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5주년을 맞은 영남대학교(총장 최외출)에서 비정규 교수, 전 교수회 임원 등 학교 구성원과 대학본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영남대 본관 앞에는 계약만료 비정규 교수에 대한 재계약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천막농성이 50여 일째 진행 중이다.

영남대 최외출 총장은 지난 1월 7일 노조와 학교 측이 체결한 고용유지 등 비정규 강사 노동조건 및 처우 관련 합의서 이행을 거부했다.

영남대는 교육과정 개편을 이유로 비정규 교수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 영남대는 ‘개교 이후 최대 규모 구조개혁’으로 ‘대학 혁신’을 ‘선도’한다며 교육 편재 개편을 발표했다. 2023년 기존 새마을국제개발학과를 포함한 글로벌인재대학을 신설해 외국인 학생 유치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1월 영남대가 노조와 체결한 합의서 내용은 ▲2022년 2학기 학부 및 대학원 강사 수 유지 및 기본 시수 보장, ▲글쓰기, 실용영어 등 강사 고용 및 강좌 개설 보장, ▲강사 경조사에 총장 명의 화환 전달, ▲야간 담당 강사 석식 지원 등이다.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 농상장. 사진 김연주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 농상장. 사진 김연주

영남대는 비정규 교수 정원 유지와 고용 보장 등 합의를 깨고 7월 29일 2학기 강사 채용 공고를 냈다. 노조에 따르면 2학기 강사 채용 인원은 직전 학기보다 80여 명이 줄었다. 2019년 강사법 시행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비정규 교수 정원은 120여 명이 감소했다.

노동조합은 영남대가 합의서 이행을 거부한 데 대해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을 냈다고 밝혔다. 부당노동행위 관련 경북지노위 심판이 8월 5일 있을 예정이다.

권오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 분회장은 “글쓰기, 영어 교양과목 한 수업당 수강 학생 수가 다른 학교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수업 분반이나 학생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개설해 비정규 교수 정원을 유지할 수 있는데도 학교는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며 “오래 강의해온 강사들의 교과목이 사라지고 고용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총장 직선제를 요구했던 전직 교수회 임원에 대해 최외출 총장이 징계를 추진하면서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보복성 조처라며 교수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지역 교육단체와 노조, 사회단체가 대책위를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영남학원 이사장을 지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외출 총장은 2021년 총장 취임 이후 대학 운영 민주화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해온 전 교수회 이승렬 의장과, 김문주 사무국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2019년부터 2020년 교수회 임원 신분으로 이승렬, 김문주 교수는 영남대 총장 선출 직선제를 위한 학칙 개정을 추진하고, 구 박근혜 재단 특수관계인 의혹 고발과 영남재단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 최염 선생 강연회 개최를 주도했다. 김문주 교수는 사립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권 당시 출범한 공영형사립대추진협의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학교 측은 지난 6월 21일, 징계 재심의를 통보하면서 영남대 전신 구 대구대 설립자 후손 최염 선생 강연회 개최, 학내 특정 인사 검찰 고발 건, 검찰개혁 3차 촛불 집회에서 특정 인사 비판 건, 총장 선출 규정 개정 부결 관련 국정감사 증언 건, 교내 여교수 성폭력 피해 관련 기자회견 발언 건, 교수회 회비 회계 지출 관련 건 등을 징계 사유로 밝혔다.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 교육단체들은 최외출 총장의 ‘사적 보복’이라며 징계 철회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지난 7월 5일 영남대 본관 앞 보복 징계 규탄 기자회견에 이어 7월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7월 21일 국회 앞에서 보복 징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영남대학교전임교수회임원부당징계철회대책위
7월 21일 국회 앞에서 보복 징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영남대학교전임교수회임원부당징계철회대책위

지역사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북지역 최초 민립대학 설립 정신은 뒤로한 채 영남대가 새마을 비즈니스에 과도하게 열을 올린다는 것. 또 대학 사유화 반대에 앞장섰던 교수회 임원에 대한 징계 재심의는 대학 민주주의의 퇴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경북·대구지역 단체들은 영남대 사유화 저지, 대학 정상화, 민주적인 운영 등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영남대 교수회와 영남재단, 학원 민주화

영남대 교수회 출범의 역사는 민주주의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영남대 교수협의회는 1979년 10·26사태와 1988년 박근혜 전 영남학원 이사장 퇴임 직후 민주재단 구성과 총장 직선제 시행에 앞장섰다. 1989년부터 2007년까지 임시이사 체계를 지나 구재단이 사실상 영남학원에 복귀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영남대학교 교수회의 첫 출범은 10·26사태 이후 유신잔재 청산 논의 과정에서 촉발되어 1980년 3월 28일 정식으로 발족했다. 같은 해 4월부터 유신잔재 척결, 민주재단 건설, 학칙 개정 등 학원 민주화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5월 9일 전체교수회의 총장 신임 투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다.

1980년 5월 14일 영남학원 재단 이사장으로 문교부가 박근혜를 최종 승인하면서 학원민주화 투쟁은 박근혜 이사장 퇴진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5월 17일 비상계엄령 선포로 학원 민주화 투쟁은 침체기를 맞는다.

1987년 6.29선언과 대통령 직선제 투쟁을 계기로 그해 9월 교수협의회가 재창립했다. 박근혜 재단 퇴진과 총장 직선제 회칙 개정 활동도 본격화한다. 교수협의회가 박근혜 재단에 의한 입학 부정사건을 전한 1987년 11월 2일, 박근혜 이사는 영남학원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이후 영남대 교수협의회는 11월 8일 이사 선임과 관련하여 아래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

영남대학교 교수협의회는 10월 24일 임시총회에서 학교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박근혜 이사를 포함한 현 이사진의 전면 퇴진을 의결하여 결의문을 낸 바 있으며, 그 이후 교수와 학생들의 줄기찬 요구에 의해 박근혜 이사 등 현 이사진이 전면 퇴진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관선 이사 또는 이사가 선임되어야 할 상황에서 교수협의회는 학교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이사로 선임되어서는 아니됨을 밝힌다.

박근혜 이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었거나 옹호하고자 하는 인물

통합 이전에 연고권과 관련된 인물

정치 및 재계와 밀착하여 신망을 잃은 인물 및 종파적 색채가 강한 인물.

이사가 되어 학사 행정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이사의 지위를 개인적 이익에 이용할 것이라는 오해를 주는 인물.

동시에 우리 교수협의회는 덕망과 학식을 겸비한 참신한 인물로서 학교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학계와 지역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로 선임되어야 함을 결의하는 바이다.

이러한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이사의 선임을 우리 교수협의회는 단호히 거부할 것임을 천명한다.

1988. 11. 9.

영남대학교교수협의회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신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의 진화는 영남대에서 재단 정상화, 민주화의 여정으로 다시 한번 나아갔다. 대학 민주화의 마지막 싸움이 전 교수회 임원에 대한 징계로 가시화했다.

개교 75주년을 맞은 영남대는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새마을학 수출에 발 벗고 나선 최 총장의 대외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 5월 영남대 박물관 1층에 역사관을 연 데 이어 오는 10월 영남대학교 75년사 책 발간을 앞두고 있다. 민주주의의 성장과 함께 반복된 영남대 재단 민주화를 위한 여정이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영남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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