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귤을 따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밥을 짓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 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오래된 방 안에서 잠을 청한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에게 환상은 없다. 우리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만이 존재한다. 저 묵묵한 시간에 고개를 숙인다.
마을 길 한가운데 앉아있는 소성리 주민을 보며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4월 28일 아침, 성주 소성리는 사드 장비 반입으로 또다시 공권력과의 충돌을 겪었다.마을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장이 되었고, 나이 많은 몸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수 천 명의 경찰병력이 마을회관 앞길을 밀고 들어오기 직전,백광순 할머님은 고추를 심어놓은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어두고 조용히 길 위에 앉는다.
산을 뚫고 이어질 저 거대한 우회도로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 궁금해졌다.안동시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예산상의 인구는 20만, 3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합리적 근거없이 세금은 이곳 저곳에서 집행되고 있다. 오늘도 희망의 탑이 올라간다.
2008년의 동대문운동장인데 지금은 사라지고 디자인플라자가 들어섰습니다. 바로 옆 청계천도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그곳은 삼일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요. 고가도로 아래 수많은 노점상과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기억도 납니다.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고가도로와 아파트를 지우고 길을 걷어내 천을 복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비단 지워진 것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만은 아니었습니다. 재개발에 밀려난 노점상은 잠시 동대문운동장 안팎에서 연명하더니 운동장마저 밀리고는 어디론가로 떠났습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
다수의 사람들은 생태, 경제 및 집은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위의 단어들을 라틴 계통의 언어로 쓰면, 생태학(eco^logy)과 경제학(eco^nomic)이 된다. 생태학과 경제학은 라틴어 eco라는 단어로부터 출발하여 뒤에 연구하는 방식에 따라 접미어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라틴어 eco는 집이라는 의미가 있어 생태, 경제, 집이 갖는 의미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된다.경제라는 것을 아주 거시적으로 보면, 자연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갖고 와서 사용하는 인간의 행위이다.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를 점점 더 많
불타는 망루, 검은 연기. 12년 전 그날의 기억지금보다 몸이 가볍고 더욱 감정이 요동치는 날들의 연속이었던 12년 전 어느 겨울날 아침부터 속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시작된 뉴스의 연속이었다. 화면과 사진에서 나오는 불타오른 망루와 검은 연기는 나 혹은 우리들의 기억과 가슴에 강한 생채기를 남겼다. 벌써 1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용산의 악몽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살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리고 대구에서도 여의도에 비견될만한 면적이 재개발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용산 참사가
‘정인아 미안해’. 학대로 죽은 아이를 살려내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이 의아함을 자아낸다. 이 사회가 이토록 아이들을 끔찍이 위하는 곳이었던가. 그런 곳에서 아동 학대는 왜 숨 쉬듯 일어나는 것인지.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의 고통에는 더할 나위 없이 무심한 사회가 죽은 아이에게 보내는 통곡은 어쩐지 네크로필리의 냄새가 난다.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만을 지칭하는 학대의 개념은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연한 학대를 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것이 학대가 아니라는 착각을 일으킨다.고등학생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대학
수많은 노동자들이 하늘 위로 오른다. 이것은 어제의 일이 아니며 지금, 여기의 일이다. 그들이 발 딛고 있는 지상에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으므로 내일도 오를 것이다. 2003년 6월 11일, ‘85호 크레인’으로 김주익이 올랐다. 얼마 뒤 그 맞은편 도크 위로 곽재규가 올랐다. 시간을 거꾸로 뛰어넘어, 백골단에게 시신마저 갈취당한 박창수의 사인은 ‘단순 추락사’였다. 그렇게 올라간 이들은 살아서 내려오지 못했다. 2011년 1월 6일 새벽 3시, 한 여성노동자가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35세의 최강서가 158억 원
만화가 김수박 프로필주요 저서 〈아날로그맨〉,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사람 냄새〉, 〈메이드 인 경상도〉, 만화 에세이 〈더 힘들어질 거야 더 강해질 거야 더 즐거울 거야〉, 〈아재라서書〉,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타임캡슐〉, 〈나! 이봉창〉 외 다수.블로그 _ 김수박과 파편들 https://blog.naver.com/orpeo74
코로나19 백신 계약과 접종에 관한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그보다는 작은 소리로 조류독감에 걸리거나 걸리지 않은 닭들의 살처분 소식도 전해진다. 쌍둥이 같은 두 뉴스는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인 양 분리되어 다루어진다. 전염병에 걸린 동물들이라는 같은 현상을 대하는 다른 반응은 꼬일 대로 꼬인 어려운 실타래를 던지는 듯하다.백신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긍정적이다. 더 빨리, 더 많이 주사를 맞는 것이 관심사가 되고 그러므로 접종의 우선순위나 국가 간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등장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백신
작은 농촌지역에서 ‘농민 수당’이 조금씩 제도화되어가고 있다. 우리 먹거리를 제공하며 식량주권을 지켜나가고 있는 농민에게 이제나마 국가와 지방정부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농가 수익은 줄고 부채만 늘고 있는데 수도권의 도매시장을 통해 도매법인 모기업들은 수백억의 배당금을 챙겨간다. 농업을 살리고 공익적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얽히고설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르익은 고추는 바닥으로 가고, 땀 묻은 돈은 기업으로 간다.
삼척에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삼척은 지난 37년간 핵시설을 세 번이나 막아낸 탈핵투쟁의 성지이다.이제 삼척은 포스코가 짓고 있는 삼척석탄화력을 막아내기 위해 또다시 투쟁에 돌입하였다.오늘도 삼척석탄화력을 막아내기 위해 삼척우체국 앞에서 108일째 피켓시위를 하고 있으며, 삼척 맹방해변에서 78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 앞에서 29일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탈석탄 투쟁은 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차원이 아니라 석탄화력 건설과 가동으로 인하여 삼척 주민의 삶의 터전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것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켜내고자
2년 전 그곳. 초여름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이었다. 하얀 천막 위로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돗자리에는 김밥과 빵, 커피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고, 주위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천막 바깥으로는 연녹색의 나무들과 뭉게구름 몇 점이 보였다. 잠시 눈을 감으면 마치 소풍에 온 것만 같았다. 눈을 뜨고 천막 앞에 놓인 글자들을 읽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부당징계 반대한다”, “징계 이후 한동대는 깨끗해졌습니까?”, “학교는 헌법 위에 있는가. 헌정 질서 준수하라”, “폴리아모리를 이유로 내쫓을 수
겨울의 초입에 골짜기의 바람을 뚫고, 전투경찰들의 벽을 뚫고 내어오는 뜨끈한 오뎅국물을 나눈다. 군인도 경찰도 주민들도 시민들도 감염병을 뚫고 모였으나, 정작 따뜻한 밥 한끼 나누는 평화는 아직 찾지 못했다.지난 27일, 성주 소성리로 또다시 공사 자재가 들어갔다. 힘을 가진 자들 누구도 주민들의 손을 잡아 주는 이 없고, 주민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작고 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국물만이 서로를 잡아준다.
걔 학교 잘렸대. 폴리아모리인가 뭔가 그거 때문이라던데? 나도 잘 모르는데 여럿이 사귀는 거래. 애인이 자기 말고 다른 애인을 한 명 더 사귀고, 셋이 같이 산다나. 말이 되냐? 그게 그룹섹스지 뭐야. 애인 둘 끼고 있는 여자도 웃긴데 그걸 용납하는 새낀 무슨 생각이냐 대체. 애인이 다른 새끼랑 자면 질투도 안 나나. 우리 교회 목사님은 난교라고 하던데 딱 맞는 말 아니냐. 사실 그냥 바람이나 난교라고 하기 부끄러우니까 괜한 이름 붙여서 면죄부 받으려는 거지. 폴리아모리는 무슨. 아무리 포장해봤자 똥이 꽃으로 변하냐. 더러워.그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