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사랑마을 시설 폐쇄 처분에 불복 소송 제기한 경상사회복지재단, 대구지방법원 ‘폐쇄 처분 적법’ 판결
대책위, 법원 판결 환영…“영덕군 탈시설 정책 추진에 즉각 나서야”

 

법원이 인권침해가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의 ‘폐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반복된 학대로 시설 폐쇄 처분이 내려진 영덕사랑마을에 대해 법인 측이 불복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17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차경환)는 사회복지법인 ‘경상사회복지재단’이 제기한 영덕사랑마을 시설 폐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1심 기각을 결정했다.

 

영덕사랑마을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 모습(사진=영덕사랑마을대책위)
▲영덕사랑마을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 모습. 사진 영덕사랑마을대책위

영덕사랑마을은 정원 30명 규모의 장애인거주시설로, 2015년 설립 직후부터 거주인 정신병원 강제입원, 체벌 및 폭행, 공익신고자 탄압 등 인권유린 문제가 반복되었다. 그러나 영덕군이 시설 폐쇄와 이사진 해임과 같은 적극적 조치가 아닌 단계적 행정절차를 밟는 것으로 대응하면서, 영덕군의 ‘봐주기식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기존의 법인 이사진이 유지되며 산하시설 파행 운영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2020년 영덕사랑마을 내 학대가 또다시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18일, 영덕사랑마을은 반복된 학대와 관계 법령 위반 사실에 따라 시설 폐쇄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운영법인인 ‘사회복지법인 경상사회복지재단’ 측이 해당 처분에 불복하면서, 지난해 12월 영덕군수를 상대로 시설폐쇄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이 제기되었다. 올해 2월 집행정지가 인용되며 시설 폐쇄 명령 이후 약 10개월여간 후속 조치가 중단되었으나, 시설 폐쇄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향후 영덕군 행정의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해 영덕사랑마을대책위(이하 대책위)는 18일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참여자들은 학대 시설 폐쇄의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의미 있게 평가하는 동시에, 소송을 이유로 조치를 미뤄온 영덕군이 탈시설 정책 마련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2월, 영덕사랑마을대책위 시위 모습. 피켓에 ‘학대 시설 비호하는 영덕군을 규탄한다!’, ‘때리는 게 복지인가! 영덕행복마을에 행복은 없다!’, ‘때리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 영덕사랑마을 영덕행복마을 폐쇄하라!’가 적혀있다. 사진 영덕사랑마을대책위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재판부가 당장의 거주인 거처 문제로 갈등할 때, 수많은 시민들이 ‘그럼에도 학대 시설은 마땅히 폐쇄되어야 한다’며 탄원에 동참했다. 시설 폐쇄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라며 발언을 열었다.

이어 “인권 침해가 만연했던 시설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사실”이라며, “영덕군은 사랑마을 측에서 제기할 2심 소송과 무관하게 탈시설 정책을 분명히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송정현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그간 영덕군 행정은 법원 뒤에 숨어 1년 동안 시설 폐쇄 후속 조치를 미뤄왔다. 영덕군은 영덕사랑마을을 즉각 폐쇄하고, 거주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별 자립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엽 노동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은 “지난 수십 년간, 국가와 정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사회에서 지워버렸다. 시설에 가두고, 따로 공부시키고, 따로 살게 하면서 마치 우리 사회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안 보이는 곳에 숨겼다. 이 숨겨진 곳에서, 무수한 학대와 차별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른 시설 인권침해 사안과 마찬가지로, 영덕사랑마을 사태의 출발 역시 공익신고자의 내부고발”이라며, “최근 안동 선산재활원 사태를 비롯해 경북 곳곳에서 문제를 바로잡고자 공익신고자들이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법인과 재단 산하시설의 인권침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사진과 동조자 전원 퇴출은 물론이고, 탈시설 정책을 전면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책위는 영덕군에 ▲법인과 산하시설 운영진 전원 해임 및 법인 허가 취소 청구, ▲영덕사랑마을 폐쇄 처분에 따른 거주인 분리 및 후속 조치 즉각 추진, ▲영덕사랑마을 탈시설TF 즉시 가동 및 근본적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대책 수립,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 구축을 요구했다.

한편, 오는 23일 대책위와 영덕군 간의 1차 영덕사랑마을 탈시설TF가 열릴 예정이다. 거주인 학대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20년 4월 영덕군이 관련 조치를 약속한 지 2년 4개월여 만이다. 대책위는 “영덕군이 행정조치를 미루면서 법인 측이 소송을 제기해 시설 폐쇄 처분을 면할 시간을 벌어다 줬다. 거주인 학대가 명백히 드러났고, 폐쇄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만큼 영덕군이 약속한 탈시설 정책 추진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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