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동우 님,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잘 지내고 있나요? 오늘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당신의 아들 주환이도 함께 말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합니다. 1년 전 이곳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분향소를 차리고 두 달가량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고 조사를 위해 사고 현장인 포항공장의 고철 보관 창고에 들어섰을 때, 30톤 천장크레인과 산더미같이 쌓인 고철더미는 당신과 동료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작업 현실을 실감케 해주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점을 보기 위해 건물 바깥쪽 사다리를 타고 천장크레인을 오를 때 고소공포증으로 안간힘을 써야 했던 기억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매일 같이 이 높은 곳에 올라와 일을 했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저렸습니다.

빈소를 방문했을 때 당신의 아내인 금희 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그칠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영정 속에서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는 젊은 노동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동국제강은 책임도 사과도 거부했습니다. 임신한 배우자, 암 재발 진단을 받고 있던 당신의 장모님… 어려운 조건임에도 유족은 상경 투쟁을 결의했고, 그 결의가 많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상경한 당신의 아내는 “장세욱 대표가 사과하지 않으면 천막에서 출산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각오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각오 때문에 우리들의 마음도 단단해졌습니다.

88일간의 긴 싸움 끝에 책임 인정과 사과가 담긴 합의를 이끌어내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동국제강 홈페이지 1면에 대표이사 명의로 책임을 인정한다는 사과문이 게시됐을 때 그 감격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그때 당신도 많이 기뻐했을 것입니다.

당신이 겪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안전을 무시한 경영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일입니다.

하지만 1년이 경과하는 지금까지도 검찰은 당신의 사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장세욱 대표이사(부회장)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1주기를 맞아, 우리는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경영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당신이 떠날 때 배 속에 있던 아기 주환이가 당신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환히 웃고 있습니다. 주환이와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함께 하겠습니다.

이동우 님,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을 일깨워준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소서!

 

2023. 3. 21.

이동우 님 1주기를 맞아 권영국* 드림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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