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 좋은 음악을 그냥 듣기만 해도 좋지만, 음악의 배경을 알고 들으면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음악에 대한 애착도 더욱 깊어진다. 음악의 배경 지식으로 누구나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음악가와 음악에 얽힌 일화가 아닐까 싶다. 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뮤지션들의 삶 속에는 일반인들의 경우와 다른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아, 이들의 삶은 음악애호가들에게 또 다른 흥미와 감동을 선사해준다.
 

 

 


클래식 음악가들과 달리 록과 재즈 계의 뮤지션들은 굵고 짧은 삶을 불꽃처럼 살다간 경우가 많다. 이들의 때 이른 죽음은 자동차사고나 경비행기 사고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마약과 연결되어 있다. 재즈 뮤지션들의 경우는 마약 열병을 피해 간 경우를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도 마약도 아닌 엉뚱한 사인으로 요절해간 안타까운 뮤지션도 몇몇 있다.

트럼페터 리 모건Lee Morgan은 자신이 출연하는 클럽에서 동거녀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그녀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교통사고로 요절한 천재 트럼페터 클리포드 브라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불멸의 트럼펫 곡 <I Remember Clifford>은 여러 뮤지션이 연주했지만 리 모건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 재즈에 한번 관심을 가져보고자 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eRA8EOR7Nm0
 

 


퓨전재즈 그룹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의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Jaco Pastorius(1951~1987)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게도 나이트클럽에서 기도 보는 사람에게 두들겨 맞아 죽었다. 얼마나 개망나니 짓이 심했으면 맞아 죽었을까 하겠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비웃음보다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싶어진다.

자코 파스토리우스는 짧은 일생을 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서른여섯의 일기를 마감했다. 조울증은 전문의학용어로 ‘양극성 기분 장애 bipolar disorder’라 일컫는데, 말 그대로 좋았다 나빴다 하는 기분이 극에서 극을 치닫는 정신장애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양극성 장애가 없었다면 천재 뮤지션 자코도 없었다는 것이다. 좋은 상태가 극에 달했을 때 자코는 최고의 기량과 창조성을 발휘하며 훌륭한 음악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감에 따라 밴드들과의 인간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해갈 수 없었고 결국 1982년 일본 투어를 끝으로 연주활동을 멈추게 된다. 그러다가 1987년 9월11일 록 기타리스트 산타나의 공연을 관람한 뒤 자코는 나이트 클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마 그 날은 자코의 기분상태가 최악의 밑바닥 상태였던가 보다. 유리문을 발로 깨뜨리는 등 난동을 벌이다가 기도 보는 사람으로부터 심한 폭력을 당한 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있다가 열흘 뒤에 숨을 거두었다.

 

 


재즈라는 음악세계는 록음악이나 보통 팝음악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연주 기량 문제 외에 이들은 클래식 작곡가에게 요구되는 것과 똑같은 성질의 음악적 역량의 소유자들이다. 또한, 테크닉 면에서도 재즈 뮤지션들은 어떠한 록 음악가들보다 뛰어났다. 기타든 드럼이든 베이스든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은 항상 재즈 뮤지션들의 몫이었다. 자코 파스토리우스는 자타가 공인한 최고의 베이시스트였다.

지금 소개하는 영상 <Birdland>를 보라. 베이스를 일렉기타처럼 연주한다. 저 연약한 몸매에 손가락 힘이 얼마나 좋으면 초킹(벤딩)을 자유자재로 하는가. 저건 괴력의 손가락이 아니면 불가능한데, 그 힘은 오직 피나는 연습을 통해 기를 수밖에 없다. 저렇듯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재즈뮤지션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막 가는 식의 성향의 소유자들이 아니다. 음악가들을 남들이 열심히 일 할 때 한가롭게 띵가띵가 하는 베짱이로 비유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왜곡이나 모독도 없다. 전문 뮤지션이 되려면 매일 평균 8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천재 뮤지션일수록 음악적으로나 사회적 삶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간다. 너무 치열하게 살다보니 신으로부터 선사받은 특유의 광기를 주체하지 못해 이따금씩 반사회적인 행동을 연출하곤 하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지상에 유배된 마지막 천사'라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다. 천재 예술가의 광기는 자코의 경우에서 보듯 동전의 양면이다. 일탈적 행동과 천재적 예술성은 늘 함께 나아간다. 모차르트도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또라이짓 많이 하지 않던가? 일반 상식의 잣대로 천재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광란 어린 행위를 바라보면 안된다. 그들에겐 ‘미칠 권리’가 있다.

자코의 현란한 베이스 연주를 감상해보자.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나 키보디스트 조 자비눌도 거물이지만, 지금 우리의 주인공은 자코다. 이 날은 자코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떤가보다. 웨인 쇼터의 솔로를 입으로 흥얼거리는 천진난만한 모습은 귀여운 악동의 그것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i8q6sR6yZCE 
 

 


버드랜드는 뉴욕에 위치한 유명한 재즈클럽인데, 1949년 설립 당시 이 클럽의 간판스타로 출연한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찰리 파커의 다른 이름이 Charlie Yardbird Parker이었는데 ‘버드’는 그의 애칭이었다. 찰리 파커의 일대기를 다룬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제목이 <버드 Bird>이다. 또한,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제프 벡의 초호화 기타리스트들(이른바 3대 기타리스트들)로 구성된 전설의 록 그룹 야드버드Yardbird의 이름도 찰리 파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막장이라는 측면에선 찰리 파커는 최악의 뮤지션이었다. 찰리는 늘 약에 찌들어 살았고 그가 클럽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유일한 이유 또한 약값을 벌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이름을 트레이드마크로 한 '버드랜드'의 무대에 정작 찰리 자신은 그리 오래 서지 못했다고 한다. 하고 한 날 약에 쩔어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인에게 가불을 요구해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막장이었을지언정 그의 음악은 최고였다. 재즈음악사에서 찰리 파커와 존 콜트레인 그리고 마일즈 데이비스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 셋은 모두 지독한 약쟁이들이었다. 그래! 이들은 바른생활 맨은 아니었다. 다만, 위대한 재즈 뮤지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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