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숙사 설치 등 주거환경 지원 대책 마련 및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침’ 폐지해야”

 

2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농업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12월 20일 열악한 환경의 기숙사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는 동료 이주노동자 4명을 동일한 기숙사에서 계속 거주하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인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업주에게 기숙사 변경을 지시하고 건강검진 미실시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조치한 점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장관의 조치가 미흡해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진정에 대해서는 기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근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정책권고를 한 것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농업 이주노동자 정책권고.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카드뉴스
▲ 국가인권위원회 농업 이주노동자 정책권고.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카드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인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농업 이주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공공기숙사 설치 등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제43조에서 규정하는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숙식비 선공제를 법령으로 금지”하도록 했다.

또한 “숙식비를 이주노동자 임금에서 공제 가능토록 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침’은 폐지하고, 실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주거환경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권고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생존권과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이주노동자 전용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등의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봤다.

또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폐지하고, 실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주거환경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여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농업 이주노동자 정책권고.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카드뉴스
▲ 국가인권위원회 농업 이주노동자 정책권고.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카드뉴스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은 지난해 실시된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에게 “농지 등에 설치한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 가설건축물이 숙소로 제공되는 경우가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숙식비 공제 방식과 관련해서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임금에서 선 공제하는 경우가 77.4%”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 2021년도 경기도외국인지원센터 모니터링.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카드뉴스
▲ 2021년도 경기도외국인지원센터 모니터링.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카드뉴스

이번 권고와 관련하여 주거권 보장을 위한 행정 감시 시스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란미 경산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는 “인권위원회가 이번 진정사건을 계기로 기숙사 문제 등에 대해 정책권고를 내렸다. 그동안 이주 단위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되었던 공공기숙사를 권고에 포함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정부가 그동안 몇 차례 개선안을 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 기숙사가 폐쇄적인 공간이 되고, 외부의 감시가 들어갈 수 없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속헹 씨 사망 사건에 이어 같은 기숙사의 이주노동자들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이주단체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사건 진정이 기각될 수 있는 조치를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취했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인권위원회 권고도 실효성이 있으려면 감시체계가 있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등 행정의 감시는 거의 없는 상태이고, 시민단체 등이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실효성 있는 권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