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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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말끔히 차려입은 세 사람이 서 있다. 가운데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들의 졸업식 날을 기념하여 남긴 사진인 듯하다. 흰 고양이도 이들의 가족이었을까? 그도 이 기념일에 빠지고 싶지 않아 아들의 옆자리에 서성인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흔한 풍경을 담은 이 사진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니, 다행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폐허가 된 마당에서 발견되었다. 집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무너져 내렸고, 사진 속 주인공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후손인지도 모를 고양이들만이 집터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전북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갇혀버린 바다가 죽고, 마을 옆 미군 기지 내의 폭발물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라져 갔다. 하제에서 주워 온 이 사진을 사진이라 부를 수 있을까. 버려진 종잇조각이라 해야 할까. 나고 자란 마을을 잃고 떠나간 심정을 알 길 없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멈춰진 그 시간을 들여다보며 단지 상상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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