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74주년 기념 2022년 인권의날 기념식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인권선언 낭독 거부하고 퇴장

 

 9일 인권의 날 기념식장에서 세계인권선언 낭독을 거부하고 입장을 밝히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사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동영상 갈무리
9일 인권의 날 기념식장에서 세계인권선언 낭독을 거부하고 입장을 밝히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사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동영상 갈무리

 

세계인권선언 제74주년을 맞아 열린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인권선언문 노동권 조항 낭독을 제안받은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낭독을 거부했다.

그는 노동자가 죽어가고, 화물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인권탄압에 가장 앞장선 대통령이 주는 상이 시상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장했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제74주년을 앞두고 ‘2022년 인권의 날’ 행사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었다.

유최안(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씨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인권선언 중 노동권을 규정한 제23조 낭독을 제안받고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장에 참석했던 유최안 씨는 ‘2022 대한민국 인권상’이 윤석열 대통령 이름으로 수여되는 대통령 상이라는 것을 알고 선언문 낭독을 거부하기로 마음먹고, 바로 입장문을 만들어 낭독한 후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입장문 낭독에 앞서 “인간답게 살고 싶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후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오늘 행사의 취지가 저와 맞지 않아 할 말 만을 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최안 씨는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며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제일 인권 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라며,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국회앞 단식농성 사진(오른쪽 세번째가 유최안 부지회장). 노조법2·3조 개정운동본부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국회앞 단식농성 사진(오른쪽 세번째가 유최안 부지회장). 노조법2·3조 개정운동본부 

 

유최안 씨는 현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가로막고, 손해배상 등으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억압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최안 씨는 지난 6월 2일부터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 과정에서 작업장 바닥에 1㎡(0.3평)가 채 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가둔 채 농성을 벌였으며, 7월 22일 노사 간 합의가 이뤄져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50여 일의 투쟁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사용자 측의 대응에 맞서 투쟁해 왔으며, 노조법 2·3조 직접 피해자로 국회 앞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낭독하기로 했던 세계인권선언 제23조는 노동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23조는 일할 권리와 자유로운 직업 선택, 실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차별 없는 임금, 인간적 존엄에 합당한 생활 보장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발언

 

참가자 여러분.

올해 7월 조선소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파업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입니다.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노동자들,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사람들 속에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 유린을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사회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 권리를 넘어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웃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고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오늘 인권선언 조항 낭독하지 못하겠습니다.

먼저 퇴장하겠습니다.

 

세계인권선언문 노동권 관련 규정

제23조

1.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 자유로운 직업 선택권,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에 관한 권리 및 실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동등한 노동에 대하여 동등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3.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가족에게 인간적 존엄에 합당한 생활을 보장하여 주며, 필요할 경우 다른 사회적 보호의 수단에 의하여 보완되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4.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

제24조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과 정기적인 유급휴일을 포함한 휴식과 여가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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