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저녁 5시 30분, 별빛캠프를 기획한 용식 씨는 경북미디어센터 뉴스풀 운영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진행하려면 일찍 가 있어야 하는데 행사가 늦게 끝나 대신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별 스케치 준비물도, 먹거리도 미리 준비해 뒀고…” 

저녁 7시 30분, 다은 씨는 영천별빛문화센터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짐도 다 정리하기 전에 용식 씨가 재촉해서 다시 차를 타고 나서야 했다.

보현산 천문과학관,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천체투영관의 문이 열렸다. 하늘을 향한 인간 도전의 역사, 그리고 수많은 별을 봤다.

북쪽 하늘에 보이는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아무리 봐도 곰처럼 보이진 않는데 억지 아닌가?’

다은 씨 생각.

겨울철 남쪽 하늘 황소자리, 마차부자리, 오리온자리…. 오리온자리 가운데 삼태성.

관측실로 자리를 옮겼다. 영희 씨는 망원경으로 그렇게 큰 달은 처음 봤고 달이 그렇게 눈부신 줄은 처음 알았다. 달은 차이가 큰데 별은 망원경으로 보나 눈으로 보나 똑같다는 사실도.

일행은 다시 별빛문화센터로 돌아왔다.

용식 씨는 앞마당에 천체망원경 두 대를 차려놓고 기다렸다. 다들 망원경 구경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인사를 나누고 별 사진을 보며 용식 씨의 안내에 따라 별과 행성을 스케치했다. 모두 진지하게 그린다. 학창시절 미술 시간 이후로 이렇게 진지하게 뭔가를 그린 적도 많지 않은 듯하다.

스케치를 끝내고 누구는 식당으로, 누구는 앞마당으로 나갔다. 앞마당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려던 사람들은 이내 망원경보다 눈으로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날이 흐린 데다가 별은 너무 멀리 있어서 망원경으로 봐도 크기엔 차이가 없어요.”

용식 씨가 설명한다.

앞마당에 나온 사람보다 식당으로 간 사람이 많다. 음식 나눔을 먼저 하기로 한다. 작은 가마솥에 고구마를 굽고 주방에서는 어묵탕을 끓인다. 식탁에서는 꼬지가 익어간다. 과메기, 문어 등등…. 제각기 보따리를 푼다. 

마시면 마음이 맑아지는 음료수가 너무 적다고 투덜대는 이도 있다. 아껴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뉴스풀 이야기, 마을 교육 이야기…. 자연스레 별별 이야기가 이어진다.

갑자기, “하늘이 열렸습니다. 닫히기 전에 어서 나오세요!!” 앞마당에서 용식 씨가 외친다.

우르르 앞마당으로 나간다. 차례로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댄다. 맨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달무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남쪽 하늘엔 천문과학관에서 봤던 오리온자리 삼태성도 있다.

별 본다고 몰려나가서 수다를 떨고 묻는 모습이 대엽 씨에겐 천진난만해 보인다. ‘이걸 풍류라고 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1월 11일

별을 보고 음식을 먹다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서둘러 먹던 걸 치우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용식 씨는 새벽 4시 반께 반영월식을 보자고 한다. 다들 잠자리에 들고 반영월식은 용식과 다은, 두 사람만 봤다고 한다.

아침 8시, 식사를 하고 9시 넘어서 행사를 마무리하며 소감을 나눈다.

달무리가 신기했던 이도 있고, 오리온자리를 확실히 알게 돼 으쓱한 이도 있다. 처음 찍은 달 사진이 뿌듯한 이도 있다. 

대엽 씨는 캠프 오기 전에 뉴스풀 이름을 처음 듣고 기사를 검색해 봤다. 동네 1인시위를 자세히 취재하고 인터뷰한 걸 보면서 ‘참여가 언론이 된다’라는 말의 의미가 쏘옥 다가왔다.

주희 씨는 이맘때 정산과 결산으로 바쁜 경주중증장애인자립센터 식구들이 캠프에서 몸과 맘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미현 씨는 같이 온 고등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이 괜히 왔다고 생각할까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수연 씨는 하늘에 수많은 별이 있지만 가장 소중한 별들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별을 보러 왔고, 어떤 이는 치유하러 왔고, 어떤 이는 일이라 왔다. 또 어떤 이는 엄마 아빠가 등 떠밀어 왔지만, 캠프에서 그들은 별을 봤다.

아니… 별이 되었다. 때론 스스로에게, 때론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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