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아이들의 계절
봄은 아이들의 계절
  • 노희연
  • 승인 2022.04.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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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나이, 성별을 말하세요”라고 어른들이 그랬습니다.

 

봄은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다가 새로 생동하는 연둣빛 새 잎새나 따스한 날씨 같은 것이, 어른은 더 이상 되찾기 힘든 활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연상하게 한다.

 

근무하는 회사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의 목소리 데이터를 수집하여 하나의 AI 목소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린이 100명에게 목소리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한 명당 50개의 문장을 지시에 따라 읽도록 부탁해야 했다. 첫 문장은 이랬다.

“이름, 나이, 성별을 말하세요.”

첫 번째 지시에서,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가 “김 아무개, 9세, 여자” “양 아무개, 12세, 남자” 등을 말하는 대신 “이름, 나이, 성별을 말하세요”라고 지시 문장을 그대로 읊은 녹음파일을 제출했다. 담당자는 당황하였지만, 더 많은 어른들은 이 같은 날 것의 행동에 웃었다. 누가 이 예상 밖의 행동에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린이는 그런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만히 배 안에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4월이다.

가만히 있지 말고 네가 판단하라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현실적인 어른의 몫인 것일까.

 

이번에는 근무하는 회사의 자료에서 1979년에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자신의 소원을 제출한 어린이들의 글을 보았다.

 

제목: 아버지의 시간을 나누어주세요

- 박0주, 청주 교동국교 6년

“양지쪽 햇볕처럼 따뜻한 아버지가 좋아요. 공부가 조금 뒤져도 야단 대신 부드럽게 격려해 주시는 아버지, 벌보단 칭찬을 잘 해 주시는 아버지,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는 아버지가 좋아요. 우리들 중엔 비싼 값을 내고 하기 싫어도 억지로 피아노, 바이올린, 그림 과외공부로 매일 시달리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애들 마음이 비뚤어지지 않게 해 주셔요. 그리고 우리에게도 시간을 내 주세요.”

 

제목: 어머니, 저희와 함께 놀아주세요

- 김0근, 춘천 교동국교 5년

“어머니! 저희들은 선생님으로부터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말씀을 듣고 있어요, 그러나 막상 어떻게 하는 것이 효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 어머니들은 저희들에게 너무 바라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숙제니 과외공부니 뭐니 해 가지고 마음껏 놀지도 못하는데 엄마는 바쁘니까 저희들을 돌아보지도 않으니 재미가 없어요. 저희들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놀고 싶어요. 그게 더 좋은 공부가 아닐까요?”

 

어린이들의 글은 놀라웠다. 수십 년이 지나도,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날 소원은 비슷했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그저 어른들의 “시간”, 부모님의 관심과 진심, 인정이었다. 2022년 5월 5일이면 소파(‘잔물결’이라는 뜻이다) 방정환 선생으로부터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된다. 우리 사회와 우리 어른들은 어제보다 성숙한 태도로 어린이들을 대하고 있을까? 방정환 선생이 ‘한 세대 새로운 사람’이라고 불렀던 어린이들의 소원이 수십 년 동안 똑같다면,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벚꽃이 흐드러지며 바깥으로의 나들이 발걸음을 독촉하는 봄날, 말갛게 바람에 흔들거리는 꽃을 보며 어린이들을 생각한다. 어른들의 역할을 생각한다.

 

- 2022. 4. 14

 

 

이미지 출처=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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