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7개 시·군, 수도용 인증받지 못한 장비로 ‘혈세 64억 원’ 낭비
미인증 수도용 장비 “경북에만 53.8% 집중, 전국 502개 중 270개”

 

경북 17개 시·군 상수도관에 수도법에 따른 인증을 받지 못한 부식억제 장비가 집중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수돗물 불신에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결과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증받지 못한 부식억제 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했다.

28일, 권익위는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가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수도법」에 따른 인증을 받지 않은 부식억제 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해 2월경 두 차례에 걸쳐 지자체가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고가의 미인증 부식억제 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취지의 부패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새어나간 혈세가 총 124억 원에 달하며, 경북에서만 64억 2천여만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증받지 못한 부식억제 장비의 53.8%인 270개가 경북 17개 시·군에 집중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상수도관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설치현황. 출처=국민권익위원회
상수도관 미인증 부식억제 장비 설치 현황. 출처=국민권익위원회

부식억제 장비는 금속관로 상수도관의 노후 또는 부식으로 인한 녹물 등을 방지하기 위한 수도용 제품이다.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개당 수백만 원부터 2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고가의 장비이다.

부식억제 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하는 경우 「수도법」에 따라 한국물기술인증원으로부터 ‘CP인증’이라 불리는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적합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6년 9월 이후 적합 인증을 받은 부식억제장비가 시장에 하나도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귄익위는 지난해 5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는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경찰청에는 수사를 의뢰했다.

요청을 받은 지자체는 미인증 부식억제 장비 상수도관 설치 현황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1개 광역지자체와 47개 기초지자체에서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약 124억 원 상당의 미인증 부식억제 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했다. 지자체 별로는 270개로 가장 많은 경북에 이어, 경기도 112개, 경남 57개, 전북 37개, 강원 17개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자체 외에 미인증 부식억제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지자체 중에는 상수도관을 비금속관으로 교체하여 부식억제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당수 지자체들은 CP 인증을 받은 부식억제 장비가 없자 해당 장비를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이번에 적발된 지자체들과도 비교됐다.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해당 장비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지난해 12월 인정받지 않은 부식억제 장비를 제조・판매한 업체 3곳을 「수도법」 위반으로 검찰에 넘겼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