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대학 본부. 사진 김연주
영남대학교 대학 본부. 사진 김연주

영남대 최외출 총장이 취임 이후 추진한 교육 과정 개편에 따른 2022년 2학기 비정규 교수 구조 조정 사태가 일단락됐다.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와 영남대는 비정규 교수 고용 보장을 포함한 합의서를 폐기하고 임금인상을 전제로 2021년 임단협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지난 8월 22일 합의한 사실이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31일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 권오근 분회장은 “지난 1월 합의한 교섭은 2021년 임금동결을 전제로 진행됐다”라며 “22일 대학 인사처와 임금인상을 전제로 한 2021년 임단협 재협상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권 분회장은 학교 측과 합의한 2021년 임단협 재협상 요구안에 임금인상, 대학혁신지원사업 컨설턴트로 15명 계약직 고용, RIS사업을 통해 해고 강사 일부 고용, 다음 학기 강의 개설을 통해 해고 강사 복권 및 구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권 분회장은 “임금인상을 포함한 재협상에 합의하면서 70여 일간 진행한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합의안 미이행 관련 경북지노위 진정을 취하했다”라며 “2021 임단협 협상을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합의한 ‘영어, 국어 교과 비정규 교수에 대한 2022년 2학기 고용 보장’과 ‘글쓰기 및 실용영어 강좌 개설 보장’은 재협상 안건에서 제외됐다. 

학교는 합의서 상의 고용 보장을 이행하지 않은 채 신규 채용을 강행했다. 영어, 국어 교과목이 올해 2학기부터 교양 필수에서 선택 과목으로 바뀌면서 강의 미개설로 인해 해당 과목 30여 명의 비정규 교수가 해고됐다.

권 분회장이 밝힌 합의 사항에 대해 현장에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영남대분회 소속 조합원들은 “노조가 대학과 합의한 내용에 대해 노조로부터 들은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 노조가 조합원과 교섭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재협상과 관련한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조합원 A 씨는 “노조로부터 받은 건 추석 선물을 받아가라는 문자뿐”이라며 “재협상에 대해 전혀 들은 게 없다. 지금 상황에서 임금인상 논의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올해 2학기 영어, 국어 필수교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변경하는 건 작년에 결정 났다. 천막을 친다는 것도 천막농성장을 철거한 이유도 들은 적 없다. 노조 집행부가 해고, 고용은 손을 놓은 것 같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향후 교과 과정 개편과 구조조정  대응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지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강사법에서는 비정규 교수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영남대 비정규 교수 정원은 3년 전 2019년 2학기 신규채용 당시 294명에서 2022년 2학기 171명으로 123명 축소됐다. 2018년 642명에서 2022년 2학기 171명으로 470여 명이 줄었다.

교육 과정 개편에 대해 김종수 영남대 인사관리처장은 “모든 대학이 사회적 흐름에 따라 교육 과정을 개편 중”이라며 “4차 산업 혁명 트랜드에 따라 새로운 교육 과정이 생겨난다. 학생 수요조사 정보를 거쳐 교과 개편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1월 합의한 비정규교수 고용 보장과 관련해 김 처장은 “계약 종료 시점에서 재임용하겠다는 건 강사법 위법이다. 신규 채용에 응해야 한다. 노조 합의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용되는 것”이라며 “고용 보장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위임받지 않은 사안이다.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위법 사항이라 이행하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영남대 최외출 총장 취임 이후 벌어진 대규모 구조 조정과 대학 재단에 비판적인 전 교수회 임원 징계 추진 등 ‘교육 권력 사유화 저지’를 위해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단체가 공동 대응을 선언했다.

27일 전국교수노조 등 43개 단체는 대구 동성로에서 영남대 사태 공동대책위 출범식을 열고 최외출 총장에 의한 학교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8월 27일 대구 동성로에서 영남대 사태 공동대책위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 김연주
8월 27일 대구 동성로에서 영남대 사태 공동대책위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 김연주

대책위는 비정규 교수 해고 사태와 관련하여 “최외출 총장은 대학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강사들을 대량 해고하여 이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라며 “대학교육의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남대는 대부분의 대학이 교양필수 교과로 채택하고 있는 사고와 표현 능력의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군사작전 하듯 삭제했다. 그 자리에 유사 새마을 교과목을 배치하여 전교생에게 천편일률적인 정신을 함양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출범 성명을 통해 ▲전임 교수회 임원에 대한 사적 보복 징계 즉각 철회, ▲해고한 비정규 교수 교단 복귀, ▲고등교육에 들어맞는 교육 정상화, ▲대학 구성원 의견 수렴과 교육 자율성 보장을 최외출 총장에게 요구했다.

대책위는 엄창옥 경북대 교수와 양성열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이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출한 데 이어 운영위 구성을 거쳐 구조 조정, ‘보복성 징계’ 등 영남대 사태 관련 부문별 토론회와 영남대 역사 연구 작업, 집회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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