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삼풍백화점도 아니고, 성수대교도 아닌데, 대한민국이 붕괴한다고? 붕괴, 침몰 등 주변에 부정적인 언어들이 난무한다. 얼마 전 광주에서 LH가 지은 아파트에서도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났다. 다리든 건물이든 무너질 것은 무너지고 있다. 철근을 거의 안 집어넣었으니 그 건물이 온전할 리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붕괴한다니, 대한민국 자체는 다리도 아파트도 건물도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을 아파트로 생각한다면 그 대한민국에 철근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붕괴 얘기도 나올 법하다. 코나아이 출판사에서 나온 『대한민국의 붕괴–인적자원으로 살펴본 대한민국의 붕괴』라는 책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굳이 새로울 것은 없다. 인구는 꾸준하게 줄어들어 왔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자원 감소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을 거라는 얘기, 대한민국이 일본보다 더 심하게 초초고령화 되어간다는 이야기, 2021년 합계출산율 0.81명이라는 초저출산 시대의 시작 등 인구감소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코이나이가 개발한 시스템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라는 인구 예측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 인구를 예측한 결과다. 얼마 전 다문화를 연구하는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강원도 어느 초등학교 한 반에서 왕따 사건이 일어났는데 왕따를 당한 학생이 한국 아이였다는 것이다. 왕따를 시킨 애들은? 모두 우즈베키스탄 등 다문화가정 자녀였다는 것이다. 광주 광산구에 큰 우즈베키스탄 마을이 만들어졌고, 매년 3천 명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대한민국에 돈 벌러 들어온다는 말을 몇 년 전에 우즈베키스탄의 한국문화원장에게 들은 적도 있었다. 농촌에는 노인들로 넘쳐나고 폐가가 늘어나는 일은 익히 들었던 바다.

그런데 이 책이 던지는 충격은 저출산율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구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출산율이 가령 0.5%라고 하면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현재 인구가 몇 명인지 모르고 관심도 없는 마당에, 앞으로 인구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몇 명이 남게 될지 계산하기 어렵다. 이 인구 예측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약 5100만 명에서 2060년 35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은 2100년에 13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문제는, 이 정도 수준에서 과연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있는지다. 그 1300만 명 중에서 2100년에도 고령층은 상당할 것이다. 이미 논의가 늦었지만, 국민연금 문제가 튀어나오고 올해 KBS 시사 기획 창에서 저출산 문제를 다각도로 집어봤다. 역삼각형 피라미드, 출생아 수, 초혼 혼인 수, 올해 생산연령인구 100 대 고령인구 26이 2040년에는 100 대 60으로, 2070년에는 100 대 113으로 노인 부양에 필요한 재정 부담의 증가 등 여러 항목이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왜 대한민국호가 인구절벽에 부딪혀 좌초되는 사태에 이르렀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인구가 이런 식으로 줄어들면 과연 생산가능 인구는 얼마가 될까? KBS 시사 기획 창 보도에 따르면 2020년 3,738만 명이고 2070년에는 1,553만 명으로 약 2185만 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83만 명에서 2040년 2,852만 명, 2060년 2,066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과 비교할 때 2040년에는 886만 명, 2060년에는 1천672만 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2040년이면 얼마 먼 미래도 아니다. 왜 이렇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일까? 언론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타령, 아파트 가격 타령, 초중고 졸업하는데 드는 교육비 6천여만 원, 개인부채와 가계부채 타령 등만 하고 있다. 일정 정도 맞는 이야기지만 대한민국호 침몰의 진짜 원인은 아니다.

핵심은, 유튜브에 나온 어느 방송사 프로그램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날수록 대한민국의 부가 늘어나더라는 이야기였다. 현재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숫자는 860만 명이다. 작년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2년 비정규직은 815만 6천 명이었다. 게다가 비정규직 중에서 가장 나쁜 일자리인 시간제 노동자 숫자는 2022년 368만 7천 명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오늘날 우리는 대한민국을 가리켜 잘 사는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국뽕 환자’들도 나오지만, 대한민국의 외양은 모두 그 많은 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긴 세월 동안 유지하면서 착취해 생긴 결과다. 화려한 외관 뒤에는 착취라는 악마가 숨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커져 온 대한민국의 부는 다 어디로 갔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최대 160만 원에 이르고 임금 수준이 200만 원 이하로 떨어지고 청소노동자의 임금은 80만 원도 채 안 되는데 대한민국 노동자의 호주머니가 닫힐 수밖에 없고, 당연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임금의 지속적인 하방이 이어질수록 개인부채, 가계부채, 교육비 등은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늘어나는 고령인구는 저당 잡힌 미래 정도가 아니라 미래 자체가 소멸하는 위기에 빠질 도리밖에 없다. 이 문제는 취업에서 가치를 중시하는 MZ 세대의 문제도 아니다. 방송 언론에서는 세대갈등을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계급갈등을 은폐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이민청을 만들고 외국인이 소비의 주체라고 말하며 국제결혼을 부추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늘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다가 생존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죽는 상황에서, 온갖 앰한 소리만 해댄다.

노동이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갖가지 형태로 쪼개지고 분할되며 노동자들의 임금이 내려가는 한,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조만간 침몰할 도리밖에 없다. 착취가 인구를 없애는 주된 요인이다. 어느 기업이 어느 자본가가 저임금 노동자의 유혹을 뿌리치겠는가? 구매력 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1300만 명으로 주는데 붕괴할 도리밖에 더 있는가?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한반도 통일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지만, 당장 지금 통일이 되어 설사 인구수를 늘리는 데 성공한다 해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둘째 자녀 출산비 양육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인구가 늘어날까? 회의적이다.

회의와 냉소주의라는 유혹을 받지만, 요즘 총선을 앞둔 민주노총 이야기를 듣자면, 악마의 유혹하는 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



글 _ 이득재 노동당 대구시당 전국위원 및 정책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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