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1년 반에 걸친 조사 통해 결과 발표… 논란 이어질 듯

 

지난 12월 나사가 발사한 우주망원경이 이름 논란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성소수자 탄압의 논란이 일고 있는 나사 2대 국장 제임스 웹의 이름을 우주망원경의 이름으로 정한 것에 반발하며 이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나사(NASA)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대체할 새로운 우주망원경*에 유인 달 탐사 계획에 크게 기여했던 나사 2대 국장 제임스 웹의 이름을 붙이면서 성소수자 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논란은 1963년 나사의 예산 분석 담당자 노튼(Clifford J. Norton)에 대한 해고와 관련되어 있다. 노튼은 ‘라벤더 공포(Lavender Scare)’라 불리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의 성소수자 탄압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동성애자란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후 공무원위원회에 고소되어 해고됐다.

제임스 웹의 성소수자 탄압 논란에는 그가 나사 국장으로 일하기 전 국무부 차관 당시의 동성애자 인권 침해 관련 행적도 추가됐다.

1950년 6월, 미국 대통령이던 트루먼의 백악관과 국무부가 동성애자 조사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의회에도 그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라벤더 공포 시기 성소수자란 낙인으로 쫓겨난 미연방 공무원이 7,000명에서 10,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미국의 성 소수자 배제 정책은 1975년 공무원 정책이 바뀌면서 전면 폐지되었으며, 사회 전반에 성소수자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동성애 탄압 논란 인물의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천문학자 루시앤 월코이츠 등 4명의 과학자가 나사에 공개 의견서를 보낸 데 이어, 5월에는 새로운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제기한 청원에 1,3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동참하면서 논란이 확산하였다.

청원자들은 “제임스 웹이 유인 달 탐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면, 정부 관료로서 행한 동성애 혐오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천문학회(American Astronomical Society)도 지난해 3월 학회장 명의의 공개편지를 통해 독립적 조사와 우주망원경 이름 짓기에 천문학계와 시민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11월에는 나사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월 24일 영국 왕립천문학회(Royal Astronomical Society)가 우주망원경 이름 결정 과정과 제임스 웹의 과거 행적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나사에 보냈다며, 새로운 우주망원경에 제임스 웹이란 이름을 쓰지 말자는 제안과 JWST 약어만을 쓰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1969년 7월 케네디 우주센터(KSC) 아폴로 11호 발사를 위한 카운트다운 시연 테스트(CDDT) 중인 1호 통제실. 하지만 성소수자는 역사적인 유인 달 착륙 임무 현장에 함께할 수 없었다.
1969년 7월 케네디 우주센터(KSC) 아폴로 11호 발사를 위한 카운트다운 시연 테스트(CDDT) 중인 1호 통제실. 하지만 성소수자는 역사적인 유인 달 착륙 임무 현장에 함께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이름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해고와 후속 조치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19일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는 1960년대 달 탐사를 위한 아폴로 프로그램 진행 당시 성소수자(LGBTQI+)를 탄압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나사 2대 국장 제임스 웹(James E. Webb)에 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사는 논란이 이어지자 조사단을 구성해 2021년 3월부터 최근까지 조사를 진행하여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나사는 제임스 웹과 관련 1949년 국무부 재임 기간과 1952년의 행적, 나사 국장으로 있었던 1961년부터 1968년까지 정부의 성소수자에 대한 축출 및 해고 등 차별이 연방의 정책이었던 시기 ‘라벤더 공포’의 맥락에서 모든 이용 가능한 증거를 살폈다고 강조했다.

나사는 이름 변경을 거부한다면서도 성소수자 탄압 사실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나사는 “수십 년 동안 성소수자(LGBTQI+) 연방 직원에 대한 차별은 단순히 용인된 것이 아니라 연방 정책에 의해 부끄럽게 조장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라벤더 공포’는 미국의 역사와 성소수자(LGBTQI+) 권리를 위한 투쟁의 고통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사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나사의 핵심 가치이자 우선순위는 성소수자(LGBTQI+) 미국인을 위한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것이라며, 연방 정부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원하지 못한 시기를 포함하여 우리의 역사를 정직하고 공개적으로 직면하겠다고 선언했다.

 

나사가 공개한 ‘제임스 웹과 라벤더 공포 관련 최종보고서’ 붙임 자료 일부.
나사가 공개한 ‘제임스 웹과 라벤더 공포 관련 최종보고서’ 붙임 자료 일부.

 

나사가 이름 변경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우주망원경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원을 주도했던 루시앤 월코이츠는 나사가 새로운 우주망원경의 이름 변경을 거부하자 나사의 위원에서 사임하면서 제임스 웹 관련 조사에 대한 정보공개가 지연된 것에 대해 분노한다는 항의 입장을 내놨다.

새로운 우주망원경 이름 변경을 청원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나사의 입장은 선택적인 역사 읽기”라며 “(나사는) 명시적 문서가 없기 때문에 제임스 웹이 몰랐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동성애 혐오나 그들의 감독 아래 일어나는 다른 형태의 차별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나사의 소수자 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도 극화되어 소개된 것처럼 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도 있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우주를 향하는 길에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나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89쪽에 이르는 ‘제임스 웹과 라벤더 공포 관련 최종보고서(James E. Webb’s Relationship to the Lavender Scare Final Report)’ 전체를 공개했다.

나사의 이번 조사에서는 나사 기록 보관소에 있는 50,000만 쪽이 넘는 문서와 마샬우주비행센터,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메릴랜트 칼리지파크의 국립문서보관소의 기록과 해당 기간에 대한 2차 문헌 및 기타 사료 및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 등의 자료가 검토됐다.

또한, 이번 조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이름에 대한 우려와 제임스 웹이 재임 동안 반 성소수자(LGBTQI+) 정책을 추진했는지와 1949년부터 국무부 재임 기간 동안 수행한 역할에 대한 조사였다.

보고서 전문은 아래 주소를 찾아 참고하면 된다.

https://www.nasa.gov/sites/default/files/atoms/files/nasa_historical_investigation_james_webb_0.pdf



1969년 7월 20일 달 고요의 바다에 도착한 아폴로 11호 착륙선
1969년 7월 20일 달 고요의 바다에 도착한 아폴로 11호 착륙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은 지난해 12월 발사되어 지구로부터 약 150만 km 떨어진 곳에서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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