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공공심야약국 시범운영 첫날 불을 밝힌 간판. 사진 김연주

경북지역 공공심야약국이 7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경북도는 심야공휴일 등 취약 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보장과 안전한 사용을 위해 1일부터 연말까지 공공심야약국 7곳을 시범 운영한다.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의약품 구매가 가능하며 약사의 복약 지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경북지역 공공심야약국은 인구 10만 명 이상 지역 도심형과 10만 명 미만 비도심형 등 총 7곳이다. 도심형은 포항 남구 서문제일약국, 포항 북구 두꺼비 약국, 김천 드림약국, 경산 복광당약국, 칠곡 대구약국 등 5곳이다. 비도심형 2곳은 상주 수정온누리약국, 영천 예약국이다.

공공심야약국 외에 포항, 경주, 안동, 구미 등 4개 지역 11곳에서 야간 약국을 자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공공심야약국은 국비 지원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17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기초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올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최초로 시행한다. 전국 공공심야약국 총 62개소에 야간 운영 3시간에 대한 인건비와 홍보비 등 월 360만 원의 운영 경비를 국비 지원한다. 비도심형은 비도심 보조금 25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경북도는 심야 시간대 약국 운영 필요성이 꾸준히 요구됐지만 ‘적은 이용 인원’, ‘인력 채용의 어려움’,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운영되지 못했다며 “시범사업은 경북형 공공심야약국 사업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올해 3월 경북도의회는 임미애 도의원 대표 발의로 ‘경상북도 공공심야약국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지난해 경북도가 실시한 ‘공공심야약국 도입 필요성과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에서는 응답자의 84.9%가 도입 필요성에 동의했다.

공공심야약국은 자판기 약 판매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약사 단체에서 약품 구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참여 약국 모집과 관련 교육 등을 대한약사회에서 진행했다.

공공심야약국 운영 소식을 접한 B 씨는 “집 근처에 심야 약국이 생겨서 너무 좋다”라며 환영했다. B 씨는 “며칠 전에 더위를 먹어서 약을 사러 갔다. 일요일인 데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약국 문을 다 닫아 약을 못 사고 돌아왔다. 갑자기 체하거나 몸살 기운이 있는데 밤에 증세가 더 심해질 때가 있다. 편의점보다 약국은 약 종류가 다양하고 약사한테 약을 살 수 있어 더 안심된다.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수 경북도청 복지건강국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심야 시간대 약품 구입 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의약품 오남용 예방과 안전한 투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참여 약국을 확대해 도민 건강증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공심야약국 첫날 “심야약국 문을 연 이유는…”

“밤에 약국 하나는 열려있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생각에 맞춰가는 거죠.”

7월 1일 공공심야약국 시범운영 첫날 약사 A 씨가 말했다.

그는 35년째 약사로 살았다. 의약 분업을 시행하던 2000년경 지금의 약국을 개업했다. 아침 아홉 시에 약국 문을 연 A 씨는 심야약국 마감 시각인 이튿날 새벽 한 시까지 근무한다. 연말까지는 연중무휴다.

‘심야’약국이라 힘들고 위험한 면도 있다며 A 씨는 “파출소가 바로 옆이라 용기를 냈다”고 했다. 야간에 일할 아르바이트 직원도 따로 채용했다. 그만큼 심야시간 운영에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약사 인건비로 시간당 3만 원을 받지만, 추가 인력 고용에 대한 지원은 없다. 심야에는 낮처럼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

하루 16시간 노동을 감내하면서 공공심야약국 운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심야약국의 역할이 ‘이웃을 보호하는 것’이라 말했다.

“시골은 응급상황이 많아요. 병원이 가깝지 않죠. 어르신들은 아프면 약 사러 편의점 안 가요. 119를 바로 불러요. 편의점은 약 판매가 주는 아니잖아요. 약국에서는 환자 상태를 잘 아는 약사가 빠르게 대처할 수 있죠. 약국을 오래 해보니 진통제는 아무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한 명이라도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오남용 위험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웃을 지키는 것에 더해 약을 지키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서도 말했다.

“편의점 약 판매나 자판기 약 판매는 대기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약사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좋은 약을 써요. 어느 제약회사 약이 얼마나 좋은가를 아니까요. 중소 제약회사도 저렴하고 좋은 약을 만드는 곳이 많아요. 양극화를 조절해서 중간을 만드는 것이 정치잖아요. 힘의 원리가 아니라 이웃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균형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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