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지방선거 결과 (4)

     

2014년 구미 지방선거 결과 진보 진영은 참패했다. 2명의 진보 의원을 배출한 4년 전 선거 결과와 정반대였다.

4년 전 6.2 지방선거 직후 가장 큰 조명을 받은 단체는 구미풀뿌리희망연대(이하 '풀뿌리연대')였다. 진보 성향의 풀뿌리연대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로 직접적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지지하는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속단체의 김성현, 김수민 운영위원 두 명이 각각 민주노동당 소속과 무소속으로 출마해 모두 당선되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구미의 진보정치세력은 분열과 침체를 면치 못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합당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당원들 상당수가 이탈해 동력이 훼손되었고, 2012년 총선 직후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가 터지며 결국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 김성현 의원은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으로 나뉘어지는 가운데 무소속을 선택했다.

4년 전 2명의 시의원 배출한 구미 진보진영
이번엔 최대 패자가 되면서 선거를 마무리


한편 무소속이었던 김수민 시의원은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여 새로운 진보정치의 깃발을 올렸다. 구미 녹색당은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 불산사태 당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비정규직권리보호조례 제정, 이마트 노동탄압 항의 불매운동, 공원녹지용 농약의 발암물질 함유 폭로, 화물공영주차장 조성 추진 등을 진행했다.

김성현 의원과 김수민 의원은 각각 자신의 지역구인 가선거구(도량, 선주원남)와 마선거구(인동, 진미)에서 재선 도전에 나섰다.

이번 선거 들어 진보신당의 후신이었던 노동당이 후보 출마 전략을 세우면서 하나의 변수가 더 생겼다.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의 김혜란 활동가를 경북도의원 제3선거구(비산, 신평, 공단, 광평, 상모사곡, 임오)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또한 풀뿌리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이봉도 후보가 아선거구(고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구미의 진보 진영 후보는 4명으로 분류되었다.

유일한 진보 성향 도의원 후보였던 노동당 김혜란 후보는 21.6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낙선했다. 1992년 총선에서 민중당 후보는 집권 신한국당 후보와의 맞대결을 벌여 27.10%를 득표했는데 진보정당 후보로서 22년전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경북도의원 선거 출마한 노동당 김혜란 후보

단, 이는 노동당의 실패라기보다는 구미 진보진영의 침체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당세가 취약했던 노동당이 선거를 넉넉히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일단 20%를 넘긴 것은 '선전'에 해당한다. 노동당은 또 향후 지역 활동에서의 발판을 닦았다고 할 수 있다.  

구미시의원 가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성현 후보는 8.79%를 득표하며 낙선했다. 후보 8명 중 6위였다. 임기 내내 성실한 지역활동으로 기반을 닦아왔다는 평가를 들은 김 후보의 낙선은 지역사회에 충격을 더해주었다.

무소속 처지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야권내 경쟁을 치른 것이 패인으로 지목된다. 현역 의원으로서 인지도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했으나 젊은층을 비롯 지방자치에 무관심한 유권자층이 폭넓게 존재했던 것이다. 또 이러한 유권자들은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정당을 보고 찍는 경향이 있다.

노동당 김혜란 도의원 후보 새누리당과 1대1대결 벌여 21.67%
무소속 진보 김성현, 이봉도 시의원 후보 모두 10% 미만
녹색당 김수민 시의원 후보 2~5위 접전 속 재선 실패


아선거구의 무소속 이봉도 후보도 9.37%를 기록하며 낙선했다. 4명 중 4위였다. 야권유일후보였음에도 한자리수 득표율을 올린 것이 뼈아픈 대목이다.

원호리 등 도회지역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농촌 지역에 가까운 정치 성향을 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도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는 모두 전현직 시의원으로서 이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마선거구의 녹색당 김수민 후보도 13.46%를 득표하며 낙선했다. 2위와 불과 0.7% 차이이며 3위 당선자와도 0.6%(146표차이)였다. 4위를 차지한 새정치연합 후보와도 0.5%의 근소한 차이가 나타났다. 그러나 어쨌든 이로써 구미 녹색당은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구미 진보진영은 새정치민주연합보다는 부지런한 일상 활동을 보여주었으나 새누리당이나 관변단체에는 아직도 크게 조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2명의 진보 의원을 4년 전 배출하면서 정책 감각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이들 의원과 보조를 맞출 만한 일상 활동은 크게 부진한 상황. 이번 선거에서도 적은 후보를 냈고 진보진영을 대표할 만한 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는 0명이었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낸 노동당과 녹색당은 재기의 발판은 마련한 상황이다.  노동당은 지역의 노동 현안과 세월호 추모에 빠르게 결합하면서 지역내 사회운동권에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녹색당의 경우 유일한 시의원을 잃었음에도 표정이 어둡지 않다. 선거 결과에서도 녹색당은 다른 무소속 시민후보보다 더 나은 득표율을 보였다. 김수민 후보측은 선거 이후 "무소속이라면 표가 덜 나왔을 것"이라며 "녹색당 당적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는 없었다"고 거듭 설명했다.

또 녹색당측은 "새정치연합은 인동에 살지도 않고 활동에 부진했던 후보를 벼락공천했다"며 "저런 작태가 지속되는 한 우리는 새정치연합과는 단일화할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녹색당측은 "4년 후, 인동과 양포 지역을 비롯해 기초 및 광역의원 후보 3명 이상을 내겠다"고 밝혔다.

 

구미시의원 마선거구 녹색당 김수민 후보

노동당, 녹색당은 지역에서의 발판 마련
구미 활동 전무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위기 


한편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구미에서 후보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중심계파인 NL(민족해방파)이 예전부터 구미에서 취약했었고 그동안 구미에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구미 정의당도 통합진보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후 조직을 제대로 건설하지 못했다.

구미 지역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의 위기는 기존 진보정당 활동 동력이 거의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새로 깃발을 든 노동당과 녹색당이 예전 민주노동당보다 훨씬 작은 당세에도 불구하고 구미 진보정치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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