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는 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안보 외교 등 분야별로 지뢰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지뢰를 설치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데 있다. 일본 오염수 방류 방치로 한국의 횟집 등이 존폐 위기에 처하게 만들더니 최근 입시 비리 수사 경력이 있어서 대통령이 입시전문가라고 망언을 하는 국회의원도 나타났다. 지뢰 설치 전문가라면 모를까,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지뢰로 바꾸는 저 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천공의 능력이 아니고서야 언어-지뢰 제조 능력이 저렇게 탁월할 수가 없다. 최근 지뢰 설치 전문가가 교육 분야에 지뢰를 설치한 바람에 입시에 관련된 주체들은 현재 망연자실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급한 불 끄느라 정신없고 교과부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면서 자사고 특목고 등 유지 정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문제는 신조차 해결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듯이 주택 문제에 이어 가장 뜨거운 문제 중의 하나다. 필자도 15년 전에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라는 책에서 교육 부재의 대한민국을 고발한 적이 있지만, 아무리 이런 식의 고발이 빗발친다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교육 문제는 해결 불가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모순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그 어떤 정책이 나와도 약발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 교육문제가 해결되려면 한국사회의 체제 자체가 변해야만 가능하다. 흔히 학벌주의라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학벌주의를 존치시키는 한국의 세습사회가 문제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고 불리며 희화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교육골품제가 해체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법망을 이용하여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교육문제를 더 비비 꼬이게 만든다. 사실 이 현상도 살기가 너무 힘들어 생긴 자구책일 가능성이 있다.  

 

자료 출처=고용노동부
자료 출처=고용노동부

 

앞 표에 나타나듯이 고졸 임금과 대졸 임금의 차이가 확연하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대졸 300만 원 받을 때 중졸은 143만 원, 고졸은 189만 9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사실상 직업훈련소로 변한 상황에서 고졸과 대졸의 학력 차이가 인구를 대학으로 몰아넣었고 여기다가 학벌 차이가 한국사회의 교육을 사교육 시장으로 몰아넣었다. 이 학력 차이가 자본화되고 학벌자본까지 가세해 교육세습사회에서 모두 다 성골 진골 골품을 획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교육골품제는 당연히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배불린다. 임금격차도 문제지만 대학을 안 나오면 무슨 허접한 존재로 취급당하는 세상인지라 지식인 부모일수록 자식들을 거의 모두 의사, 판검사로 키우는데 ‘올인’한다. 학력격차에 따른 임금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졸 임금으로는 복지제도가 거의 없는 한국사회에서 생존하기조차 너무 벅차다. 당연히 고졸 중졸자는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편입되어 근근이 살아간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솟은 아파트 가격이 한국인들의 목줄을 더욱 죈다.

 

 

수능시험이 쉬워지든지 어려워지든지 킬러 문항을 없애든 안 없애든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라는 말 자체가 이런 상태에서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사실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지뢰가 되어 수능 입시 현장을 지뢰밭으로 만들었다고 난리 블루스를 췄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아파트 골목길을 꽉꽉 채우고 있는 학원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임금, 복지, 주거 수준이 빵빵해서 먹고살 만해지면 사교육은 저절로 사라진다. 영국이나 러시아 등지에는 사교육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학원가의 살풍경은 지구상에서 한국사회에만 유일하게 존재한다. 오늘날 학령인구 감소로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없어지고 있고 없어져 갈 것이지만 인구 대비 넘쳐나는 숫자의 대학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임금사다리에서 여지없이 추락하기 때문에 생겨난 불가피한 현상이다.

교육이 교육골품제를 통해 계급사회를 든든하게 떠받쳐주고 있는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만 사교육에 골병들 뿐이다.



 

글 _ 이득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러시아어학과 교수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