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손 놓은 고용노동부도 책임”
노동3권 보장 위해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 요구

 

10월 6일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모든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민주노총 경북본부
10월 6일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모든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민주노총 경북본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 판결 73%가 사용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손배·가압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전체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현황에 대해 판결이 선고된 73건 중 63건을 대상으로 선고 결과, 행위 양태별 법원의 판단 등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관련한 해외 사례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판결 내용이 없는 소액심판 사건 5건 및 국가·제3자가 제기한 사건 5건은 제외했다.

기업이 제기하여 법원 판결이 난 사건 63건 중 73%에 이르는 46건에 대해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 및 불법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쟁의행위 및 불법행위’ 판단을 받은 46건 가운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은 39건이다. 그중 28건은 불법 쟁의행위라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고, 나머지 11건은 불법행위로 보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7건은 불법 쟁의행위더라도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로 봤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여러 제약 요건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진행됨에도 사용자 측에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인과관계가 없는 행위까지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손해배상·가압류 청구 소송은 조사 기간인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151건이 제기되어 127건은 종결되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24건으로 나타났다. 종결된 127건은 판결 확정이 48%인 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한 경우가 40.2%인 51건, 조정·화해가 11. 8%인 15건으로 확인됐다. 조사 기간 동안 손해배상 청구액은 2,752억 7천만 원이었으며, 현재 진행 중인 24건에 대한 청구액은 916억 5천만 원으로 확인됐다.

 

출처=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출처=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 원인은 사업장 또는 시설 점거가 청구 소송 63건 중 49.2%인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사업장 점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90.3%인 28건이 받아들여졌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인용액은 327억 5천만 원으로, 전체 인용액 332억 2천만 원의 약 98.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집회나 농성을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이 22.2%인 14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이에 대한 인용은 42.9%인 6건이었다. 전체 청구 건수 중 파업을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 17.5%인 11건이었으며, 63.6%인 7건을 기각됐다.

‘불법 쟁의행위 및 불법행위’ 판단 기준은 대부분을 쟁의 수단이 부당했다고 봤다.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28건 가운데 약 89.3%인 25건이 쟁의의 수단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이 중에서 22건이 위력으로 사업장을 점거한 경우에 적용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3조의 개정 필요성에서 주목할 부분도 확인됐다. 불법쟁의행위로 판결이 난 8건 중 7건이 사내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 사용자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벌인 쟁의행위였다. 이 사건들에서 대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하여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여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한 예가 있음에도,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근로계약을 맺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교섭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법파업으로 보기도 했다.

또한,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한국철도공사, 문화방송, 한진중공업, KEC, 갑을오토텍 등 9개 대규모 기업과 관련된 소송은 56건으로 전체 청구액의 80.9%, 인용액의 93.6%를 차지했다. 이중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시내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것이었으며, 지난 7월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던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조합의 제1도크 점거 등에 대해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되어 있다.

특히, 손해배상·가압류 사건은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에 집중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에 제기된 사건은 전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의 94%인 142건으로 나타났다. 청구액 기준으로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에 99.6%가 집중됐고, 인용된 금액의 경우 99.9%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전국금속노동조합이 73.9%인 105건이었다.

 

출처 고용노동부
출처 고용노동부

 

한편 이번 실태조사가 사측의 불법 행위에 눈감은 고용노동부의 편향적 조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은 “노동자들이 쟁의행위에 나서려 수많은 제약 요건이 있다.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파업을 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이번 조사는 이런 현실은 반영하지 않은 사용자 편향적인 조사이다.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에 손을 놓았던 고용노동부의 지도·감독 책임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반쪽짜리 조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쌍용자동차 사건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보듯 노동권 압박 수단으로 작용되고 있다.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을 통해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헌법 제33조는 단결권·단체교섭권과 함께 단체행동권을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를 ‘파업·태업 등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조에는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경우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어 형법상 벌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업무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과 이를 담보하겠다는 명목으로 가압류처분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고 주장한다. 쟁의행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미비, 또는 쟁의 행위 당시 빚어진 마찰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이번 실태조사는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동조합·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사건(병합사건은 1건으로 봄)을 대상으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사 시점을 2009년으로 한 이유에 대해 “현재 가장 오래된 사건이 2009년에 제기된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며, 주요 손해배상 소송의 대부분이 2009년 이후 제기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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