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 읽기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예년과 달리 올해 독서를 열심히 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전에 언급했듯이 몸 건강을 위해서다. 나는 저녁에 일찍 잠들어 새벽 서너 시에 깨는 편이다. 작년엔 새벽에 잠 깨면 글을 썼다. 글쓰기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을 뿐만 아니라 완전한 각성 상태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다시 잠을 청하기가 어렵다. 한밤중에 깨서 그대로 아침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몸 건강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올해는 새벽에 눈을 뜨면 글쓰기 대신 독서하는 것으로 생활 습관을 바꿨다.

새벽이나 한밤중에 독서를 하자면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식구들이 모두 자는데 불을 환하게 켜는 것이 민폐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나도 잠을 완전히 깨게 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적당히 책 읽다가 다시 잠드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독서 방법을 바꿨다. 종이 책 대신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 것이다. 패드 자체가 빛을 발하기 때문에 독서등의 조명을 희미하게 해도 충분하다. 따라서 아늑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기분이 좋고 더불어 집중도 잘 되는 이점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해도 시력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새벽에 독서로 인한 시력 저하는 오히려 종이 책이 더 해로울 것이다.)

 

종이책 대신 패드로 읽으니 독서의 효율성이 좋아서 예전보다 책을 더 즐겨 읽게 된다. 내가 패드 또는 탭으로 독서하기의 장점을 역설할 때 주위에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분들은 자신의 전자도서 경험을 예로 들면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독서가 종이 책 독서만 못 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전자도서를 경험해 보기 위해 며칠 전에 알라딘에서 한 권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그분들 말대로 전자도서는 영 아니다.

패드로 책 읽기는 전자도서에 없는 장점이 많다. 글자를 확대할 수 있고(전자도서는 확대가 안 되는 것 같다), 전자펜(애플펜슬)을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메모와 줄을 그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장점이 많은데, 그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는 좋은 앱으로 ‘굿노트Goodnote’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이패드에서 굿노트로 책을 읽기 위해 요즘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내 서재에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PDF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이책을 PDF로 바꾸기 위해선 스마트폰으로 책의 모든 페이지를 사진 찍어야 한다. 그 많은 쪽수의 지면을 어느 세월에 다 찍냐고? 이 작업은 생각보다 쉽고 또 시간도 별로 안 걸린다. 여기서 ‘vflat’이라는 훌륭한 앱을 소개하고 싶다. 나도 페이스북에서 벗들에게 배운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삼발이와 독서대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삼발이에 고정해 놓고, vflat을 켜서 3초 간격으로 타이머를 설정하여 자동으로 찍히게 한다. 이때 양손으로 독서대 위에 있는 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페이지를 정확히 넘기는 데 3초면 충분하다. 3초에 2쪽씩 1분에 40쪽을 찍을 수 있으니 10분 만에 4백 쪽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다. (vflat으로 책 찍는 방법에 관해 유튜브에서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굿노트의 가장 큰 장점이 PDF로 만든 책을 자유자재로 변형해서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독서에서 내가 굿노트를 활용한 사례를 설명하겠다. 오스트랄로피데쿠스에서 시작하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해 학창 시절에 배웠지만,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뒷받침돼야 이 책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사진1
사진1

사진1은 굿노트 상에서 나열된 <사피엔스> 책의 지면들(슬라이드)이다. 여기서 21번과 22번 슬라이드는 내가 인터넷에서 찾은 그림 자료를 삽입한 것이다. 사진2~3은 21~22번 슬라이드에 해당하는 화면이다.

사진2
사진2

5단계의 유인원의 이름과 특징이 늘 헷갈렸는데, 이 훌륭한 그림 자료가 자극하는 ‘비주얼 싱킹’을 통해 학습이 쉽고 재미있게 이루어진다. 손에 들고 있는 물건들이 각 진화 단계의 특징적 측면을 시각화되어 우리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또한, 22번 슬라이드의 내용은 이 책 본문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중요한 지식으로서, 종이책에 손글씨로 필기를 한다면 이 많은 정보를 옮겨 적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사진3
사진3

굿노트가 좋은 것이, 손으로 필기할 때 종이책에 적는 것보다 패드 상에서 적기가 훨씬 쉽고 편리하는 점이다. 즉, 본문의 화면을 크게 확대해서 전자펜으로 적으면 종이책에는 적을 수 없는 많은 글자를 담을 수 있고 또 잘못 쓴 글씨를 쉽게 지우거나 수정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요한 내용에 대한 밑줄 긋기를 편리하게(삐뚤게 그어도 자동으로 직선 긋기가 됨) 그리고 예쁘게 할 수 있다. 종이책에서 볼펜으로 줄을 그으면 책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폐단을 생각할 때, 패드를 통한 독서의 장점은 탁월하다 하겠다.

패드 독서의 또 다른 장점으로 가독성을 빼놓을 수 없다. 종이책으로 읽을 때 독자의 시선은 현재의 문장에 갇혀 있지만, 패드로 읽을 때는 한 페이지의 전체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독서의 속도가 빨라진다.

끝으로, 종이책을 PDF로 만들 때 품을 법한 어떤 꺼림칙하다는 생각, 즉 저작권 문제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놀랍게도 마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PDF로 만드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 도서관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책을 내 편의에 따라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 이를테면, 내가 돈 주고 산 CD의 음악을 mp3 파일로 리핑하여 내 폰에서 듣는 것이 저작권 위반일 수 없다. 저작권 위반이 되는 경우는 원래의 소스를 추출, 변형, 복사하여 나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건네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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