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변한다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명령했다.

“나를 위하여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때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할 글귀를 새기도록 해라. 또한 그 글귀는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함께 줄 수 있는 글귀여야 한다.”

세공사는 왕의 명령대로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어떤 글귀를 써넣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이 난 솔로몬 왕자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왕자님, 임금님의 큰 기쁨을 절제하게 하는 동시에 큰 슬픔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솔로몬이 답했다.

“이 글귀를 넣으십시오.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 임금님이 이 글을 보시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또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이 글귀를 보시면 용기를 얻으실 겁니다.”

그 글귀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연상케 하는 위의 이야기는 ‘대립물 상호전화’라는 심오한 변증법의 진리를 담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경구를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그것을 견뎌내기 위한 마음가짐의 지표로 삼는다. 사진 속의 영어공책에서 보듯 말이다. 공부가 얼마나 힘들면 공책 제목을 저렇게 뽑을까를 생각하면 참 씁쓸하다만...

 

 

그러나 위의 이야기에서 보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훌륭한 지혜의 말씀의 정수는 힘든 시기보다 좋은 시기를 보내는 사람이 지녀야 할 자세에 있다.

동물계에서 고도의 정신기능을 갖고 있는 침팬지는 도구를 이용해 먹이를 취할 줄 안다. 하지만 과일나무와 막대기가 자기 시야 내의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면 막대기를 이용할 줄 모른다. 통찰설의 창시자 쾰러는 인간의 사고 역량과 구분되는 영장류의 이러한 한계를 ‘자기 시각장의 노예 slave of its own visual field’라 일컬었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우리 인간도 ‘자기 시각장의 노예’이긴 마찬가지다. 갑자기 닥쳐온 좋은 시기가 평생 갈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기 쉽다. 복이 화가 되고 거꾸로 화가 복이 되는 ‘전화위복’의 이치를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된다. 로또에 당첨 되어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내고 룰루랄라 ‘인생은 즐거워’ 떠드는 사람이 몇 년 뒤에 빈털터리가 되어 도둑질을 하다가 감방에 들어가곤 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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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우리 헌정사에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5년 뒤 선거에서도 막판에 아슬아슬한 차이로 국민정부-참여정부 시대를 이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찰나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그런 세월이 오래 갈 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지금과 같은 최악의 반동의 시기는 절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 좋은 시기에 민주세력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교훈을 알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이렇듯 칠흑같이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전교조의 과거사도 그러하다. 그 좋은 시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염두에 두고 자기 역량을 더욱 빛나게 갈고 닦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다윗의 반지에 새겨진 저 훌륭한 경구가 주는 가르침을 알지 못했다. 오랜 세월 ‘교장의 왕국’이던 학교를 ‘전교조의 왕국’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착각했다. 그때 우리가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생각하며 예전처럼 보다 겸허한 자세를 취했더라면 지금처럼 이토록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증법이 무엇인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기에 좋은 시기든 불우한 시기든 어떻게든 흘러가기 마련이지만, ‘이 또한 지나감’의 이치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사람(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집단)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것은 겸손과 자만, ‘유비무환’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차이로 요약될 것이다.

@ 일요신문



4.13 총선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과반 획득은 물론 제1당의 자리 마저 내준 집권여당은 참담한 분위기이고, 야당과 민주세력은 모처럼 승리의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있다.

그러나 절망의 시기든 축복의 시기든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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