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정치1번지 (9) 선점과 주워먹기, 혼란의 당명들

헉 넌 또 누구냐?

신생 군소세력이 당명을 주워가버린 건 민주당만이 아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하자 한나라당 이름을 주워버린 세력이 있었다. 비례대표 기호 20번 한나라당은 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명 ‘알박기’에 당한 당에는 통합진보당도 있다. 약칭을 ‘진보당’으로 정하려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떡하니 ‘진보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등록되어 있었다. 이 창준위를 신고한 대표자는 옛 민주노동당의 한 당원이었다.

처음 통합진보당이 출범했을 때는 진보신당이 반발했다. 언론이 통합진보당을 줄여 표기할 때 ‘진보’라고 쓰는 것도 진보신당(현 노동당)을 자극했다. 진보신당이 정당명부 득표율 2% 미만을 얻어 등록취소당하자 통합진보당은 얼른 ‘진보당’ 약칭을 쓰려 했지만 ‘진보당 창준위’에게 막힌 것이다. 

창준위는 6개월 안에 창당을 하지 않으면 자동 해산된다. 진보당 창준위는 진보당으로 정식으로 출범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이라는 약칭을 쓸 수 있었지만 세상은 이들을 주로 ‘통진당’이라고 부르게 된다. 

통합진보당을 ‘진보당’이라 부르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1950년대 죽산 조봉암이 주도한 ‘진보당’. 조봉암은 평화통일을 선도적으로 제창했고 이승만 정권에 의해 북한과 연결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했지만, 북한 정권의 이념과는 완전히 선을 그은 ‘사회민주주의자’였다. 통합진보당 주류의 ‘진보당’ 사용은 조 선생을 존경하고 뒤따라온 이들에게 반감을 샀다.


'새정치당', 2014년 구미에서 무려 3.16%  

2014년 지방선거에는 국제녹색당이 나타나 녹색당과 헷갈렸다. 알고 보니 국제녹색당이 녹색당보다 먼저 생겼다. 나중에 생겼다면 유사명칭으로 규정당해 그 이름을 못 쓰지 않았을까. 전세계 각국의 녹색당처럼 탈핵을 외치는 녹색당과는 달리, 이 ‘국제녹색당’은 핵발전을 찬성한다고 밝혀 창당 배경에 의문이 인다. 
 
새정치연합과 헷갈리는 ‘새정치당’도 있다. 구미시의회의원 비례대표에도 후보를 냈다. 후보를 낸 당이 3개밖에 없어서인지 무려 3.16%를 얻으며 기염을 토(?)했다.

당시 내가 아는 어느 뉴스풀 조합원은 “새누리당, 새정치연합은 찍기 싫다. 새정치당을 찍겠다”고 했다. (나는 시의원 정당명부는 아무에게도 투표하지 않고 빈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쓰레기통에 넣기는 쑥스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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