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칠곡에 있는 쿠팡 대구물류2센터에서 출고 포장과 집품 작업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쿠팡은 그룹인데요, 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과 그 외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PC나 휴대폰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제품을 주문하게 되면 그 주문된 제품을 고객분들에게 보내드리는 상거래를 하는 업체가 알고 계시는 쿠팡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고 줄여서 CFS라고 부르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입니다. 온라인 주문 건을 확인해 재고를 찾고 모아서, 그리고 포장해서 택배로 출고하는 단계까지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형태는 미국의 아마존에서 생겨났고, 한국 쿠팡이 그 사업의 컨셉과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존풀필먼트서비스가 그 시작인 겁니다.

풀필먼트라고 하는데 예전 물류사업은 멀리 외곽지에 큰 축구장만 한 창고 하나 떨렁 지어놓고 유통사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내보내면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물류사업을 하는 업체가 자기자본으로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사서 자기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포장하고 출고와 택배 배송까지 하고 거기에 더해서 광고까지 시작하였습니다. 이걸 덩어리 채로 풀필먼트라고 부릅니다. 사업이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이 부분이 오늘 말씀드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동과 노동자들의 문제가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사람이 필요치 않던 사업공간에 사업 부문들이 다양해지면서 노동력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거기에 걸맞은 노동환경이 갖춰지면 되는데, 제품들만 가득한 물류창고에 환기시설이며 냉난방시설이며 휴식공간 등등 노동력을 고려할 필요성이 뭐가 있냐는 예전 생각은 여전한 것이죠. 자본은 진화하고 비즈니스 또한 진화하는데 노동자와 노동에 대한 가치관은 못 따라가거나 따라가지 않는 결과인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물류업계를 ‘까대기’라고 부르는 멸시하고 천대해오던 과거의 관습들이 여전히 남아서 IT와 결합한 현재에도 차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 본사 앞 아침선전전. 사진 출처=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 본사 앞 아침선전전. 사진 출처=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적인 면을 보면 냉난방시설이 없고, 핸드폰, 스마트워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외에도 작업에 반드시 필수적인 장비와 도구들 그리고 소프트웨어조차 유지관리가 전혀 되질 않아서 작업시간 중에 고치기도 하는데요, 웬만한 작은 제조업 공장보다 낮은 수준의 시스템 유지 보수에 현장 노동자들조차 비웃음을 내비치고 결국엔 더 나은 작업 자리를 미리 맡아두는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노동력을 팔아서 수입을 얻는 최저시급 조건 노동자의 경우 자본이 마련해놓은 노동 현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결국 이런 부족한 장비와 시설관리는 다른 작업시간대 노동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모든 것이 스마트해진 현재에도 쿠팡은 7~80년대의 열악했던 노동조건과 환경을 재연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업을 하는 건물은 전체 10층인데요, 작은 창문들이 있지만 건물의 크기에 비교해서 터무니없이 작고, 여닫을 수 있는 문의 전체 개수가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환기가 전혀 안 되는 구조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창고형 마트의 외벽 구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름에 건물이 열을 받으면 그 열을 그대로 품고 있는 구조이며, 메자닌이라는 층과 층 사이에 철제빔으로 된 중간층에서 작업하게 되는 경우 여름철 한낮 최고온도에 3~4도를 더한 온도가 됩니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움직이다 보니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숨 막히는 폭염의 환경이 됩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휴식시간 부여를 옥외작업장에 한정하던 것을 실내작업장까지 포함했지만, 현장에서는 무시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이 현실적인 폭염 대책 기준으로는 적합하질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020년 239건, 2021년 332건, 2022년 8월 말까지 집계된 건수만 345건에 달합니다.

쿠팡은 2021년 22조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2022년 3분기에는 매출액 6조 8383억 원, 영업이익은 1037억 원, 당기순이익은 1215억 원을 이루어 첫 흑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쿠팡 자본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가 성장했습니다. ‘빨리빨리’와 ‘편리함’ 그리고 ‘비대면’과 ‘여유시간’이라는 한국인의 쇼핑성향을 자극하고 성장시켜 전자상거래 업계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이러한 성장과 성공 기록, 고객의 시간과 편리함 한편으로, 저와 동료 노동자들이 일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8000명을 뽑으면 6000명이 나간다는 동종업계 최악의 퇴사율과 비정규직 고용률의 기록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과 노동 두 가지 측면에서 2관왕을 달성한 것입니다.

여기서 비정규직 고용비율 내용을 알아보면, 2022년 3월 기준 전체 고용 4만 1207명에 아웃소싱(외주업체) 고용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비율이 95~97% 이상입니다. 또한, 신선센터를 포함한 전국 49개 물류센터 기준으로 볼 때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정규직 2~2.5%, 계약직 일용직 98~97.5%라는 일정한 비율 패턴도 존재합니다.

아울러 노동자 남녀성비 균형 또한 무너져있는 상태입니다.

1) 30~50대 여성 노동자 : 결혼·출산·자녀 양육 후 사회 또는 경제 활동 재시작하거나 남편 외벌이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작합니다.

2) 20대 청년층 노동자 : 장기미취업군이 많이들 시작합니다.

3) 개인적으로 눈여겨보는 케이스인데요, 사회적 약자층입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분들 (아스퍼거·ADHD), 다문화·탈북자·결혼이주한 분들 또한 고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에서는 경북 칠곡에 있는 쿠팡 대구2물류센터에서 매월 1회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이영민 조합원
노동조합에서는 경북 칠곡에 있는 쿠팡 대구2물류센터에서 매월 1회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이영민 조합원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서쪽 반대편에는 미국 최대의 토마토 농장들이 있습니다. 플로리다주 이모칼리(immokalee)의 토마토농장이 바로 그곳인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은 멕시코와 쿠바에서 온 이주노동자 그리고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허리를 숙이고 노지에서 자란 토마토를 따서 버킷에 담고 어깨에 올려서는 대기 중인 트럭까지 걸어가서 상차하는 반복 노동을 끔찍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세기가 바뀌어도 해오고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에 자러 가는 여성노동자들을 중간관리자가 성추행하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대가로 잠자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원초적인 특성을 가진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국가의 정책을 통해 노동시간제한 및 노동자들의 안전과 임금 등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옳을까요? 또는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을 염두에 두는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하청업체와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옳을까요?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월마트, 맥도널드, 퍼블릭스, 얌브랜드 등이 참여하는 이모칼리 노동자 연합 (coalition of immokalee workers) 이 있습니다. 이 연합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거나 제대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구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한 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일용직으로 시작해서 하루 평균 1만 8000~2만 보(같은 물류 자화사인 신선물류센터의 경우 2만~4만 보)를 걸어도 꿋꿋하게 출근을 했지만, 언제부턴가 여름과 겨울이 시작되면 겁이 나길 시작했습니다. 스키복을 입고 내의를 두 벌을 입어도 매서운 겨울 혹한의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일하는 것이 겁이 나고, 한여름 폭염의 바깥 온도가 오히려 시원해서 땀을 식히던 모습이 이제는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리고 손목과 팔꿈치가 아파서 잠을 설치고 소염진통제를 달고 살면서 쉬는 날엔 병원 가기 바빴던 시간을 보내면서 무표정하고 생기 없는 시선의 쿠팡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수도 없이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출근하기가 망설여져 때로는 연차와 결근을 신청합니다. 지난해 탁상용 캘린더에 빽빽하게 적힌 출근과 휴무를 기억하면서, 올해는 아프지만 말자고 다짐하면서 저는 한국의 이모칼리 농장과 같은 쿠팡물류센터에서 또 일 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는 불평등 노동의 아이콘입니다. 최저시급과 강한 노동강도, 기본적인 작업 장비조차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 차별과 더불어 폭염과 한파라는 자연재해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대구물류센터를 포함한 전국에 있는 쿠팡물류센터는 최저시급을 지급하면서 시급에 걸맞지 않은 고강도 노동을 요구합니다. 여름에는 냉방기가 없고, 겨울에는 난방기가 없으며, 출근하면서 휴대전화조차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개인 소지품 검사까지 명시되어 있고, 개인별 급여명세 내용조차 공개할 수 없으며, 일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작업 장비조차 배려하지 않고, 또한 산업재해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등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과 인권조차 보장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비정규직이라는 또 다른 차별과 더불어 노동자들을 더욱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속해있는 쿠팡물류센터노동조합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아래 쿠팡물류센터지회 소속으로 출범한 지 2년이 되었으며, 서울경기지역 쿠팡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대구·광주 등 지역별로 약 200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국물류센터지부 차원에서는 마켓컬리, 올리브영, 다이소 노동조합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억압적인 노동환경과 노동조건 등 불평등 노동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마치 7~80년대식의 노동 억압을 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맞서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 그리고 작업 강도와 환경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연대를 통한 투쟁을 계속해나가겠습니다.

 

글 _ 이창률 민주노총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센터분회장



지난 12월 22일, 쿠팡 대구2물류센터에서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마치고. 사진 민주노총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이영민 조합원
지난 12월 22일, 쿠팡 대구2물류센터에서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마치고. 사진 민주노총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이영민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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