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 이동우 씨의 배우자 권금희 시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연주
20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 이동우 씨의 배우자 권금희 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연주

 

지난 3월 발생한 동국제강 포항공장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에 대한 검찰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0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앞에서 열렸다.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크레인 보수 업무를 하던 하청업체 정비노동자 고 이동우 씨가 작업 중 안전사고로 숨진 사건에 대해 검찰이 9개월째 수사를 지연한다고 규탄했다.

연대회의는 동국제강과 하청업체 창우이엠씨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며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를 조속히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장세욱 대표이사가 기업 주요 경영전략을 대외적으로 대표하고 사업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라고 밝히며 장세욱 대표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하여 연대회의는 천장크레인 설비 위험으로 인한 산재 예방 조치를 사업주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천장크레인 보수작업에 앞서 기계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점, 다른 사람의 기계 운전 방지를 위한 잠금장치 설정 등 방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작업 계획서에 따라 크레인 상부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은 점, 작업자가 올라간 크레인에 대해 신호수의 신호에 따라 크레인 작동을 이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연대회의는 동국제강이 천장크레인 보수작업 관련 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절차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사업주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천장크레인 보수작업에서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크레인에 올라간 행위, 크레인 상부 지정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은 점, 회전체가 있는 크레인 상부 상황 확인 없이 작동을 허용한 점 등 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크레인 정비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로 사망한 고 이동우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유족 제공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크레인 정비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로 사망한 고 이동우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유족 제공

 

연대회의는 “9개월 전에 중대재해 산재 사고로 사망한 하청노동자의 죽음에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라며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세 번이나 입건하라고 검찰에 의견서를 보냈음에도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보강 수사를 이유로 시간 끌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김명동 연대회의 상임대표는 “대한민국의 한 해 산재로 죽어가는 생명이 2천여 명이다. OECD 국가 가운데 23년째 1위”라며 “아침에 웃는 얼굴로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한 해에 2천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노동자가 죽지 않고 살아갈 권리, 죽지 않고 노동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국가여야 한다. 법을 지키고 헌법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법원이고 바로 검찰이 할 일”이라며 “조속히 장성욱 대표이사를 즉각 수사하고 구속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사진 김연주
동국제강 포항공장. 사진 김연주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연간 형강(形鋼)·봉강(棒鋼) 등 철강제품 295톤을 생산하는 철강 생산 업체이다. 고 이동우 씨는 2018년부터 동국제강 크레인 정비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했다. 고인은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크레인 보수작업 중 갑작스런 크레인 회전체 작동으로 안전대에 몸이 조이는 사고를 당해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동국제강 경영진은 고 이동우 씨가 사망한 지 88일 만인 6월 16일 유가족과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고 이동우 씨 유족과 지원 모임은 동국제강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4월 19일부터 합의가 이뤄진 6월 16일까지 두 달여간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천막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고 이동우 씨의 장례는 숨진 지 3개월여 만인 6월 18일 치러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이동우 씨의 배우자 권금희 씨도 참석했다. 권금희 씨는 “제가 8개월이 지나고 9개월째 되는 이 시간에 여기 서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신랑이 죽은 지가 벌써 오늘이 275일째다”라며 “그런데도 검찰은 기소는커녕 아직 무엇이 부족한지 노동청에게만 계속 확인을 하고 있다 한다. 검찰은 우리의 편인 것인지 동국제강의 편에 선 것인지 이제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크레인 정비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로 사망한 고 이동우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유족 제공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크레인 정비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로 사망한 고 이동우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유족 제공

 

권금희 씨는 “제 아이가 태어난 지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제 뱃속에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 남편이 죽었다. 그런 상황인데 저희 아이와 제 남편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지금 한 사람은 하늘나라에, 한 사람은 집에……. 한 번도 보지 못하는 우리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검찰에게 한마디 하겠다”라면서 그는 “검찰은 잘못한 사람을 기소해서 법 앞에 그 책임을 묻게 하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함으로써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제발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는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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