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과 보수정치인들

 

얼마 전 2월 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의 면담이 있었다. 해당 면담에 관해 필자의 SNS에서는 이에 대한 평들이 있었다. SNS 타임라인을 구성한 필자의 편향성 덕분에, 전장연을 옹호하고 서울시를 비판하는 내용 일변도였다. 이 논란 중에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관련한 글들이 눈에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가 썰전에서 한 발언,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미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문제 인식이 은폐되고 노동자를 억압하는 논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느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김상한 복지실장의 말을 보자.

 

이준석: 탈시설 예산을 늘리면 그 돈이 어디로 갑니까? … 탈시설 추진하는 시민단체나 아니면 사회단체로 가는 것 아닙니까? 집행기관이 거기잖아요. … 장애인들에게 전달되기까지 그 과정 중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그 돈을 가져가잖아요.

- 2022년 5월 12일 JTBC썰전 라이브

과연 그게 24시간 활동보조를 붙여서 자립생활하는 것이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활동보조인력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단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의구심들을 제시하는 의견들이 또 있습니다. 심지어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25% 수수료를 가져가는 그것 때문에 혹시 그 재정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탈시설을 강조하는 거 아니냐 의구심이 있거든요.

-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 발언. 출처: 비마이너, [전문] 전장연-오세훈 단독 공개 대담 녹취록,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63>, 2023.02.02.

 

이 두 발언을 이어서 풀어보자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25% 수수료를 가져가는 그것 때문에 혹시 그 재정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탈시설을 강조하는 거 아니냐 의구심이 있”고, 그 돈이 “탈시설 추진하는 시민단체나 사회단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를 반론하기 위해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와 넓게 진보적 장애인 인권운동의 자장에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니고 남는 게 없으며 ▲시민사회단체. 즉, 전장연으로 돈이 흘러갈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1)

필자는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 이념에 동의한다. 노인장기요양분야에서도 ‘지역사회계속거주(Aging in place)’ 이념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또 김상한 실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과장하듯이 탈시설 예산 전부가 전장연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전장연이 단순히 수수료 몇 퍼센트를 먹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에 반론하여 말하듯 활동지원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니며, 전장연으로 돈이 전혀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유일한 수익사업 활동지원사업

 

필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센터는 활동지원사업을 기초지자체로부터 수탁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장연에 소속된 여러 단체의 회원센터이기도 하다. 나는 한때 활동지원사업 운영위원(활동지원사분)이기도 했고,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교롭게 박 대표는 해당 센터의 운영위원이다.2)

필자는 센터와 현재 분쟁 중에 있다. 당사자로서 체불임금과 관련한 노동청 진정을 제기하였으며 해당 사건은 검사의 기소 의견이 법원에 전달되어 있다. 필자가 센터와 싸움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활동지원사를 소외시키고 도구화하는 센터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센터는 활동지원사들(시간급제 노동자들)의 수당을 삭제하는 취업규칙 개정을 강행하면서 노동자들에게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반영된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서명을 받았다. 운동단체답게 평소에는 장애인과 노동자가 연대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정부로 돌렸지만, 노동조합이 투쟁해온 경과는 무시한 채, 정보 약자인 노동자들을 기망하며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사업주로서의 법적 권한만을 강조했다.

그렇게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얼마 후에 층이 4개인 건물로 이사를 할 계획을 세웠다. 본인이 입사할 때는 2개의 사무실을 사용하는 작은 센터였다. 노사협의회에서 필자는 공간 유지 비용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물었다. 센터는 이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본인은 공간 유지 비용이 센터가 수행하는 여러 사업에 의해 합리적으로 배분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활동지원사업과 무관한 사업의 공간 이용 비용으로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3) 이에 센터장은 타 사업에서는 공간 운영비용이 나오지 않으며, 그 비용을 사업별로 분담하라는 주장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항변했다. 센터의 유일한 수익사업은 활동지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공간뿐만이 아니었다.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으로 전장연 관련 단체 회비가 지출되었다. 제세공과금 명목이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해방 열사 단, 박종필추모사업회, 피플퍼스트. 그 수가 많았다. 이 각종 단체에 대해 활동지원사업과의 관련성을 얼마나 인정해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이 있을 터이다. 사업을 수탁한 기초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였고, 일부는 사업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이제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는 ‘시정지시’가 뒤늦게 있었다.

센터가 수탁하고 있는 다른 사업 분야는 필자도 잘 모른다. 센터가 상세히 설명하지도 않거니와, 센터장이 말하는 대로 믿을 뿐이다. 하지만 보조금이라서 전혀 쓸 수 없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동지원사업이 단순하지는 않다. 센터 운영에 있어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운영위원들은 대부분 전장연 관련 인사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이 센터만을 탓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수년간 여러 종류의 사업체를 보아도 서로서로가 운영위원이 되어주며 적당히 친한 사람들로 자리를 메우는 게 이 업계 풍토라면 풍토다.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행정능력도 그렇게 꼼꼼하지 않다. 복지부 지침은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순환보직으로 매번 숙지되지 않는다. 사람들 대부분은 센터 내부 사정을 잘 알기도 힘들고, 민원을 제기해도 시정이 어렵다.

아무리 전장연 깎아내리기에 대한 반론이라고 하지만 민간위탁으로 점철된 한국의 사회복지사업이 투명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거짓말 아닌가. 사회복지분야 회계투명성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수용시설사업을 하는 사회복지법인들의 재정이 투명하다고 믿고 있을까.

활동지원사업 수익금의 ‘일부’는 전장연으로 흘러가는 것이 맞다. 전부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전혀 흘러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일부’는 흘러간다. 그리고 개별행위자들은 그 부스러기 같은 ‘일부’ 때문에 취업규칙을 고치고 노동자들을 기망한다. 한자협 소속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 활동지원사업을 하는 비율은 몇 퍼센트나 되는가? 오히려 사업을 수탁하지 않은 자립생활센터를 찾기가 힘들다. 사업을 하지 않는 자립생활센터들도 활동지원사업 수탁을 받고자 안달이다. 이는 활동지원사업을 통해 공간을 마련-유지하고, 자금을 운용할 틈을 만들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최소한의 운영을 위해서건, 공간 확보를 위함이건, 회원단체 회비 납부를 위해서건 정부에 의해 수입이 정해진 사업구조에서 활동지원기관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이다. 이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전장연을 위한 반론에서 강조되는 대로 활동지원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니다’, ‘남는 게 없다’는 식의 주장들이다. 우리 노조는 활동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각종 종교재단, 복지관 등에서 활동지원사 노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이어왔다. 그들이 하는 말도 똑같았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채권 포기각서를 요구한 사업장 대표가 하는 말도 ‘정부지원이 부족하다’, ‘남는 게 없다’, ‘어쩔 수 없다’였다.4) 그리고 정작 사건화되어 검찰이 회계를 요구해 검토하자 그렇게 사정이 나쁘지도 않았다. 전장연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말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억압하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

 

탈시설 예산 일부가 전장연으로 흘러 들어가는 메커니즘의 바탕에는 결국 시장화된 사회서비스가 있다.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민간위탁 시키면 이윤의 논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구조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정부이고 지자체이다. 다른 활동지원기관들의 재정 이용은 투명한가? 활동지원기관 일반의 재정이 어디로 도는지 알 수는 있는가?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활동지원기관을 성장시킨 비용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활동지원기관이 정말로 근로기준법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지 알고 싶다. 하지만 회계자료 요구는 번번이 거절당하고, 운영 사정은 설명들을 수 없다. 중앙정부는 활동지원기관의 회계를 확보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기초지자체는 회계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사회단체로 흘러 들어가는 일부분만이라도 진정으로 문제라 여긴다면 활동지원기관의 회계를 투명하게 유지하고 정부가 관리감독을 잘하면 된다. 오해하지 말라. 전장연의 회계가 아니라 정부 수탁사업자로서 활동지원기관의 회계 말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민간위탁사업자를 없애고 공공 운영하여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건 수익이건 정부에게 돌아가도록 하면 된다.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시장화된 사회서비스에 문제 인식을 느끼고 사회서비스 공적 전달 체계로의 개편을 바라며 오랜 세월 투쟁해왔다. 그러한 목소리들의 성과가 사회서비스원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설립 당시 자립생활센터는 “민간기관의 피해”를 걱정하기도 했다.5)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잘되면,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성과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민간위탁기관과 대비되게 인력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긴급한 상황 긴급하게 인력을 투입할 수 있었다. 직접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노동자의 업무도 소중한 노동으로 격상되었다. “일상의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필수노동자”라고 칭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서비스원 전체를 통폐합하는 기조이고, 서울시로 국한해 보아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축소되고 있다.6)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제공하던 노원종합재가센터가 폐지되고 성동종합재가센터만 남아 있다. 사회서비스원의 활동지원인력도 줄었다. 놀라운 것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걱정하던 사안을 사회서비스원 대표가 규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7) 오세훈 시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알려진 황정일 대표이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이 임명한 사람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축소는 공공 운영의 축소이고 민간위탁기관이 활동할 시장의 범위를 더 넓어지게 만드는 처사이다. 서울시가 접던 판도 다시 깔아주면서 노름하지 말라 하는 모양새다. 오세훈의 서울시는 여러모로 보아도 전장연을 깎아내릴 자격조차 없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하라

 

활동지원사들은 정부가 예산을 낮게 책정하고, 센터는 정부를 핑계 대는 핑퐁게임에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노출되었다. 그 결과는 상시적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언제나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나는 보수정치인들의 전장연 깎아내리기와 그를 방어하는 논쟁의 구도에서 또다시 이 핑퐁게임을 본다. 각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전체적 의도가 왜 없겠는가. 그렇다고 단편적 주장을 무시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남아 누군가를 괴롭힐 것이다. 나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이 방안만이 노동자와 인력 공급에 불안을 느끼는 장애인을 위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서비스 전달 체계 구조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글 _ 전덕규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조금 벌고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노동조합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https://litt.ly/ndaukr)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1) 비마이너, [탈시설 팩트체크] 탈시설 예산 늘리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 <https://www.beminor.com/news/curationView.html?idxno=23397>, 2022.05.23.

2) 2022년 초 해당 센터 총회 자료 기준

3)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안내」에서는 수익금을 활동지원인력 인건비로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4)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사업주의 유죄가 확정됐다. 최초 문제 제기 이후 4년이 걸렸다. 관련기사. 에이블뉴스, “활동지원사 임금포기 확인서 서명 강요 유죄”, <http://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514>, 2020.03.16. / 매일노동뉴스, “임금포기각서 요구, 거부한 조합원은 초단시간 노동자로”,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984&fbclid=IwAR3KQ-KWnFsSaIq7D9zkrJXG9foGgtECVNJ0ulxgPTXRIEv_DF4AO1la-oU>, 2021.07.21.

5) “사실 사회복지가 공공의 영역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가야 하는 방향성은 맞으나, 재가노인요양기관뿐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기관도 운영의 큰 부분을 바우처 사업으로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민과 관의 경쟁구도로, 민간 기관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_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사업 운영위원회 사업평가 발췌, 2019.

6) 2023년 서울시의 사회서비스원 관련 예산은 69억으로 142억 원이 삭감되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유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서울사회서비스원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서는 김호세아, 참여와혁신, [기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 월급도둑 취급은 부당하다”,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97> , 2022.12.22.

7) 뉴스인오늘, [인터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황정일 대표, 여러분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http://www.focus24.co.kr/47715>,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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