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구미사람'... "봉사가 아닌 삶의 일부, 실생활"

(1편에서 계속)

뉴스풀(이하 '뉴'): 아직까지 인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어르신이 계신가?

이엄희 부단장(이하 '이'): 모 공원 뒷편에 집이 있다. 거기 방풍 작업도 하고 그랬다. 우리 이모란 총무팀장이 부모님 생각이 난다며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뉴: 그 사이 돌아가신 분들도 계실 텐데.

이: 아유, 많죠. 명절 전후로 생필품, 쌀, 떡국을 준비해서 봉사를 다녔던 어르신 댁이나 한부모 가정에 재방문한다. 가보니 그 집 이웃들이 돌아가셨다고 알려주시는 경우들이 있다.

김민성 단장(이하 '김'): 고아의 OOO 할아버지는 "다른 봉사단체는 생색만 내고 가는데, 이 봉사단체(구미청년연합봉사단)는 꼼꼼이 다 챙겨간다"고 칭찬하시고 아이스크림도 사다주시고 하셨다. 몇 년 전 재방문했더니 돌아가시고 난 뒤였다.

부고 소식을 접할 수 없으니 재방문 때야 아는 사례가 많다. 서글프다. 그나마  돌아가시기 전 몇 년이라도 편하셨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보람을 느낀다.

인터뷰 초반, 김민성 단장은 "저는 말주변이 없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는 추가 질문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답변하고 설명했다.

젊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
단지 자녀가 있다고 수급자에서 탈락한 어르신...
복지사각지대가 가장 안타깝다 


김: 우리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거의 외곽지다. 뙤약볕에 땅을 파고 수도관을 연결한 적도 있는데 그 집 어르신도 돌아가셨다.

▲ 구미청년연합봉사단 김민성 단장(오른쪽), 이엄희 부단장

중심지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다. 젊은 부부가 아기를 놓고 사는데 혜택을 못 받고 자립을 못 하는 사례도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멀쩡해 보일지라도 사정이 있다. 저희 봉사단 입장에서는 그런 분들 처지를 어디다 말하기 껄끄럽다. '젊은 사람이 뭐가...'라고 수군거리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오히려 그 집 어르신이 젊은 아들을 돌봐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저희도 가기 전에는 '이런 곳도 해야 하나' 싶다가 막상 실제로 보면 '아 이렇구나' 하고 느낀다. 우리가 보기도 전에 생각을 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미리 내린 답이 틀린 답이더라는 걸 알면서 많이 느낀다.


뉴: 현장에서 '국가나 지자체가 이런 정책을 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김: 수급을 받아야 할 입장인데 서류상의 여건으로 평가되어서, 무지하게 어려운 상황인데 혜택을 못보는 것을 본다. 기초수급에서 탈락되신 분들은 저희도 찾기가 애매하다.

뉴: 복지 사각지대다.

김: 그렇다. 그런 케이스들이 가장 안타깝다. 보완해서 체계를 바꿔야 한다.

뉴: 실제로 복지전문가들은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거다.  

이: 맞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부모에게 짐이 되는 자녀도 있다.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에 점점 더 소홀해질 것이다. 사회에서 인성교육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 다녀보시면서 예전에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뀌거나 새롭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면?

김: 2006년 봉사단에 들어오기 전에도 봉사를 조금 하고 있었는데 '형식적인 봉사'였다. 이제는 몸으로 부딪히는 실질적인 봉사다. TV에서나 보는 봉사 사례에는 웃기도 한다. '저것이 하는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봉사는 봉사가 아니었다.

이제 '봉사'라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다. '봉사'라는 개념이 (오히려) 없어졌다. 이건 실생활이다.


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다?

김: 그렇다. 단원들은 '봉사는 중독'이라고도 한다. 한 달 30일 중에 하루는 꼭 해야 한다. '봉사'라는 말은 스쳐지나는 분들이 오히려 많이 쓰는 것 같다.

'봉사'라는 개념이 오히려 없어져... 
"삶의 일부이며 실생활이다"


이: 저는 2009년에 합류했는데, (사람들이 보통) 실질적으로 봉사에 참여하기가 참 힘들다. 한두번 나오고 안 나오시는 단원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쉽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어렵다.

지속적이지 않은 봉사는 별 의미가 없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봉사여야 한다. 저는 봉사가 기다려진다. 기다리면서도 행복을 느낀다. 실생활에서도 활력소가 된다. 이제 마음에 쌓이고 쌓여서 언제든지 봉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데서도 그런 마음이 나타난다.


뉴: 지금 봉사단 회원들의 연령대나 성비는?

이: 지금은 가족단위 단원이 많아서 유치원생부터 5,60대가 된 초창기 멤버들까지 있다.

주 활동연령대는 3, 40대다. 여성, 남성 비율은 비슷하다.

 

 

뉴: 회원 분들끼리 자주 놀러도 가고 친목도모도 하는가?

이: 서너달에 한 번은 수련 겸 정화활동으로 단합대회도 한다. 하계 수련회도 간다. 연말에는 송년회를 갖는다.

여담이지만 이엄희 부단장은 뉴스풀 조합원이면서 스포츠뉴스를 연재하기도 했다. 최근 기사가 올라오지 않아 사정이 궁금했던 독자들이 있었다. 이 부단장은 "기사를 쓰던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기사를 올릴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뉴: 회원 분들끼리 나눈 추억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 회원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하면 감사패를 전달한다. (웃음)

뉴: 누가 누구한테 감사패를 드리는가?

이: 봉사단이 부부에게 드린다.

뉴: 부부가 봉사단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웃음)


김: 결혼하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를, 봉사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하객들께 알려드리는 의미가 있다.

단원들끼리 작은 것을 챙겨드리려고 노력한다. 챙겨준 사람은 뿌듯하고 받는 사람은 즐겁다. 근 10년동안 알게모르게 가족보다도 정이 들었다.


이: 단원들끼리 비누 만들기, 심폐소생술 같은 교육을 하기도 한다.

김: 이번에 홍보 책자를 발간했다. 이번에 2회째다. 말로 설명하기는 봉사단을 보여주기 애매하더라. 행복나눔박람회에서 프린트물로 나누어 배부했었는데 미비한 게 있어서 책자로 만들었다. 우리 회원들에게 광고비를 받아 제작했다. 한 해 있었던 일을 돌아볼 수 있다.

 

 

자재 비용이 많이 늘어나서 기금도 모으고 있다. '사랑의 저금통'이라는 걸 만들어 가게 매장 같은 데 놔두었다. 이렇게 도와주신 분들도 책자에 실려 있다.

'직접 참여는 못하지만 회비라도 내면 안 되겠느냐'는 분들도 계신다. 물품으로 회원해주시기도 하고. 우리 힘 자체가 커졌다고 본다. 간접적으로라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니까. 대기업 같은 곳에 손쉽게 큰 후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형식적이다.

구청연의 후원계좌는 '농협 352-0518-1458-73 이모란 총무팀장'이다. 다음카페(http://cafe.daum.net/gumiunion)를 통해 참여할 수도 있다.


뉴: 지역아동센터와도 MOU를 체결했다.

김: 아동센터는 (운영에 관해 관에서) 다 지원이 나오는 줄 알았다. 막상 내부를 보니 그렇지 않더라. 비용은 한정되어 있고 수리는 해야 하는 아동센터를 발굴해서 저희가 가서 수리 작업을 한다.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MOU를 작년에 체결했다.

2015년에는 등불 밝히는 '반딧불이 사업' 계획
"구청연은 '단체'라기보다 '매체'다"


뉴: 올해 추진할 '반딧불이 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 주변에 등이나 손길이 필요한 곳, 어두침침한 장소인데도 어르신이나 장애인이라 처리가 힘든 곳을 살펴보고 등을 교체해주는 것이다. 등만 바꿔줘도 새로운 환경이 된다.

회원 분들께도 도움을 구해야 한다. 발로 뛰어야 할 사업이다. 굳이 운영진이 안 가도 회원 분들이 찾을 수 있다. 더 가까이에 봉사단이 투입되는 것이다. 어떤 드라마를 봤는데 반딧불이 하나가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더라. 여기서 착안해서 명칭을 지었다. 작은 빛이, 한 명의 손길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뉴: 또 앞으로 해보고 싶은 사업은?

이: 전세계에 아동에 대한 후원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저희 고문님도 어린이재단에 월3만원씩 내면서 한 명의 어린이를 후원하시고 어린이 사진을 식당 카운터에 올려놓으셨더라. 우리 봉사단도 (어린이) 한 명 정도 선정해서 후원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김: (잠시 생각하더니) 직접 몸으로 봉사를 뛰시는 분들은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항상 벽에 부딪힌다. (일단) 단체에 변화를 주고 실속을 갖추고 후회하지 않게끔 (단체를) 발전시키는 게 목적이다. 주변에서 (저희를) "한 단체라기보다 매체다"라고 보셨으면 한다. 우리 단체가 중간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단체에서) 비리 사건은 돈이 투명하게 쓰이지 않아서 터진다. 돈 때문에 공중분해되는 단체가 많다. 저희는 그런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돈을 쓰려고 할 때 우리끼리 싸운다. 많이 싸워야 정답을 뽑아낸다. 다툼을 하면서 아이템이 생기고 새로운 방향이 제시된다. 그렇게 하면서 생각이 표현된다. 우리는 발전하는 다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대신 회원들에는 이득이 된다. 혼자 뭐든지 다 운영하려면 식상한, 한정된 생각밖에 안 나온다. 일방적인 통행이다. 여기 부단장님하고도 어떤 때는 큰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웃음)

김민성 단장과 이엄희 부단장은 신중하고 조용한 인상을 풍겼다. 두 사람의 논쟁 풍경이 새삼 궁금해졌다.


뉴: 맞다. 때로는 낯을 붉혀야 문제가 잠복이 안 된다.

 

 

뉴스풀: 마지막으로, '2014년의 구미 사람' 선정자로서 독자 분들,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엄희 부단장: 체계를 잡는 여러 노력들이 오늘날 상을 받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굉장히 많은 분들께 감사한다. 2015년에도 주변을 돌아보시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저희에게도 연락을 주시면서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김민성 단장: 봉사를 하는 분들이 계셨기에 저희가 선정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봉사활동을 하시는 뉴스풀 조합원들이 저희에게 힘을 실어주신 것으로 본다. 더 열심히 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앞으로 열심히 뛰어서 '같이, 나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봉사연합의 구성원 되자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경제 행위를 크게 두 갈래로 분류했다. '돈 벌이'와 '살림살이'. 구미청년연합봉사단에게는 두둑한 자금이 없다. 이 비슷한 입장에 처한 단체들은 상당한 수가 우선 수입 확대, '돈 벌이'를 꾀한다. 거액 후원자를 모시기도 하고, 대기업이나 거대 단체를 잡기도 한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단체 역량을 과장하고 그럴싸하게 사업타당성을 꾸며내기도 한다.

그러나 구청연이 택한 길은 회원들이 알음알음 모은 '있는 돈'으로 사업을 꾸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돈 뿐만 아니라 한정된 시간과 여유를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었고 작은 살림으로도 누구보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이런 형편이니 자연히 기술력을 갖고 결합한 이들도 능력과 재료를 선뜻 기부하게 되었을 것이다.

구청연의 '살림살이'는 그 의의가 창의성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갖고 있는 것은 모두 밑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신도,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들은 또 일상과 동떨어진 '봉사'의 개념을 깨트렸고, 멤버쉽을 소중히 하는 '단체'를 넘어서서 모두에게 참여할 기회를 여는 '매체'로 거듭나고자 했다.

구청연에 가입하든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하든 한번쯤 선언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 우리 모두는, 봉사연합의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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