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노동인권·성평등·성소수자 인권 충실히 담아야”

 

▲2022. 11. 9. 정부 서울 청사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하는 정상윤 교육부 차관. 사진 출처=KTV국민방송 화면 갈무리
▲2022. 11. 9. 정부 서울 청사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하는 정상윤 교육부 차관. 사진 출처=KTV국민방송 화면 갈무리


28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자기 주도성, 다양성 존중, 상호 존중, 협력, 차별과 편견 해소의 중요성 등 인권의 가치를 반영한 점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 하면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각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마련을 위한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 11월 9일부터 11월 29일까지 20일간을 기간 수렴 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지난 11월 9일 교육부의 개정안이 발표되자 총론과는 다르게 세부 내용에서 노동인권·성평등·성소수자 인권과 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위는 “정부 당국이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의 채택에 있어 연구진, 학계,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를 근로자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위는 ‘근로자’는 헌법과 법률상의 용어로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우리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하는 사람을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하는 ‘노동자’라는 용어 또한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할지에 대해 연구진 등 교육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주시민으로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 교육을 교육과정에 중요하게 반영할 것도 주문했다.

노동과 관련 교육부는 2021년 11월 24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서는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교육목표에 반영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총론 시안에는 변경 내용이 없었으나 이번 행정예고에서 ‘노동자’를 ‘근로자’로 변경했다.

‘성평등’ ‘성소수자’ 용어와 관련하여 강한 유감의 뜻도 나타냈다. 인권위은 이번 행정예고에서 ‘성평등’, ‘성소수자’ 용어를 삭제하고 ‘성에 대한 편견’,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대체한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소극적 차별 금지를 넘어 적극적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부의 ‘성소수자’ 용어 삭제는 사실상 교육청 및 학교에서 성소수자 용어 사용 금지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의 존엄함과 인권 보장의 중요성을 천명하고 있으며,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 당국은 성소수자를 인권의 동등한 주체로 확인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표명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러한 원칙에 기반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존중하고, 연구진을 비롯한 학계와 교원 등 교육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인권위는 “교육과정은 모든 교육 활동의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인권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넘어 향후 모든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인권이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되기를 바라며, 교육과정에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 ‘자유’, ‘평등’, ‘연대’ 등 인권의 소중한 가치가 보다 체계적으로 담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역사과 교육과정 정책 연구진은 교육부가 연구진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역사’와 ‘한국사’ 과목의 내용을 수정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자 한 연구진의 의도를 왜곡하였다며 행정예고 철회 및 교육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전국역사교사모임도 중립적 용어인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교체하는 것은 교육부가 균형적인 헌법 정신을 위반하고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행정예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교육부는 2022 교육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정상윤 차관의 발표를 통해 ‘급격한 교육 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내용에서는 새롭게 안전교육 포함했으며, 현대사 영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반영하고, 교육과정 개정 배경과 구성 중점 부분에 생태전환교육을 보다 명확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의 경우, 총론 문서의 성격을 고려하여 압축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서술한 공청회 시안을 유지한다면서도 노동자를 근로자로 표기할 것과 성소수자란 용어 등에 대해서도 의미 불분명한 용어를 교육내용 맥락에 따라 수정·보완하겠다고 안내했다.

2022 교육개정안은 지난해 4월부터 정책연구진이 연구를 진행하는 등 개정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8월 말 국민참여 소통 채널을 통해 시안을 공개했으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토대로 보완하겠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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