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오늘의, 고전과 모던의, 인디와 메이저의 가교

결성 28주년을 맞이하는 4인조 록 밴드 H20가 6집 정규음반 'Still Foggy... But'을 발표하고 지난 11월 21일 홍대 라이브클럽 '프리버드2'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H2O는 1986년 싱글 <멀리서 본 지구>로 데뷔했고 1987년에는 1집 '안개도시'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5인조로 구성되었다. 긴 머리와 화려한 무대메너로 전형적인 LA메탈 밴드의 모습을 보였던 H2O는 '메틀 트로이카'를 형성한 시나위, 백두산, 부활과 함께 '4인방'이라 일컬어지기도 했다.

1980년대 '4인방'으로 꼽히고 90년대엔 모던 록 시대 열어

그러나 H2O는 한국 헤비메틀의 시대를 모던 록의 시대로 넘긴 장본인이기도 했다. 원년 멤버인 김준원과 '카리스마' 출신 박현준(기타), '시나위' 출신의 강기영(베이스), 김민기(드럼)가 모인 2집(1992)이 그 신호탄이었다. 이 음반은 노래방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히트곡 <걱정하지마>를 남겼다.

똑같은 멤버들로 1993년에 만든 3집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의 최고 명반으로 두고두고 칭송받으며 '저주 받은 걸작'으로 불려졌다. "록 매니아인 사람이 이 음반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불운한 사람"이라는 말을 남긴 평론가 박준흠이 이 음반을 다시 띄우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오늘 나는>, <방황의 모습은> 등이 수록되었다. 

3집을 끝으로 해체한 뒤 H2O는 '유 앤 미 블루'와 함께 1990년대 전설적인 모던 록 밴드로 남는 듯했다. 그러나 2004년, 원년 멤버 김준원과 세션맨으로 유명한 타미 킴(기타), '시나위', '아시아나' 출신의 김영진(베이스)으로 재결성에 성공하며 4집 <Boiling Point>를 발매했다. 또 2013년에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EP '유혹'을 제작했다.

이번 6집은 '유혹'에 실린 곡들과 신곡들 그리고 <안개도시>를 리메이크한 <안개도시 2014>로 구성되었다. <안개도시>는 밴드 '들국화'와 함께한 미국 공연일정 와중에 김준원이 안개에 덮인 도시를 보고 만든 곡으로 2003년 후배 밴드인 '노바소닉'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안개도시 2014>는 스트링 편곡을 곁들여 원곡보다 장중해졌고 귀에 붙는 기타 리프는 오랜 세월동안 개선된 톤 감각과 녹음 기술을 새삼 방증한다. 

<만나자>에서는 비장하면서도 차분한 김준원의 보컬이 돋보인다. 그루브감이 있어 춤추기 좋은 록 넘버 <유혹>, <I Know I'll Go>, <Me And My Brother>는 멤버들의 폭 넓은 취향과 장벽 없는 연주력을 선보인다. 

<What's up>은 단순한 진행에 1980년대 이전의 원초적인 록을 지향하고 있다. 강렬함과 흥을 겸비한 <Wonhyo>는 원효 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삽입될 곡이다. 이 다큐와 H2O가 다시 규명한 원효 대사는 춤과 노래로 민초들에게 다가간 그 시대 최고의 '록커'다. 

원효 대사 노래한 <Wonhyo>와 타이틀 곡 <별> 화제
인디와 메이저를 잇는 가교 역할 기대


발라드 곡으로는 <Caffeine 2013>과 <별>이 수록되었다. 방황과 회한을 그린 <Caffeine 2013>은 3집의 <방황의 모습은>을 이을 만한 H2O의 역작이다. 타이틀곡 <별>은 세월호 사건을 기해 만든 곡으로 온라인에서 높은 뮤직 비디오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One more time / 하늘을 봐 / 저 별을 따라가 / 어둠에 가리워도 / 별은 그 곳에 / 별은 제자리를 떠나지 않아".

H2O를 요즘 이야기되는 '인디' 밴드라고 볼 수는 없다. 1980년대산 록 밴드다. 물론 시나위나 부활만큼의 재조명을 받고 있는 밴드는 아니다. 그러나 이 밴드를 주저 없이 한국 역사상 최고의 밴드로 꼽는 매니아들의 수가 많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음악적 성향은 더 넓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 그 현대적 감각은 다른 어떤 오래된 밴드보다 훨씬 돋보인다. 그래서 젊은 인디 밴드들처럼 '메이드 인 홍대'의 느낌이 난다. H2O의 음악과 멤버들은 편안하고 익숙하게 흐르면서도, 그릇이나 지형에 따라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물과 닮았다.


"언제나 뜨거운/ 내 이름은 물 /흘러가는 푸른 물"(<Caffeine 2013> 중). 

"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메이저도 아닌, 어쩔 수 없이 중간에서 표류하는 모양새인데 우리는 우리의 태도를 지키면서 음악을 하는 거다.” (김영진)

"대중이 록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다. 록으로 히트를 칠 수 있을 때까지 할 거다." (장혁/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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