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어국문학과 강사 최병해라고 합니다. 일개 강사 신분으로 총장님과 학교가 시행하는 정책을 비판하여 분에 넘치는 면이 있지만, 제가 영남대학교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총장님이나 어떤 교직원보다 작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영남대학교 다닌 덕분에 시인 등단도 했고, 평론가 등단도 했습니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영남대 국어교육과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21년 3월에도 영남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교수협의회 의장 징계를 반대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사라져서 이 글 말미에 다시 붙여두었습니다. 이 글 또한 그때와 마찬가지로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쓰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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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을 시작하며 _ 영남대학교의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

최근 영남일보를 시작으로 경향신문, 대학신문 등에 이어 뉴스타파까지 영남대학교에 교수 징계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영남대학교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합당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교수 징계 문제 외에도, 저는 현재 영남대학교에서 시행하는 ‘글쓰기’ 및 ‘영어(외국어)’를 교양 필수가 아니라 학부 선택으로 바꾼 교양교육 정책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현재 총장님이 지니신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와 그것에 대해 제대로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이에게 축복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권력자가 이끄는 공동체에도, 권력자 자신에게도 불행입니다. 현재 영남대학교는 ‘지성의 전당으로서 애국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교육과 생산교육을 추진’한다는 창학 정신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영남대학교의 의사 결정과 정책 시행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알고,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게시판에 올립니다.

물론 이런 문제 제기는 제 개인의 생각일 수 있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런 분이 있으시다면 제가 제기하는 아래의 3가지 문제에 대해 이 공간이든 아니면 다른 장소든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잘못 판단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사과하고 수용하고 정정하겠습니다.

 

2. 전임 교수회 의장 및 부의장에 대한 ‘정직 3개월’ 징계 시도에 대해

“전임 교수회 의장 및 부의장에 대한 3개월 정직 징계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그 징계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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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혔듯이 저는 2021년 3월 23일 영남대학교 자유게시판에 전임 교수회 의장 징계의 부당함에 대해 건의문을 올렸고, 이 문제에 관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다시 징계 절차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 7월 7일 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교수협의회 의장과 부의장에 대한 징계 사유는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2019년 8월 당시 최외출 교수(현 총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과 사기 등의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점, 둘째,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 최 교수를 비판해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점, 그리고 셋째, 옛 대구대학(영남대 전신) 설립자의 손자 최염 선생을 초청해 강연회를 연 점, 넷째 교수회 회원들의 회비 사용에서 회계 원칙을 지키지 않은 문제 등입니다. 그 중 세 가지는 지난 2021년 3월 당시부터 거론된 문제였고, 이번에 넷째 문제가 추가되었습니다. 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논박해 보겠습니다.

첫째, 둘째 문제 : 어떤 대학이든 교수협의회 의장, 부의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면, 그 학교의 행정이나 운영 과정에 대해 의문이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할 수 있고, 그 해명이 석연치 않으면 고발을 하는 것이 직책에 따른 소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동료 교수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학교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 아닙니까?

그리고 대학의 존재 이유는 진리에 있고, 그 진리에 이르는 길은 비판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의문이 있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그것이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밖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거 없는 ‘비난’이 문제이지, 당시 제기된 의혹을 두고 정당하게 ‘비판’한 것이 왜 문제입니까? 문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비판하는 것 역시 교수협의회 의장단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의문이 있는 것에 눈 감고 지나간다면 그것이 어떻게 대학 구성원의 도리이겠습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직 대통령이나 현직 대통령조차 자주 비판과 고발의 대상이 됩니다. 어떤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고발한다고 해서, 그것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 발전을 위한 제언으로 삼고, 관용과 화합의 장으로 승화시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대학의 풍토를 만들어 가실 것을 바랍니다.

셋째 문제 : 학교에 전 재산을 기부한 설립자의 손자를 학교에 초청해 강연하는 것을 징계 사유로 삼은 일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우리 대학의 전신이 대구대학이고, 그 대구대학은 독립운동가인 최준 선생께서 전 재산을 기부하여 설립한 게 맞는데, 왜 그분 손자의 강연을 막아야 하고, 그 강연 개최가 징계 사유가 되어야 합니까? 그렇게 할수록 징계를 시도하는 측의 편을 가르려는 의도만 부각될 뿐입니다. 최준 선생이나 대구대학의 전통을 거부한다면, 영남대학교 휘장에 사용된 1947년이란 연도도 바꾸어야 일관성이 있지 않을까요. 필요한 것은 다 가져다 쓰면서 왜 그 설립자의 후손들에 그렇게 모질어야 합니까? 그리고 이 사유로 징계를 한다면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저희들은 자랑스러운 뿌리를 부정해야 하는 자괴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넷째 문제 : 이번에 추가된 것이 교수회 회원들의 회비 사용과 관련하여, 문서 처리가 회계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공금을 사용하면서 배임이나 횡령도 아닌데, 이것을 징계 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배임이나 횡령이 없었다면 교수회 차원에서 회비를 집행할 때 교수회 내부 규정을 따랐는지 검토하고, 감사를 실시하여 바로잡으면 될 일입니다. 교수회의 회비 운영은 어디까지나 교수회 자치의 영역이지, 이를 대학 본부가 문제 삼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디까지나 징계를 염두에 두고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 네 가지가 징계 사유가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고, 또 3개월이라는 중징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징계가 부당하며, 징계 시도가 처음 있던 2021년부터 현재까지 이것이 영남대학교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 징계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일이 하나의 사례가 되어 앞으로 다른 분들이 비판할 일이 있어도 위축되게 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징계로 한 번 본을 보여 앞으로 제기할 비판적 시도의 싹을 잘라버리고, 모두를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입니다. 그렇지만, 공적인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그것을 억압하고 처벌하려는 시도는, 역으로 그것을 억압하는 자가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라도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 두려움에 떨지 않으려면, 원리 및 원칙에 따라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길뿐입니다. 힘으로 다른 의견을 억누르는 것은 잠시 면피가 되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남대학교의 ‘교육목표 3’이 “민주교육의 이념을 바탕으로 합리적 사고와 시민정신에 투철한 도덕적 사회실현을 위한 주체적, 창조적 인간교육에 힘쓴다.”입니다. 저는 이번 두 분 교수 징계가 이러한 교육목표에 부응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합리적 사고와 시민정신에 투철한 도덕적 사회 실현을 추구한 교수를 탄압하려는 것이 아닙니까?

마이클 센델 교수는 “정의는 좋은 삶(공동선)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현재 영남대학교에서 시행되는 징계 절차는 ‘공동선을 향한 고민’을 담고 있고, ‘이견을 수용하는 문화’에 기반한 것일까요? 저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던 분이 오히려 핍박받는 현실, 그 역리적 현상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더더욱 정의가 아닐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제 생각과 다른 의견이 있는 분은 아래에 제가 올린 글도 참고해서 보시고 이견을 제시해 주십시오.

 

3. 대학 교양 교육에서 ‘글쓰기’ 교육과 ‘영어(외국어)’ 교육 방기에 대해

“대학 교양 교육에서 ‘글쓰기 교육’과 ‘영어’ 교육을 교양 필수가 아니라 학과 선택으로 돌린 것은 대학이 교양 교육의 기본을 방기하는 것이므로, 재검토를 요청합니다”

잘 아시듯이 영남대학교는 2018년에 교양교육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했고, “2018년도 대학 교양교육 심화 컨설팅 영남대학교 진단 결과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보고서’에서 ‘글쓰기’와 ‘영어(외국어)’는 교양 필수로 지정하여 전체 학생이 듣게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양 교육의 기본이 ‘글쓰기’와 ‘외국어(영어)’에 있음을 밝힌 것이고, 이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국내 어느 대학교의 교육과정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영남대학교는 ‘글쓰기’와 ‘영어’를 교양 필수가 아니라 학부 선택으로 만들어 대학 교양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 두 과목이 현저히 약화된 교양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영남대 학생들의 학업 성취 및 사회 진출 후의 창작 및 표현 활동에 큰 문제점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학교에서는 총장님 인사말에 밝혔듯이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정형화된 인재 대신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교육과정을 새로 편성하여 선도하려고 하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영남대학교 추구하는 비전이 ‘인류사회 번영에 공헌하는 창의혁신대학’이고, 현재 영남대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경계를 허물고 지식과 경험을 연결·통섭하는 창의 혁신 인재’입니다. 그리고 그 인재상의 요소로 ‘공성, 인성, 창의성, 진취성, 전문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사말의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인재’나 비전에서 내세운 ‘창의혁신’ 그리고, 인재상에서 강조한 ‘창의성’과 ‘전문성’은 교양 교육의 ‘글쓰기’ 교육 및 ‘영어’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글쓰기’ 교육 없이 이러한 요소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글쓰기’는 가장 고등 정신 기능을 필요로 하며,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 능력을 발달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과목입니다. 대학의 학업이나 대학 생활에서 각종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초가 되고, 석사 박사 과정의 학문 연구에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졸업 후 학생들의 다양한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 과목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 교양 교육에서 글쓰기를 가장 기본 과목으로 정해 놓았고,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들 모두가 듣는 교양 필수로 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초·중·고 교육에서 ‘글쓰기(작문)’ 과목이 있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제대로 된 작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서 작문 능력이 부족합니다. 부족한 글쓰기 능력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저절로 갖추어지는 게 아니고, 적절한 지도와 연습과 피드백을 통해 갖추어집니다. 그래서 2018년 교양교육 컨설팅에서도 ‘기초글쓰기’를 교양 필수로 둘 것을 강조했고, 나아가 ‘기초글쓰기’ 이후의 상위 학년에도 글쓰기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외의 여러 교육 전문가들도 글쓰기를 저학년에서 그치지 말고 고학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학년까지 다양하게 심화된 글쓰기를 추구하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인데, 영남대학교는 그나마 시행 중인 ‘기초글쓰기’마저 학과 선택으로 돌려 극도로 위축시켰습니다. 이러한 교육과정에 따르면 학생들의 사고 능력과 표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전체적인 작문 능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글쓰기가 아무 성과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교양에서 글쓰기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오래지 않아 심각한 피해가 드러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제 개인적 경험으로, 저는 대학의 글쓰기 교육에서 많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교육을 내면화한 결과 평론, 논문 등에서 상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교수님과 선배 후배님도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크든 작든 대학 교육에서 배운 글쓰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논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대학 글쓰기 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최근 한류 드라마, 웹툰, 영화, 문학 등이 유행하는데, 그 바탕이 되는 것은 모두 창의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곧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입니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여전히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외국어)’의 중요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고 할 때도 영어는 기초가 되고,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영어는 기초가 됩니다. 물론 영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과의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공부를 하고, 또 여러 가지 시험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영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학과의 학생들에게는 대학 교양 교육으로 저학년에서 영어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교양 교육에서 ‘글쓰기’와 ‘영어’를 소홀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점차 저하되고, 글로벌 인재로서 자질이 부족하게 될 것입니다. 2018년 교양교육 컨설팅 결과를 존중해 주십시오. ‘글쓰기’와 ‘영어’는 대학 교육의 기초가 되는 과목이며, 기초가 부실한데 튼튼한 건물을 세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혁신적으로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 교양 필수로 ‘글쓰기’와 ‘영어’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십시오.

아니면, 현재 시행하려는 영남대학교의 교양 교육 계획에 대해 정말 미래를 선도할 교양 교육과정인지, 지난 2018년의 ‘교양교육 컨설팅’처럼 공적인 기관에 다시 한번 컨설팅을 맡겨 볼 것을 제안합니다. 만약 그 컨설팅에서 앞으로 시행하려는 교양 교육과정이 시대에 부응하고, 합당하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제가 사과하고 이 의견을 철회하겠습니다.

 

4. 공적인 정책 결정 및 직무 처리에서 의사 결정과 그 책임에 대해

“학교의 공적인 정책 결정 및 직무 처리에서 의사 결정 구조와 그 책임을 명확하게 해 주십시오”

제 생각에 현재 최외출 총장님은 영남대학교의 역대 어느 총장님보다 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고 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총장님은 그 권력을 너무 독단적,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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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거는 첫째, 앞에서 먼저 거론한 교수협의회 의장과 부의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 시도가 그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2018년의 컨설팅 결과를 무시하고, 교양 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글쓰기’와 ‘영어’를 배제한 교육과정이 또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교양 교육 강사 협의회와 협의하기 위해 총장님께서 전권을 준 대리인이 협상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자 해촉하고, 그분이 합의한 바를 거부하는 점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방송에서 다른 교수나 전임 총장의 말을 통해 총장님이 적극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을 보았습니다.

위에 열거한 일을 통해 추론해 보면, 영남대학교의 모든 업무는 총장님의 의사에 따라 좌우할 정도로 역대 어느 총장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장님이 이렇게 주장하시면, 영남대학교의 정책 결정에는 이견이 있어도 아무도 반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영남대학교의 다양성 있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으며, 저는 이것이 학교의 발전을 위협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총장님의 독단적, 자의적인 권력 사용을 줄이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학교를 운영해 주십시오. 그 강한 권력을 영남대학교의 발전과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사용한다면 모두의 칭송을 들을 것입니다.

좁은 소견이지만, 보직 교수님께도 건의드립니다.

현재와 같은 영남대 의사 결정 구조 및 행정 집행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때는 그 책임 소재를 두고 서로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과거 영남대학교가 그랬듯이,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제넘은 말인 줄 잘 알지만, 보직 교수님들께서도 순리대로 원칙대로 직분을 지켜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영남대를 사랑하는 만큼, 제가 어떤 자리에 있게 되든, 영남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글처럼, 문제가 되는 일은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영남대학교에 입은 은혜를 갚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5. 글을 끝맺으며

이전부터 학교 정책에 대해 이게 아닌데 생각하면서도, 일개 강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바가 없었습니다. 대학은 진리 탐구를 통해 대학과 학생의 발전을 지향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대학의 행정은 투명해야 하며, 총장님의 권력은 이러한 사업들을 향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남대학교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번에 언론에 보도되는 영남대학교의 문제를 보면서 제가 생각한 문제를 자유게시판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이러한 비판이 더 큰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비판 없이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렇게 겁 없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나라의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듯이, 학교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학교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 바를 비판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한때나마 영남대학교를 위해 헌신했던 두 분 교수님에 대해 개인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 글을 썼고, 학생들에게 글쓰기와 영어 교양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도 이 글을 썼습니다.

스스로 비겁하지 않기 위해 강사 발령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이 글을 올린다는 점도 분명히 밝힙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제 글의 오류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혀지면 꼭 바로잡겠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제가 제기한 문제들에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시고, 다양한 의견 교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7월 26일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최병해 올림

 


<붙임> 2021년 3월 23일에 영남대학교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제목 : 영남대학교 ‘전 교수협의회 의장’에 대한 징계를 반대합니다.

 

1. 이 글의 핵심 취지

총장님 및 영남대학교 법무감사팀이 현재 진행중인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의 징계 시도를 멈추어 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합니다.

 

2.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저는 국어국문학과 강사 최병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에서 문자가 왔는데, 그것을 보고 영남대학교 본부 측이 공적인 일로 본부 측과 반대 입장에 섰던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을 징계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개 강사 신분으로 이 일에 나서는 것이 외람되지만, 제가 영남대학교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총장님이나 법무 감사팀보다 작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영남대학교 다닌 덕분에 시인 등단도 했고, 평론가 등단도 했으며, 학부 때부터 지금까지 늘 한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이것까지 밝히는 것은 제가 아주 주변머리 없는 사람이 아니란 것과, 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이 징계 시도는 분명 영남대학교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고, 총장님이나 법무 감사팀이 감사를 진행하게 되면, 이것은 분명 학교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3. 법무감사팀이 ‘전 교수회 의장님’께 보낸 징계 사유

(1) 2019. 5. 8. 교수회 주최 외부인사 초청 특별강연 개최

귀하는 영남대학교 교수회 이름으로 2019. 5. 8. 오후 3시경에 문과대학 101호에서 대학이 사전에 불허한 외부인사 초청 특별강연회(상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특별강연: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를 강행하고, 안동대 경북발전연구소와 공동으로 2019. 5. 21. 오후 2시경 병산서원(경북 안동시 소재)에서 동일한 외부인사를 초청하여 특별강연(백산무역 100주년과 민립대학)을 개최하고,

(2) 2019. 8. 8. 우리 대학 소속 교수 관련 고소 및 관련 기자회견

2019. 8. 8.경 참여연대, 노석균 전임 총장과 공동으로 우리 대학 교수를 업무상 배임, 사기, 강요 등으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 그 내용과 관련하여 대구 YMCA청소년회관에서 “영남학원의 공공성과 투명성 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이하 “2019. 8. 8.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위 교수에 관하여 업무상 배임, 사기, 강요 등 의혹을 제기하였으며,

(3) 2019. 10. 11. 검찰개혁 3차 대구촛불집회 시 우리 대학 관련 언행

2019. 10. 11. 민간단체 주최로 대구시 동성로에서 개최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대구3차 촛불문화제”에 연사로 출연하여 우리 대학에 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고,

(4) 2020. 10. 19. 교수회 명의로 타대학 캠퍼스에서의 시위 및 현수막 설치

교수회 명의로 비정규직교수노조(권오근 위원장) 등과 함께 2020. 10. 19.경 2020년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앞에서 “총장선출 규정 개정 부결, 박정희새마을사업, 모 교수 등에 대한 교육부 감사 촉구” 명목으로 기습적인 피켓 시위를 하면서, 우리 대학의 학내 현안과 관련한 허위내용의 현수막을 다량 제작하여 설치하였음

 

4. ‘전 교수회의장님’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는 이유

첫째,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곳이고, 진리는 흑백논리처럼 하나만 옳고 나머지는 그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징계 사유로 본 4가지 사유는 대학의 교수, 특히 교수회 의장이 할 수 있는 직무이자 진리 추구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징계 사유 (1)의 활동은 학교를 설립한 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징계 사유 (2)~(4)의 활동은 학교 운영 과정에서 다른 의견이 있고 갈등이 있을 때 그것을 표출한 활동이고, 또 학교 운영 과정에 의혹이 있을 때,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규명하고 바로잡기 위한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의 구성원은 교원, 직원, 학생인데, 교원의 대표인 교수협의회 의장은 대학의 민주와 자치를 상징하는 직위입니다. 교원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교수회의장은 총장이 독단적인 행정을 펼 경우, 그것을 견제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직무이기도 합니다. 위의 징계 사유는 의장으로서 정당한 직무 수행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며, 이것을 문제 삼아 징계를 시도하는 것은 월권이라 생각하고, 영남대학교의 자유로운 언로를 막고 이견을 봉쇄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영남대학교 교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보라 여기 신라의 옛땅, 민족의 혼이 살아 뛰는 곳

금호강 기슭 달구벌 언덕 장엄하다 진리의 전당

어둠과 거짓 물리치려고 밝음과 참됨 가르치시네

너 슬기론 젊은 혼들아 너 억센 젊은 힘들아

새 역사의 창조자 되라 겨레를 위해 인류를 위해

아 조국과 함께 크는 영남대학교

아 정의의 샘터여 학문의 등대여

 

저는 이 교가에 비추어 볼 때,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의 활동은 밑줄 친 ‘진리’와 ‘밝음’, ‘참됨’, ‘정의’ ‘학문’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가에도 나와 있는 그런 활동이 어찌 ‘교수협의회’ 의장을 징계하는 사유가 되겠습니까?

둘째, 세부적으로 (1)의 문제에 대해서 학교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지하듯이 문파 최준 선생님은 독립운동가이자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교의 설립자입니다. 물론 저는 영남대학교의 발전에 박정희 대통령님의 공적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설립자를 기리고 추모하는 활동이 왜 징계 사유 1번이 되어야 합니까? 오히려 독립운동가인 설립자의 위상을 제대로 살리면 위의 영남대 교가에 나오는 ‘민족의 혼이 살아 뛰는 곳’이란 말이 더욱 사실성과 진정성을 얻게 됩니다. 저는 문파 선생은 학교를 설립한 시조이고, 박정희 대통령은 학교를 발전시킨 중시조라고 생각합니다. 둘 중 하나를 부정하면 자기 뿌리를 부정하는 일이고 정신적인 절름발이가 될 뿐입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부정하는 집안은, 그 아들이 다시 그 아버지를 부정할 것입니다. 부디 생각을 바꾸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셋째, 이 징계 시도는 필연적으로 외부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모두 직무와 관련된 일이고 공적인 활동입니다. 그리고 그 활동은 깨어 있는 지성인의 활동이고, 넓게 보면 진리 추구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공적인 활동이나 지성인의 비판 활동을 징계한다면 영남대는 진리 탐구라는 대학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외부로부터 숱한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이 일은 영남대학교의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입이다. 그리고 많은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은 학교의 이런 상황에 대해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징계 시도는 영남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길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이 징계 시도가 대학의 다른 교수님이나 구성원들에게 미리 본보기로 두려움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이 그것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 시도는 언젠가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될 것입니다. 영남대학교는 총장님 개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또한 총장님보다 영남대학교는 훨씬 길고 깊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학교 역사에 누를 끼치는 결정을 내리지 말아 주십시오. 그래도 굳이 징계를 원하신다면, 교수와 강사 및 재학생 전체를 통한 투표로 진행해 주십시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구성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방향으로 진행해 주십시오.

교수협의회 의장까지 징계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일개 강사인 제가 왜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또한 최소한 의로운 활동을 한 분을 광야에 홀로 외롭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불의라는 것을 알면서 입을 닫고 있으려니 ‘이렇게 줏대 없이 살아가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제 자식에게 쪽팔리는 아버지가 되는 것 같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선생이 되는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 글을 올립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과 몇 번 마주치면서 인사를 한 사이일 뿐이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만난 적이 없는 사이입니다. 단지 얼굴만 아는 사이입니다. 맹세합니다. 이 징계 사유를 알게 된 것은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에서 단체로 카톡 문자를 보내왔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괜히 저를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과 엮거나 관계지어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만약 제가 모르는 다른 교수님이어도 이런 일이 당했어도 이렇게 똑같은 글을 썼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 이름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온전히 제 생각이니, 비판을 받든 호응을 받든 책임은 모두 제가 지겠습니다. 알고 있는 변호사님의 자문도 거쳐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회신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혹시 해서 말씀드리는데 운영자님께서 임의로 이 글을 삭제하지 말아 주십시오. 삭제하더라도 또 올릴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라도 올릴 생각입니다. 저는 일개 강사지만, 제가 하는 이 일이 옳다고 생각하므로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일이 외부로 퍼져나가면 분명 학교의 위신을 크게 추락시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전에 내부에서 공정한 논의를 거쳐 전 교수협의회 의장님의 징계 시도가 철회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빕니다.

 

2021년 3월 23일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최병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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