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보다 적은 등록금,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 비리사학, MBC 스트레이트에서 취재한 대로 족벌경영을 하는 경희대·한양대, 2000년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22개 교 폐교, 경영위기에 처한 사립대 38곳, 저출산율과 학령인구 감소, 대학 설립 준칙주의로 대학 우후죽순 설립, 계속 이어지는 정부의 교육정책, 비수도권 대학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 한 곳에 5년간 총 1천억 원을 지원, 글로컬대학 육성사업, 부족한 정부 재정 지원사업, 묻지 마 대학 진학, 2022년 기준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해 연구비는 1조 7,888억 원, 하버드대는 1조 6,905억 원 등이지만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연구비 총합이 하버드대 한 대학 규모와 비슷, 연구의 질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논문 피인용 지수’에서 스탠퍼드와 하버드대는 각 2.12점, 국내에 이런 대학은 단 한 군데. 미네르바대학을 모방한 국내의 태재대학교.

대학 위기가 심각하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은 도대체 뭘까? 2000년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22개 교가 폐교하고 사립대 38곳이 경영위기에 빠져 있단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족해서일까? 등록금을 장기간 동결한 탓일까? 대학 설립 준칙주의로 대학 설립이 난립한 탓일까? 묻지 마 대학 진학 탓일까? 세계 1위의 출산율 저하로 인한 입학 자원 감소 탓일까? 수도권의 비대화로, 학원, 병원, 대학 등이 다 서울로 몰린 탓일까? 연구비가 부족해서일까?

같은 밥그릇을 먹고 사는 필자이지만, 경영위기에 빠진 대학을 재정 지원으로 되살리는 정부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약 16년 전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라는 책을 쓴 필자로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대학이 좀비 상태에 빠지면, 좀비로 그냥 죽게 놔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 재정 지원이 적으면 경영위기에 빠지겠지만, 이것이 대학 위기의 원인은 아니다. 비리 사학, 족벌 경영은 경영위기의 원인일 수 있지만, 대학 위기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대학 위기란,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라는 책에서 약 16년 전에 말했듯이,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전락한 오늘날의 대학의 모습을 가리킨다. 22개교가 폐교했다지만 대학은 더 문을 닫아야 한다.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지만, 망해도 그냥 망하게 놔둬야 한다. 전문대까지 포함해 대학이 너무 많고, 애초에 대학을 설립한 이유가 상당 부분 돈벌이에 있었다. 족벌경영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다. 있다 해도 조족지혈일 뿐이다. 이런 대학에 국민 혈세 부어봐야 대학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쟁력 강화 명분으로 국민 혈세만 부어 좀비대학, 족벌경영 대학을 다시 살려 놓는다. 좀비를 죽여야 대학이 산다.

수시 정시 입시 현장을 보면, 대한민국은 대XX/X구X–X명X–영XX–경북X–인서울대---서울대 등 대학의 ‘골품서열’이 뚜렷하다. 아무리 일선에서 교수들이 애써봐야 대학의 골품서열을 따라잡을 수 없다. 대한민국 자체가 철옹성 같은 골품제 사회니 대학도 그 빼박이일 수밖에 없다. ‘묻지마 대학 진학’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고졸/대졸의 임금격차가 큰 곳에서 누구든 돈 더 벌 수 있는 대학졸업장을 원한다. 게다가 진골이 아니라 ‘성골대학’을 가야 골품제의 최상위에 올라갈 수 있다. 가족 또한 성골집안으로 만들고자 부모마다 판검사, 의사 만들기에 올인하고 그도 안 되면 6두품인 교사라도 돼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대학 위기는 한국사회의 구조 자체를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판 골품제, 현대판 신분제가 워낙 강고하다. 저출산율 해결도 재정 투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학 위기 진단을 다들 엄한 데서 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폐품 처리해야 마땅할 정도로 완전히 망가져 있다.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전락한 탓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할 문제가 있다. 왜 대학이 취업양성소, 실업자양성소로 전락했는가, 왜 학문의 씨앗이 완전히 말라버렸는가. 고등학교만 나와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 임금만으로 집을 살 수 있고 자식 키울 수 있는 나라, 중고등학교만이 아니라 대학등록금이 무상인 나라 등이 될 수 있다면, 대학은 좀비나 취업양성소가 아니라 정상 대학으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의/식/주, 특히 천정부지로 이미 올라버린 아파트값처럼 주거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도 재벌, 은행, 족벌대학들은 돈을 쌓고 있고, 새로 등장한 ‘듣보잡’ 정권은 부자감세해 주고, 이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떡볶이 사주며 1천여억 원 감세를 해주고 있다. ‘국민혈세’란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말이 국민이지 대다수가 노동자고 서민이며, 쿠팡 등 대기업 재벌 자본가에게 죽음을 불사한 노동력 제공 대가로 돈 몇 푼 받고 살아간다. 국민을 호출하여 국민들만 마른 수건 짜듯이 세금을 짜댄다. 부자나, 재벌 즉 자본가의 호주머니는 건드리지 않고 국민들끼리 서로 좀비가 되어 피 흘리며 싸우고 경쟁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골품제 최하위층이 성골진골의 밑바닥을 깔아주는 세상에서, 이제 대학은 취업양성소가 아니라 그 자체도 불가능한 곳이 되어버렸다. 세전의 단돈 200만 원 돈을 받고 최저임금 밑에서 대다수가 사는 세상에서 대학에 학문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매화꽃이 피었는데 폭설이 내리고 산수유가 봉오리를 내밀었지만, 다시 움츠려 들어갈 모양새다. 비와 폭설 탓이다. 기어코 봄은 오겠지만, 민생, 개혁 등 말만 무성한 곳에서 총선은 다가오고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검찰’ 정권도 최근 ‘의사’ 파업도 따지고 보면 철옹성 같은 골품제사회가 낳은 부산물이지 않은가.



글 _ 이득재 노동당 대구시당 전국위원 및 정책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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