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8일, 비정규직 오체투지 투쟁에서. 사진 출처=녹색당
지난 12월 28일, 비정규직 오체투지 투쟁에서. 사진 출처=녹색당

 

3년 전 오늘, 거리에서 추위를 고스란히 견디며 지낸 날이 있었다. 35년째 해고노동자로 있는 김진숙의 복직을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고 있을 때였다.

찬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맞았던 청와대 사랑채 앞의 40일은 매일같이 노동과 관련한 기자회견, 집회, 1인 시위가 단 하루도 진행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앉아 있는 일 말고 달리 할 일이 없던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공부했다. 노동 현장의 가장 큰 쟁점인 장시간 노동, 고용에 대한 불안정, 사고 위험이 가득한 일터의 환경 개선, 코로나로 인해 과중한 업무로 누군가는 숨을 거두고, 일터로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은 병원의 운영비로 쓰이는 이런 비합리적인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매일매일 청와대 앞에서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의 발언을 들으며 노동 현실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하청의 문제점 등 다양한 노동 쟁점을 공부하며 알아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대기업의 정규직, 공무원 등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1차 노동시장에 10%, 그 외 중소기업, 영세기업, 비정규직 등 90%는 2차 노동시장에서 일을 한다. 이런 노동시장의 문제는 임금의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것과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이 힘들어 이동하는 이직률이 높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연근로제에 따른 OECD 국가 중 선두권에 있는 장시간 노동의 문제, 전체 사업장의 60%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인 점,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점.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1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라는 부자가 되어 선진국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그때도 노동자들의 현실이 점점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지금의 현실은 더 막막해졌다.

그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 이제그만에서 12월 27일부터 3일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결과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노조법 2, 3조 개정을 위한 오체투지 일정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급하게 둘째 날 일정에 함께 하기로 했다. 단 하루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사진 출처=녹색당
사진 출처=녹색당

 

27일 아침 효창공원을 출발해서 29일 국회의사당 앞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된 행진은 29일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은 허락되지 않았다.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에서 막힌 오체투지단은 그대로 그곳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있어야 했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 모두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서라도 왜 법 개정이 필요한지 더 열심히 알아야겠다.

 

노조법 2조를 개정하려는 이유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부른다.

현행법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면 행정 기관에 신고해서 설립신고필증이라는걸 발급받는다. 엄연히 신고제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에서 설립신고필증이 발급해 주지 않으면 사 측에서 노동조합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당연히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는 단체교섭권이 주어지지 않고 노동조합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바꾸기 위해 노조법 2조를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만들고 있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는 ‘노동조합을 조직하면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노동조합을 조직했다면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노조법 2조를 바꾼다면 하청 노동자 또한 현재 월급 주는 사장과 하청 기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청 기업까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협상력을 넓힐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청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향상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노조법 3조를 개정하려는 이유

쌍용자동차 손배가압류라는 말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들어 익숙하지만 이 말 안에 담긴 의미는 많은 사람이 잘 모른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경영난을 이유로 총인원의 36%인 2646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된 노동자들은 ‘함께 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77일간 인화물질 가득한 위험한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끝까지 파업을 벌였다. 그 기간에 정부가 한 일은 노사합의를 중재한 것이 아니라 공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방패와 곤봉, 저공 헬기, 물대포로 노동자에게 폭력을 동원해 진압을 한 것이다. 그리곤 오히려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크레인 등 장비가 파손되고, 경찰관들이 다쳤다며 노동조합원들에게 11억을 청구했다. 그러자 쌍용자동차도 30억이 넘는 금액을 노동자들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13년간의 소송 끝에 손해 배상을 기각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그사이 30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고 2019년 7월, 노사합의로 정리해고 10년 만에 쌍용차 노동자 48명이 복직했지만 첫 급여의 상당 금액을 가압류당했다.

노조법 3조는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동안 회사에 원래 발생했어야 할 이익을 포함해 여러 가지 금전적인 손해에 대해 노동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쌍용자동차를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등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이 평생을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액수의 금액을 청구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지면 가압류가 반드시 따라온다. 최소한의 월급 빼고 모든 자산이 가압류된다. 손해 배상은 노동자와 가족의 삶까지 파괴하게 된다.

또한 손해배상 청구 과정은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손배청구에 압박을 느낀 노동자에게 노조 탈퇴를 하면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조건을 달아 노동조합 탈퇴를 유도한다. 사람은 줄고 청구금은 그대로 남아 끝까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이다. 그러니 노조법 3조가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노조할 권리를 침해하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법 3조를 우리는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른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에게 47억을 갚으라는 판결이 알려지자 한 시민이 노란봉투에 성금 47,000원을 담아 전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노란봉투에 47,000원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손해 배상 청구 자체를 막고 있지는 않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 측의 부당 노동행위 등 불법 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벌지 못하게 된 수익을 청구할 수 없다.

2) 회사가 노동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가압류 범위를 한정한다.

노조법 2조의 개정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를 인정하자는 것이고, 노조법 3조의 개정은 투쟁하는 노동자의 권리와 과도한 손배청구로 노동조합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자 대부분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안에서 일한 만큼의 정당한 급여 보상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고용 불안정과 다치고 죽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노조법 2·3조의 개정이 시급한 이유이다.

 

 

글 _ 성미선 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

 

12월 28일, 오체투지 일정을 마무리하며
12월 28일, 오체투지 일정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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