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부터 나에게 매년 4월 20일은 특별한 날이 되었다. 장애인이 내 삶에서 친숙한 존재가 된 것은 대학생이 된 이후이고 그전에는 장애인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졸업 후 결혼하기 전까지도 장애 아동을 가르치면서 교사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심정을 제대로 가늠조차 못 했던 것 같다.

자녀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 자신의 꿈을 찾아 고단하지만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20년 이상 장애 아동들을 교육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 장애를 가진 청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응원하게 되었다.

“완전 참여와 완전 평등! 그리고 삶의 정상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장애아 교육은 아직도 이상과 거리가 멀다. 장애아 출현율은 2.71%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나, 전체 아동인구 중에서(등록 기준) 장애 아동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0.79%에서 0.94%로 증가하는 추세라 아직 출현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것은 영유아의 장애(발달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중재·지원하는 사회 체계가 미흡하고, 영유아 시기 장애 위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말 기준 0~17세 등록 장애 아동 현황을 살펴보면 74,362명이며, 0~5세 영유아 시기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 아동(발달지연 포함) 현황은 10,869명이다. 여기에 유치원 이용 장애 아동 수를 포함하면 조금 더 많은 장애 영유아(발달지연 포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학령기가 되어서야 장애아로서 특수교육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령기가 되어서도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장애 학생을 위해 충분히 준비된 특수교육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도시와 농산어촌의 장애아 교육에 대한 지원 인프라는 격차가 매우 크다. 장애 아동 교육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의해 만 3세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으로 규정되어 있다. 장애아 교육은 사회의 책무임을 강조하고 지역적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장애아 관련 법(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 아동 복지지원법,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발달 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 다양하게 장애 아동이 교육을 받을 때 차별받지 않고 개별화된 교육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 영유아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장애를 조기 발견하는 체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원하는 곳에서 충분한 개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유아특수교사(교사 2명당 1명씩 배치) 배치 지원 등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도 유아특수 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많은 제약이 있다.

영유아 시기에 발달 지연이 의심될 때 부모가 언제든지 공적인 교육체계 속에서 유아특수교육 전문가와 상담하고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교육적 배치에 대해 안내받아야 하지만, 아직도 사설 치료 센터와 병원을 전전하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중요한 시기를 놓친 후에 장애 아동 교육지원 체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마저도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 농산어촌 지역에는 장애 영유아를 위한 교육(보육)기관이 부족한 곳도 많고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병원도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만이 아니라 장애 아동이 처음 교육을 받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장애 영유아의 행동 특성을 잘 이해하고 지원하기보다 거부하고 소외되며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치료 중심으로 병원과 치료실을 전전하는 생활은 영유아와 가족이 누려야 할 행복한 시간과 건강한 삶의 리듬을 해치고 만다. 장애 영유아의 느린 발달과 독특한 행동 특성(산만함이나 민감함 등)으로 인해 비장애 유아와 똑같은 교사 지원으로는 교육 활동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충분한 인원과 전문적인 교사 지원체계(장애 영유아는 3명당 1명의 장애 영유아 보육교사 또는 유아 특수교사)가 있다면 장애 영유아도 비장애 영유아와 함께 모든 활 동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과 발달을 차근차근 이루어갈 수 있다.

 

 

그 속에서 장애 영유아가 경험하는 즐겁고 행복한 일상의 생활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가족, 이웃과 세상 속으로 확장되고 연결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장애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장애 영유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지원하는 사회적 지원체계,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문제인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매년 12월에 만 5세 유아에게 나오는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는 장애유아에게도 동일한 기준으로 인근 학교에 배치되어 나온다. 하지만 입학통지서의 발행 주체인 지자체는 그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는지, 아이가 특수교육 대상자인지조차 모른다. 또한, 유치원에 다니던 장애유아는 유치원이 교육부 관할이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특수학급에 배치되지만,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관할인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유아는 교육부와 연계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 대상 통계에조차 빠져 있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 때문에 유치원이 아닌 기관에 다니는 장애유아의 부모들은 초등학교 특수학급 배치를 위해 취학통지서가 나오기 전인 9월부터 병원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하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특수교육 대상자 신청을 하고 적격 여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장애유아 부모들도 많아서 초등학교에 입학 후 교육청 통계에 없던 특수교육 대상자가 나타나 특수학급이 과밀학급이 되거나 장애학생이 일반 학급에 배치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 영유아의 의무교육 이행 외에도 초등학교와 연계를 위해서도 유보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 정부가 2025년까지 유보통합을 추진한다고 하니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지금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누어져 유아 특수교사 배치와 교육과정 운영, 장애 영유아 교육 현황 파악 등에서 수많은 불합리와 차별, 부처 간 소통·협력의 부재 등으로 장애 영유아 시기의 부모는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가장 일찍 발견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가장 원활하게 협력해야 할 중요한 발달 시기에 공교육(보육과 교육 지원체계)은 이 모든 책임을 이제 갓 부모가 된 이들에게 전가하며 혼란을 겪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제 일원화된 장애 영유아 교육 지원체계 속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발달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쉽게 공적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지원 체계(유치원, 어린이집이 일원화된 기관) 속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행복한 일상 속에서 가족 모두가 한껏 평화롭게 살아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가 이 세상에 올 때는 저마다 특별한 삶의 목적들을 가지고 온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이 세상을 더 안전하고, 더 배려심 깊고, 더 편안하고, 더 선한 공동체로 만들어가기 위해 더 특별한 사명을 띠고 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장애아 부모는 신을 대신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며 돕는 수호자가 아닐까? 그들이 있어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소중하다. 4월을 보내며 장애아와 장애아가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장애아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글 _ 신경진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 <학부모신문>과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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