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레 학당 공부 모임은 노래로 시작한다.‘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로 노래를 시작하면, 수다가 멈추고 마음이 한자리에 모인다.‘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를 부르며 모두의 목소리가 하나로 포개어지면, 노래는 끝이 나고 공부는 시작된다.우리가 공부로 만날 넓은 세상은 시공간을 가로지른다. 역할에서 벗어나 상상력의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된다.2003년 3월 첫 삼국유사 함께 읽기는 ‘알에서 나온 혁거세왕’으로 진행되었다. 서정오 선생님이 다시 쓴 [어린이 삼국유사](현암사)에는 여러 건국신화가 실려 있다. 우리가 살아
군위공부모임〈세이레 학당〉_ 삼국유사 함께 읽기 모임 “우리 모임 이름은 ‘웅녀 정짓간’으로 합시다!”농사를 짓거나 가공업을 하는 군위 지역민 10여 명이 둘러앉아 ‘밀키트 가공 협동조합’을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을 모아가고 있었다. 아직 코로나19가 그 세력이 만만치 않을 때였고, 도시의 골목골목마다 밀키트 편의점이 유행이라는 소식이 전해질 무렵이었다.꾸준히 농업에 관한 공부를 해 오던 모임[행복을 가꾸는 농부] 가 코로나19로 잠시 모임을 쉬다가 다시 협력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려 하던 차였다. 함께 협동조합 설립의 과정을 공
상담으로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나 혼자 상담받는다고 남편이 갑자기 살가워지진 않았다. 그래도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의 원인이 모두 남편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니 화만 나면 남편에게 화살을 돌리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개인 상담에서 상담 선생님과 작업을 통해 유년기를 돌아보며 내가 그토록 육아에 몰입하고자 했던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책들을 진공청소기가 흡입하듯이 열심히 읽어나가면서, 내가 돌보지 않은 나의 감정이 남편에 대한 불만과 뒤섞인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내 마음 다루기도 이렇게 어
오늘 아침에 아이들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구본 ‘공구’이다.알람 신청을 해둔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구본 공구 알림이 떴고, 품절이 되기 전에 얼른 결제했다.며칠 뒤에 지구본이 택배로 올 것이다.인터넷을 켠 김에 즐겨가는 커뮤니티 몇 군데를 둘러보고, 익숙한 닉네임의 글에는 댓글도 단다.어제는 zoom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있어, 오전 내내 머리에 쥐가 내리도록 공부했다.한 달에 두세 번 이상 구미와 대구로 볼일을 보러 간다. 직접 보고 사야 하는 물건이 있거나, 아이들 병원을 가거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 다른 지
돌아가는 이유, 두려움. 군위 우리집에서 경주 ‘나정’까지 고속도로를 타면 한 시간, 국도로 가면 한 시간 사십오 분. 망설임 없이 국도를 탄다. 아이들에게 ‘셋이 합쳐 [한]이라는 글자를 40개 찾으면 편의점에 간다.’는 미션을 주고 출발! 군위의 동쪽으로 달려 부계와 산성면을 지나 영천시 신령면에 닿는 동안 40개가 금방 채워진다. ‘한우 전문’이 왜 이렇게 많은가! 다음에는 더 어려운 음절을 제시해야겠다.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편의점 고고!’를 외치는데, 드문드문 있던 식당도 없이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가도 가도 영천시를 벗
2018년 〈삼국유사 이바구꾼 양성과정〉 교육에 참여하면서, 삼국유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다시’ 만났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고, ‘단군신화’를 비롯한 몇몇 이야기만을 알뿐, 삼국유사를 잘 모르고 있었다. 새로 읽게 된 삼국유사 이야기들도 모두 재미있었고, 특히나 ‘일연 스님’의 여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국내 정치 상황도 혼란스럽고 몽골의 침입도 있는 어려운 시대를 스님으로 살아가면서, 일연 스님은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았을까 궁금해졌다.차로 다녀도 먼 거리를 동서남북으로 오가면서, 이야기를 수집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