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상공회의소 회장직 사퇴부터 해야"... 출마선언식에서 질의응답 하지 않아

지난 18일 김용창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구미시청 열린나래에서 구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회장은 새누리당 공천에 도전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김 회장측이 기자와의 질의 응답을 생략한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일부 기자들은 고성으로 맹렬히 항의하기 시작했다.

질의 응답 없이 '선언문 낭독식'에 그쳐

김 회장측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선언이다. 질의 응답은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갖겠다."고 양해를 부탁했으나 기자들은 "그럴 거면 뭐하러 불렀냐."며 더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항의하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출마선언식 시작 10여분만에 열린나래를 빠져 나갔다. 

구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용창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이날 출마선언은 '김용창 회장은 불통'이라는 중평을 낳고 말았다. 선거 가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빨간불을 맞이한 형국이다. 

그리고 김 회장이 질의 응답을 생략한 배경에는 구미경실련의 성명서 발표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미경실련은 기자회견 직전에 성명서를 발표해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김용창 회장의 구미상의 회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즉, 질의 응답 과정에서 상의 회장직 유지에 대한 열띤 공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김 회장이 이를 회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상공회의소 회장이 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상의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상의 임원 개개인에게까지 정치적 중립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김 회장이 사퇴를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

구미경실련, "구미상의 임의 단체 아냐. 선거 출마 임원은 사퇴하라"

경실련은 그러나 “직능단체의 임원이 선거에 출마할 경우 조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퇴하는 것이 국민정서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임의단체인 미국과 영국의 상공회의소와 달리 한국의 상의는 의원제(議員制) 법정단체로 특별법에 의거해 만들어진 공익법인이다. 

또 경실련은 "김용창 회장은 지역사회가 몰아준 구미상의 기반을 사적인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구미시와 지역사회도 구미상의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은 김 회장이 상의 회장직을 유지하는 한 시민사회와 언론계 그리고 경쟁 후보들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에서는 상의 조직을 동원하고,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냥 회장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구미상의가 드러내놓고 회장을 공직후보로 내세우며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면 일말의 정직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경제민주화 반대, 부자증세 반대, 무상복지 반대 등의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고 구미상의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정치 중립, 뒤로는 조직적 동원' 우려

따라서 직접적인 정치세력화를 내건들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듯 상의도 "자본중심의 보수정치(정당)"를 주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의가 그런 '당당한' 선택을 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 뒤로는 조직적 동원'식의 관변단체형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와 의심이 김 회장의 선거가도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 회장이 출마선언에서 제시한 "연봉 1만원만 받겠다."는 공약에도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진평동 주민 A씨(40)는 "한국노총 출신 모 시의원이 퇴임 때 급여를 전액 기부하는 걸 보고 '돈이 많아 저러는구나' 싶었다"며, "김 회장의 공약 역시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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