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수 천 번 마음속으로 외쳤던 말, ‘저 복직해요’”
인권위, “김진숙의 복직은 노동 존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제이자 소명”

 

2월 23일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열린 ‘해고노동자 김진숙 명예 복직-퇴직 합의 서명식’. 유상철 HJ중공업 부사장, 홍문기 HJ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심진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왼쪽부터). 사진=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2월 23일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열린 ‘해고노동자 김진숙 명예 복직-퇴직 합의 서명식’. (왼쪽부터) 유상철 HJ중공업 부사장, 홍문기 HJ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심진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 사진=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땀에 젖은 작업복에 ‘소금꽃 나무’를 피우던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 난지 37년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25일,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의 최장기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이하 지도위원)은 그가 ‘꿈에 그리던’ 영도조선소로 출근한다.

금속노조와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23일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해고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의 명예 복직에 합의하면서, 복직 날짜를 2월 25일로 정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번 합의에 대해 “수천 번 마음속으로 외쳤던 말. ‘저 복직해요.’ 복직하는 날 퇴임식을 하지만 공장에서 조합원들이랑 같이 밥 먹고,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가 일했던, 그리고 제가 일했던 현장을 37년 만에 돌아보고 오는 꿈에 그리던 날”이라고 했다.

이어 “모레 25일입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벅찬 눈물로 인사드립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성명을 내고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삶은 우리나라 노동 운동과 민주화 투쟁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단순히 개인 명예 회복을 넘어 인간 존엄성 회복이자, 군부 독재 시대에 자행된 국가폭력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에게 해고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고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표현될 만큼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 더 나아가 그 사회구성원의 존엄과 보편적 인권을 위협하기도 한다"라며, “이와 같은 의미에서,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복직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해 온 노동 존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제이자 소명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자 김진숙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1986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1986년 강제 부서 이동을 당한 후 무단결근을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노동자 김진숙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7년 동안 끈질긴 투쟁을 이어왔다. 2011년 영도조선소의 85호 크레인에 올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복직 합의가 이뤄지자 309일 만에 내려왔다.

2019년 투병 중에도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의 고공 농성장을 찾아 부산에서 대구까지 일주일 동안 걸어 농성장을 찾았다. 만 60세 정년이 되던 2020년에는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복직을 촉구하며 1천 리 길을 걷기도 했다.

노동자 김진숙의 해고 기간 동안 회사 주인은 세 번 바뀌었다. 1986년 해고 당시 대한조선공사가 1989년 한진중공업으로,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인수해 HJ중공업이 됐다.

해고노동자 김진숙은 2020년 12월 31일 만 60세 정년이 되면서 복직 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복직하게 됐고, 그가 동료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에 서는 ‘꿈에 그리던 날’ 복직 행사를 갖고 퇴직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행사는 2월 25일 오전 11시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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