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0.30 재보선 결과

경기 화성시 갑과 경북 포항남 울릉, 두 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새누리당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두 지역 모두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기는 하나, 새누리당이 접전 없는 완승을 거두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이 강세였던 포항남 울릉에서는 박명재 후보가 78.5%의 득표율로 18.5%에 그친 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압도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하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박명재 후보가 둥지를 옮겨서 당선된 것이 특히 민주당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아무리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허 후보는 경북의 민주당 인사 가운데 오랫동안 성실히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판에 자족해온 인사들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이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북이 새누리당의 초강세 지역이기는 하지만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입장에서도 특별히 민주당이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친박 핵심'으로 불려온 서청원 후보도 62.6%의 득표율을 얻어 2위의 두 배 넘는 득표를 기록했다. 민주당 오일룡 후보의 득표율은 29.1%다. 이 지역 역시 새누리당이 다소 유리하기는 했지만, 영남도 아닌 수도권에서 이렇게 참패한 것에 민주당은 표정을 관리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기초연금 등 공약 파기로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해온 박근혜 정권에게는 반가운 기회다. 물론 이번 선거를 치른 지역이 애초부터 민주당이 이기기 어려운 곳임을 감안하면 재보선 승리가 대단한 성과는 아니고, 민주당을 대경악으로 몰아갈 일도 아니다. 

하지만 시중의 여론은 그것을 모두 참작하지 않는다. 일단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기는 쪽으로 쏠리는 일부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로 주춤한 사이 정부와 여당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다.

 

 

 

 


'구태 인사를 공천했다'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 큰 표차로 승리한 새누리당 서청원 당선자


7선 의원 서청원 의장될 수 있을까?

서청원 당선자는 의회 입성과 함께 7선의원이 된다. 정몽준 의원과 함께 최다선이다. 그가 신한국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2008년 총선에서는 친박연대로 출마하여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친박에서도 핵심 조직인 '청산회'의 수장이기도 했다.  

벌써부터 하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상득 전 의원도 국회의장을 노리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 의장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에 밀린 바 있다. 심지어 그를 2008년 총선에 공천하는 것조차 비판의 대상었을 정도다. 서 당선자 역시 그러한 반발에 직면하면 자의든 아니면 청와대의 뜻에 의해서든 국회의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서청원 당선자를 공천했을 때 불법 대선자금과 공천헌금 혐의로 처벌 받았던 과거가 거론되며 '구태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화성 시민들은 그를 당선시켰지만 전국 여론이 그와 같지는 않다. 10월 4일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 전 대표 등 친박 원로 인사들의 정계 복귀는 '구태 이미지로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6.1%에 이르렀다.

서 당선자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게 역풍을 선사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여론이 점차 느는 중이었음에도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을 두고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는 결과가 좀 달라야 한다'고 여기게 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들뜬 새누리당과 정부를 보며 국민들이 '오만하다'는 인상을 받거나, 서 당선자가 논란의 핵심에 서게 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재보선 승리가 정부와 여당에게 독이 될 수도

새누리당 당내 역학관계도 주목된다. 박 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에서 단연 두드러진 인물은 김무성 의원이었다. 그는 차기 대선 주자로도 거론된다. 그러나 친박 핵심인 서 당선자가 정계의 한 가운데로 복귀함에 따라 김의원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건 불가피하다. 양측은 새누리당 당권경쟁에서 조만간 맞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 당선자가 대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단정할 수 없다. <서울신문> 최광숙 논설위원은 1일 발표한 칼럼에 이렇게 썼다.

"서 의원은 이해찬·박지원 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과 여야를 떠나 과거 민주화운동을 같이했던 정치 선후배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다. 서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변호를 맡았던 이도 다름 아닌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문재인 의원 아니던가."

서 당선자가 야당을 자극시켜서 국민들에게 '소란을 부르는 정치인'으로 각인된다면 얼마 안 가 위상이 흔들리고 정부와 여당으로서도 악재가 되겠지만, 만일 서 당선자가 최 위원의 관측대로 부드럽게 야당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며 박 정부의 입지를 강화한다면, '무대뽀'라 불리운 김무성 의원과 차별화되면서 여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패배한 민주당의 사정은 어떻게 될까? 우선 국정원 대선개입 등을 향한 공세에 다소 힘이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맥이 풀린 채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이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 국정원 대선 개입 등에 대해 어느 수준의 강도로 임할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또 친노와 비노간의 계파 갈등도 잦아든다는 법이 없다. 

주목되는 민주당의 대여 공세 수위

정부의 인기가 시원찮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득을 본다는 관측이야 그럴싸하게 말하는 정치평론가 뿐 아니라 복덕방 아저씨도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도 민주당이 약간의 희망이라도 보여줘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민주당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한편 화성 갑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는 8.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어떤 이들은 '0.81%가 아니고?'라며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이석기 사건 여파로 어마어마한 비난에 시달렸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통합진보당은 자축 분위기다. 일단 통합진보당이 입은 타격이 궤멸을 초래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국정원이 괘씸해서 통합진보당에 힘을 실어준 사례도 있을 테고, 결국 통합진보당 사건을 국정원이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앞으로 통합진보당이 꾸준히 5~10%의 득표를 하리라는 장담은 섣부르다. 이번 화성 갑 재보선에서 제3후보는 홍성규 후보 뿐이어서 다른 소정당과 표를 갈라먹을 일이 없었다. 홍 후보가 당내 청년 주자의 선두급이기 때문에 당력도 집중되었을 것이다. 포항 남울릉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박신용 후보 역시 유일한 제3후보였음에도 2.9%의 득표에 그쳤다.

통합진보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3~8%를 지지율을 올리더라도 이로써는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하기도 쉽지 않다. 지방의회에 비례대표 의석이 적기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로 수도권과 호남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했지만 이제 더는 야권연대를 할 수 없는지라 다음 총선의 원내 진입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통합진보당의 뜻밖 선전으로 야권의 고민 심화

그러나 더 골치 아픈 쪽은 민주당과 정의당이다. 당선에 필요한 표가 쪼개지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시 연대할 것도 아니다.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2%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민주당과 정의당은 발바닥에 가시 하나가 박힌 채 뛰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어 보이는 정파는 안철수 의원쪽이다. 일찌감치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고 선거에서 빠졌다. 문제는 다음 지방선거다. 안의원쪽은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가 이내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등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은 선거(10월 재보선)는 그냥 지나갔지만 큰 선거(내년 동시지방선거)를 그렇게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현 정부를 향한 국민의 우려가 늘어나는데도 이번 재보선을 가볍게 이긴 새누리당, 또다시 무능과 무기력을 입증한 민주당 사이에서 안철수신당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문제는 안의원쪽 스스로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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