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정당, 기초선거 무공천 유력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2일 전격적으로 통합을 발표했다. 제3지대에 신당을 만들어 각자 합류하는 방식으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한 사례와 유사하다.

합당선언은 각각의 당내에서도 잘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되어 깜짝 발표되었다. 때문에 김광진 국회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인사는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고 새정치연합에서도 일각의 반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야권 통합이라는 대의가 있는 만큼 당내 반발을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쪽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야합", "저급한 정치쇼"라며 통합 선언을 맹비판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숨기지 못하는 눈치다.

새누리당 "저급한 정치쇼" 비난
박원순 김상곤과 정몽준 남경필, '엇갈린 명암'


더구나 2일은 정몽준 국회의원이 서울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날이자 남경필 국회의원이 경기지사에 도전장을 내기 직전인 시점이다.

이번 통합 선언으로 가장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된 인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새누리당보다 다소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독자후보를 내세울 경우 패색이 짙어질 박 시장이 이번 통합으로 당선가능성이 한결 더 높아졌다.

또 민주당 소속인 박 시장이 안철수 국회의원의 지원을 얻어 서울시장에 당선된 전력을 감안하면 안철수측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인해 당내에서도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해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잠재력을 지니게 되었다.

새정치연합의 영입 요청을 받아왔으나 야권단일화 무소속 후보로 경기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뒀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또 하나의 수혜자다. 교육감 3선 도전 직전까지 갔던 그가 경기도지사선거 출마로 선회할지 다시 이목이 집중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최대 승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력한 야당의 책임자로 비판을 받고 비노-친노간 계파 갈등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김 대표는 안철수 의원을 합류시킨 수완을 인정받아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선언은 새정치연합이 주도한 '기초선거 무공천'에도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다수도 기초선거 무공천을 지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 대선 후보인 문재인 국회의원도 통합과 함께 무공천 방침을 지지했다.

안철수가 비운 공간
민주당, 새누리당, 군소정당 모두에 기회


통합 정당이 무공천 방침을 확정하게 되면 공천 유지 방침인 새누리당도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공천제 폐지를 다시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은 구미 선거에서도 이런저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구미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세는 민주당을 능가하고도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은 구미에 세 가지 효과를 줄 것이다.

첫째, 민주당이 대폭은 아니더라도 얼마간 지지율이 상승한다. 아무래도 안철수 효과는 발생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구미에서도 불가피하다.

둘째, 새정치연합 지지자 중 보수 성향인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으로 이탈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실제로 구미의 정치관측가들은 안철수 의원의 통합 참여로 새누리당도 지지율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안철수 지지자중 일부는 거대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을 선택하게 되고 제3정당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는 정당들에도 열린 공간이 주어진다. 구미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녹색당이나 노동당이 이점을 기대할 만하다.

그리고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은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각기 다른 효과를 끼친다. 새정치연합에 밀리는 듯하던 민주당은 구미시의원 비례대표 1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구미시의원 가선거구(도량, 선주원남)에 출마할 안장환 민주당 구미갑지역위원장은 무공천 방침에 따라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민주당 간판으로 야권표를 결집한다는 계획이 백지화된다는 이야기다.

구미 민주당의 기초의원선거 전략,
통합효과로 인해 비례는 '안심'
무공천 방침으로 지역구는 '불안'


물론 파란색 옷을 입고 다니거나 약력에 민주당 출신임을 표방하는 등의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투표용지와 벽보에 민주당 후보임이 명시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이 경우 야권 성향으로 시의원을 지내고 있던 김성현 의원과의 승부에서 안 위원장이 특별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시작하기는 어렵다. 

한편 지방선거를 둘러싼 각종 변동들이 선거판을 뒤흔들자 구미 새누리당의 감각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구미 새누리당 인사들은 "기초의원선거가 소선거구제로 바뀐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거론조차 된 적이 없다. 

그 밖에도 '진미동+양포동 2인선거구설', '선주원남동, 도량동 2인선거구설' 등 온갖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여러 여건상 아예 불가능한 것임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면서 경선탈락자의 탈당 출마가 거의 봉쇄되고 있음에도 구미 새누리당 인사들은 "기초의원선거는 경선 안 한다", "전략공천을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새누리당이 당헌개정안에 전략공천의 여지를 남겨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호남 같은 열세 지역이나 장애인과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의 예외 조항일 뿐이다. 구미 새누리당 일부 인사들의 예견대로 되려면 당헌 및 당규를 추가로 손질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인사는 "구미 새누리당은 정보에도 어둡고 판을 읽는 눈도 어둡다."고 꼬집었다.  

또 공단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만 믿고 선거 승리를 낙관하던 구미 새누리당이 예상치 못한 '통합 암초'를 만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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