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에게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날씨까지 따뜻하니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 더 바쁘다. 이대로 봄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겨울이 추워야 병해충도 덜하고 농사가 잘 되는데, 설이 지난 지금까지 눈이라곤 한 톨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리다니. 농사도 농사인데 그것보다 첫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달리며 얼굴에 달라붙는 수박씨 같은 눈을 느끼고 싶다.이번 설에 할아버지 집에 온 네 모습을 보니, 훌쩍 큰 것 같아 삼촌 기분이 좋더구나. 씩씩하게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세뱃
소율이에게 벌써 2019년이 저물어 간다. 얼마 전에 한 해를 시작한 것 같은데, 며칠 뒤면 2020년이라니. 마흔이라니. 시간은 쏜 화살처럼 소리도 없이 빨리 가네.송년회를 한다고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 갔어. 어둑어둑 일찍 해가 기울고 안개가 깔리더니,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12월 마지막 날에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다니. 존재를 잊어버린 겨울인지, 한 해가 아쉬운 투정인지.삼촌이 어릴 적 초등학교 때, 겨울 방학식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한밤이었어. 소변이 마려워
아침으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와. 올 한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져.소율아 잘 지내고 있지?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 들녘으로 농민들은 추수하느라 여념이 없어. 태풍으로 나락이 넘어간 논들 사이로 부지런히 콤바인이 움직이며 추수를 하고 있어. 콤바인이 벼의 이삭을 떨어내고 논바닥에 볏짚을 남겨놓으면 트랙터가 볏짚을 공룡 알처럼 말아 놓아. 추수가 끝난 논에서 흔히 보았던, 흰 비닐로 감싼 공룡 알처럼 생긴 것이 바로 소여물로 쓰이는 볏짚 뭉치야.콤바인이나 트랙터가 없던 시절에는 추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