜리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나는 깨달은바 있다. 혼자 내 집을 짓는 것도 어려운데 여덞 가구가 모여 함께 집을 짓는 일은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각자가 머리 속에 저마다 다른 완성된 집을 그려 놓았을 것이고 건축방법이나 디자인 뿐만 아니라 집에 대한 가치까지도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설계에서부터 시공,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어떻게 여덞 가구가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면서 집을 지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중 하나였다. 구름정원사람들 중에 한 명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나의 기대대로 조합원들과의 만남부터 집짓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다. 

 

조합원들의 회의 모습

구름정원사람들은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을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민주적인 운영방식을 터득했다(민주주의의 실전적 학습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밴드를 통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모든 의사결정은 토론과 회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친목을 다지기 위한 MT를 가기도 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MBTI 검사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강사를 초청해서 함께 비폭력대화에 관한 강의도 들었다. 지금껏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교육을 받거나 함께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공부를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은 어렵다. 함께 집을 짓는 것은 더 어렵다. 구름마을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조합원들이 이탈하면서 여덞 가구가 다 모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저자 역시 차라리 경기도에 단독주택을 짓는게 나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주택이 당장 지금의 우리나라 주택 시장과 주거 문화의 주류가 되기도 힘들겠지만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선택이 경제적인 이유에서든 기성품 같은 집에 대한 거부이든 결론적으로 공동체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흐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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