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복지국가 전략 비판

 

요즘 SNS에 재밌는 글이 올라와서 댓글놀이가 한창이다. 어떤 이가 “우리말의 위대함. 대충 써도 다 이해가 된다”면서 틀린 문장 수십 개를 올렸다. 일치얼짱,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덮집회의, 에어컨 시래기. 뺑손이사고, 육구시테리아, 마마잃은 중천공, 골이 따분한 성격, 욕이 나게 쓰겠습니다, 엿줄게 있습니다 등등.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자신이 막힌 부분이 어디인지를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내 직업, 생활 등을 언급하였다. 필자는 ‘육구시테리아’를 두고 며칠을 씨름했는데 어떤 이는 ‘덮집회의’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다.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와 ‘골이 따분한 성격’에 눈길이 멎었다는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빗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말도 되지 않는 문장들을 대부분 이해했고, 그 일로 한동안 즐거워했다. 이렇게 대충 써도 이해가 되는 이유는 생활과 문화 등에서 교감의 시간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AI라면 어떨까? 말이 아닌 말을 이해하는 AI를 만들려면 돈깨나 들 것이고, 정부가 이런 AI를 개발하려고 한다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의 꿈을 품고 만들려고 하는 복지서비스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지난 5월 말 정부는 “선진 복지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기존 복지가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저소득계층을 지원하는 낮은 품질의 획일적인 서비스”라고 진단하고 “적정 자부담을 포함, 전 국민이 이용하는 고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민간기관에 대한 규제 개선, 컨설팅 강화 등은 물론 복지기술과 산업 육성 등을 위한 자금 지원 확대 등으로 민간공급자를 육성하고 경쟁을 통해서 품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사회서비스 고도화라고 표현했다.

 

ⓒ전국활동지원사노조
ⓒ전국활동지원사노조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복지전략은 진단부터 틀렸다. 정부는 우리 사회서비스가 “정부 재정에 의존하여 취약계층 중심으로 확대”되었고, “바우처 등 재가복지서비스는 한정된 재원 속에서 취약계층 대상 서비스만 제공하여 다양한 수요 충족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정된 재원인 것은 맞지만 사회서비스에서 가장 비중이 큰 노인요양과 장애인활동지원, 보육 등은 소득에 따른 이용 제한을 받지 않는 보편적 서비스다. 소득은 다만 자부담의 액수를 결정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구상대로 이용 능력에 따라서 품질 차이가 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든다면, 국민의 기본권인 사회서비스조차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이 심화되고 국민 간에 박탈감과 소외감을 조성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품질이 낮은 이유로 소규모 공급자가 다수 존재하고, 제공기관을 제한적으로 지정하는 등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품질을 개선할 유인이 부재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대안은 민간공급자에 대한 컨설팅, 성장·금융 지원 등으로 양질의 공급자를 육성하는 것이다.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품질 제고 방법도 틀렸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문제점은 민간에 공급의 거의 전부를 의존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공급자는 바로 그런 민간의 존 시스템의 결과다. 민간의존 공급 방식의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도 정부는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 민간이 어떻게든 알아서 꾸려가는 것을 봐 왔기 때문이다. 민간공급자는 그들대로 손해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수급자와 노동자 간 원활한 연계의 어려움, 노동 착취의 심화, 회계에 대한 정부 감독의 어려움 등의 갖가지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공급자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공공운영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을 사회서비스 진흥기관으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것이나 민간관리자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직접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버리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품질 제고를 하겠다는 정부가 취할 정책이 아니다. 정부가 직접서비스 제공을 통해서 이용자에게는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사회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정부의 첫 번째 전략이 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는 것으로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것은 여러 도구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적은 예산과 무책임한 전달 체계 안에서도 노동자의 헌신이 있기에 그나마 서비스 질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정당한 대가의 지불을 통해서 숙련된 노동자를 현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소득과 관계없이 평등하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사회서비스는 사람에게 사람이 가는 일이다. 장애인은 최중증일수록 활동지원사 교체를 꺼린다. 내 몸의 상태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랜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기계는 사람밖에 없다.

 

 

글 _ 고미숙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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