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로 접어드니 일교차가 아주 심합니다.일교차가 심할수록 보현골 아침은 해발에 따라 풍경을 달리합니다. 아래쪽 마을은 자욱하게 농무에 갇혀있고 중산간은 어쩌다 한 줄기 안개가 산정에 걸려 있는 구름과 연결되는 듯합니다. 해가 뜰 무렵이면 아직 남아 있는 산 쪽의 푸름이 역광을 받아 거무스레합니다. 여름 동안의 푸름은 곧 서리를 맞이하고 초추의 양광에 잎이 붉게 익을 준비를 하겠지요. 드문드문 몇 호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한 마장 거리에 살고 있는 내 집에 들리는 듯합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의 주제는 야생버섯 이야
‘화성에서 온 별빛, 영천으로 온 당신’이란 슬로건으로 제20회 영천 보현산별빛축제가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영천시 화북면 보현산천문과학관과 별빛마을에서 열린다.21일, 영천시는 ‘제20회 영천 보현산별빛축제 추진계획 보고회’를 갖고 “볼거리, 즐길 거리, 교통, 주차, 먹거리, 환경 등 각 분야의 안전을 점검했다”고 밝혔다.영천 보현산별빛축제는 국내 최대인 1.8m 천체망원경이 있는 보현산천문대와 천문과학관이 있는 보현산 자락에서 열리며, 올해는 ‘화성’을 주제로 진행된다.주제관에서는 화성 탐사를 떠나기 위한 역량 강화
아직은 자두밭 일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서툽니다.그중에서도 가장 서툰 것이 봄 한 철 집중하여서 할 ‘열매솎기’입니다. 이 열매솎기로 인한 초보 농군의 마음고생은 한층 고조됩니다.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리는 종자인 ‘추희자두’는 더욱 초보 농군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그 많은 알 중 한 알을 두고 나머지 알을 남겨 놓을 한 알에 영향을 주지 않게 조심스럽게 솎아내는 것입니다. 열매 간 거리도 생각해야 합니다. 열매의 병 발생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햇빛의 영향도 고려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되는 것이 한 가지에 남겨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3월하고도 6일 ‘경칩’이자 보름입니다. 천문의 지혜를 알 턱이 없는 촌부가 경칩과 보름이 한 날에 겹치는 것에 묘하게 끌려 평소 소회를 적어봅니다.지난가을 놀고 있는 빈 땅을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복합비료 두 포대와 함께 이삭이 예쁘게 패는 우리 밀을 뿌렸습니다. 종자 이름이 흑진주를 떠오르게 하는 ‘아리진흑’의 싹들이 봄을 맞아 제법 기운을 차려 500여 평 되는 밭에 푸른 기운이 겨우내 메말랐던 대지를 도포하고 있습니다. 자두 농사를 짓는 시골 농부의 엉뚱한 푼수 짓에 경운기를 몰고 지나던 노인 회장님은
‘용’에게 밥을 주다.제가 매주 수요일 저녁 다니는 서당은 한 번씩 툭툭 알밤이 저절로 떨어지듯 기발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시대의 이야기꾼 의 ‘기’ ‘용’ ‘도’ 이야기 등은 책으로만 접할 수 있는 간접경험이라 상상력이 떨어지는 제게는 재미에 한계를 느낍니다. 그러나 서당에서의 이야기는 시대의 이야기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장성이 있는 것이라 가슴이 더 두근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제가 들은 것을 하나 먼저 꺼내보겠습니다.저와 같이 글을 배우는 도반으로 붓을 잡은 지 20여 년이 넘은
경칩이 지나 밭 한쪽 샘이 솟는 웅덩이에서 기세 좋은 개구리울음이 들리더니 지난밤 내린 비로 울음의 성량이 줄어 겨우 들릴 듯 말 듯 합니다. 산 이마에는 상고대가 핀 것처럼 서설이 쌓여 있고, 산 아래에서는 는개가 스멀스멀 퍼지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경자와 신축의 모진 영하의 바람을 견딘 운룡매가 시절이 닿았음인지 매향이 저의 코에 닿을 듯 말 듯 한 향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우중이라도 지붕 없는 마루 쪽 창을 열면 산새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제 보름 정도면 온 밭에 ‘오얏꽃’ 향이 퍼질 것입니다. 지난해 봄 은은한 ‘
입춘이 지난 2월은 새내기 농부에겐 한없이 한가한 계절이다. 곧 봄이 오겠지만 겨울 끝자락 해발 350미터의 보현골 날씨는 제법 두툼한 솜바지를 입어도 흠칫흠칫 몸이 떨린다. 매서운 겨울 끝자락에 가스통을 잘라 만든 나무 난로 옆에서 농부는 시집에 빠졌다. 영천을 한없이 사랑하는 이중기 시인의 시집이다.벌겋게 달군 난로 옆에 앉아 뜨거운 차를 홀짝이는 내 몸이야 무람없이 한가하다만, 마음은 시집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영천 이야기다.밥 한 끼가 간절한 민중의 피와 땀을 가로챈 권력자와 그 하수인인 친일 관리의 포악함
세상의 고양이, 개, 돼지, 암소를 모두 합친다 한들 닭의 숫자에 미치지를 못한다. 거기다 쥐와 새까지 더한다 해도 여전히 닭이 이긴다. 닭은 세상에 가장 흔한 새이며 동시에 농가 마당의 친숙한 동물이다. 지금 이 순간 200억 넘는 닭들이 지상에 살고 있으며, 인간의 세 배에 달한다. (앤드루 롤러, 치킨로드, 책과함께, 2015) 삐뚤이. 큰삐뚤이. 연갈이. 노랑이. 얼룩이. 점순이. 소점이. 봉이. 깜순이. 꽁지. 빼빼. 얼도리. 깐도리.보현골 집에 함께 지내는 닭들의 이름이다.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1월 10일저녁 5시 30분, 별빛캠프를 기획한 용식 씨는 경북미디어센터 뉴스풀 운영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진행하려면 일찍 가 있어야 하는데 행사가 늦게 끝나 대신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별 스케치 준비물도, 먹거리도 미리 준비해 뒀고…” 저녁 7시 30분, 다은 씨는 영천별빛문화센터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짐도 다 정리하기 전에 용식 씨가 재촉해서 다시 차를 타고 나서야 했다.보현산 천문과학관,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천체투영관의 문이 열렸다. 하늘을 향한 인간 도전의 역사, 그리고 수많은 별을 봤다.북쪽 하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